지난 2003년 유타에서 단독 암벽등반에 나섰다가 좁은 암벽 사이로 추락, 오른 팔이 자신과 함께 굴러 내리면서 암벽 사이를 가로 막은 큰 돌에 끼는 바람에 127시간을 탈출하려고 사투를 벌이다가 포켓용 칼로 팔을 절단하고 살아난 아론 랄스턴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127시간’의 주연 배우 제임스 프랭코(32)와의 인터뷰가 지난 9월11일 토론토 영화제 기간에 토론토에서 있었다.
제임스 딘의 삶을 그린 TV 영화로 각광을 받게 된 프랭코는 딘을 쏙 빼닮았는데 질문에 심사숙고를 하면서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대답했다. 매우 강렬한 인상의 미남으로 생긋이 미소를 지을 때는 귀엽기까지 했다. 지적이요 진지하면서도 친절하고 상냥해 금방 친근감이 느껴졌다. 영화와 감독 대니 보일(슬럼독 밀리어네어) 그리고 프랭코가 각기 내년 2월에 있을 아카데미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영화를 만들기 전에 랄스턴을 만났으며 또 어떻게 준비를 했는가.
-랄스턴은 대니와 함께 각본 과정에서부터 영화에 관계했다. 내가 자기 역을 맡게 된 뒤 그는 LA로 날아와 첫 대면을 했는데 매우 감격적인 만남이었다. 아론은 사고를 당했을 때 자신의 상황을 휴대한 비디오카메라로 찍었는데 그는 자기 가족과 친구들에게만 보여준 내용을 나와 대니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이 영화의 열쇠 구실을 했다. 아론은 카메라에 대고 자기가 아는 사람들에게 작별을 고했는데 그는 자신의 죽음을 수락하면서도 전연 자기 연민의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그 장면들이 자기의 장례식에서 쓰일 줄을 알고 겉으로나마 용감한 표정을 지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나는 근본적으로 연기를 한다기보다 육체적인 면을 비롯해 아론이 겪은 모든 것을 체험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로부터 산을 오르는 것부터 시작해 모든 것을 배웠다.
*영화는 생존에 관한 얘기다. 당신은 생존기술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아론의 얘기는 흔히 영웅적인 것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대니는 그 것을 고립과 아울러 외부세계와의 연결로 그리려고 했다. 즉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점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따라서 영화를 만드는데 있어 도전적이었던 점은 한 사람이 고립되었으면서도 밖의 보다 큰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아론은 자기 몸과 건강 그리고 각종 생존기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도 그런 것들에 대해 공부를 했다.
*어릴 때 보이스카웃 단원으로 야영을 했는가.
-그렇진 않았다. 그러나 난 캘리포니아에서 성장해 아버지가 자주 우리 형제들을 데리고 요세미티로 하이킹을 가곤했다. 그런데 난 그게 싫었다. 난 자연을 사랑하지만 철저한 도시인이다. 난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아론의 얘기는 내게 있어 매우 특이한 영화적 경험이었다.
한 사람이 혼자서 영화 내내 한 장소에 있는 것을 연기하는 것이 배우에겐 흥분되는 경험일지는 모르겠으나 그 것을 어떻게 관객들이 보도록 해석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그 것이 도전이었다.
*아론은 사실 무책임하고(그는 등반을 떠나기 전 아무에게도 자기의 행선지를 알리지 않았다) 이기적인 사람으로 그의 팔을 깔고 앉은 바위는 그의 이런 태도에 대한 응징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 아론은 화를 자초한 셈이다. 비록 그 암벽등반은 아론에게 있어 쉬운 것이었지만 혼자서 아무도 없는 광야에 나갈 때 그는 누군가에게 자기 행선지를 밝혔어야 했다. 그 것이 산악인의 기본 규칙이다. 그는 무모한 짓을 한 것이다.
*영화를 만들면서 어떤 식으로 연기에 접근했는가.
-과거와 아주 달리 내 연기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 내가 처음에 배우로 시작했을 때 나는 자신이 연기하는 방법을 잘 알아야 한다고 배웠는데 그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난 한동안 누군가가 내가 역에 접근하는 방법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것에 대해 적대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영화는 감독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영화 출연에 응하고 나면 감독이 자신의 비전을 실천하는 것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연기를 한다.
*아론은 어떤 사람인가.
-그는 신사요 매우 긍정적이다. 그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으로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 자기 경험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살면서 경험한 가장 고통스런 육체적 정신적 경험은 무엇인가.
-영화를 찍다가 무릎 뼈가 빠지는 바람에 수술을 받자마자 다시 영화에 출연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다시 무릎 뼈가 나가 치료를 받아야 했던 것이 가장 고통스런 경험이었다.
*당신은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여기는가.
-호기심이 매우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관심사가 아주 많다. 그 것들을 진지하게 추구하고자 한다. 나는 사람들과 협조하고 그들이 하는 일에 개입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일을 열심히 하려고 애쓰며 나이스하고 예의바른 사람이 되고자 한다.
*당신의 관심사는 무엇인가.
-연기 외에 다른 관심사가 있다. 난 최근에 다시 대학으로 돌아갔다(예일 대학원 박사과정). 대학은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예일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것인가.
-한 학기 동안 특별 프로그램을 가르칠 예정이다. 뮤지컬 제작과정으로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 예일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당신은 로맨틱 코미디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 줄리아 로버츠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고’에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로맨틱 코미디를 반드시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 장르가 관객을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마다하고 구태의연하고 신선하지 못하기 때문에 안 나오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줄리아 로버츠와의 연기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나는 늘 그를 존경해 왔고 또 그는 이 장르의 여왕이어서 이왕 하려면 그와 함께 나오기로 한 것이다.
*아론은 비디오카메라에 일종의 자기 유언을 남겼는데 당신은 어떤 유언을 남기겠는가.
-나는 몇 년 전에 파일럿 면허를 땄는데 비행 교습 때 공중에 떠오를 때마다 이것이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래도 나는 괜찮을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나는 가족과 친구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그들은 내가 자신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매우 운이 좋았다. 내 삶도 꽤 괜찮은 편이기 때문에 난 공중에서 죽음을 생각할 때마다 그래도 별 후회가 없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유언이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다.
*무엇이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가. 후회한 적은 없는가.
-난 언제나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관심사를 갖고 있다. 사람들에 대해 심한 후회의 감정을 안 가지려고 노력한다. 후회한 적이 더러 있었겠지만 기억이 안 난다.
*당신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연출하며 또 연기를 하는 매우 지적인 사람이다. 당신의 감정적 삶에 관해 말해 달라.
-누군가 내게 행복해 보인다고 말을 한 것이 생각난다. 난 만족한다. 하나 더 내가 하고픈 일은 남을 돕는 것이다. 난 지금 헤이티의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내가 받은 많은 선물을 되돌려주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난 또 지체가 부자연한 아이들을 돕고 있다. 나는 내가 관심이 있는 모든 일들에 개입하고 있어 매우 만족하고 있다. 감정적으로 나는 화를 내기는 하지만 난 매우 행복하다.
*영화에서 당신은 무딘 칼로 팔을 자르느라 모진 애를 쓰는데 칼이 보다 날카로웠다면 절단하기가 더 쉬웠을 것 같은가.
-칼이 무딘 이유는 아론이 그 칼을 별로 안 썼기 때문이다. 칼이 보다 날카로웠다 해도 먼저 뼈를 잘라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칼로 뼈를 자를 수는 없기 때문에 아론은 팔을 분질러야 했다. 더군다나 칼로 바위를 깎아낸다는 것은 전연 불가능한 일이다.
*영화를 보면서 우는 사람을 봤는데 당신이 마지막으로 운 적은 언제인가.
-영화에서 연기를 하면서였다. 그런데 나는 영화에서 울어야 할 때마다 당혹감을 느끼곤 해 우는 소리가 웃는 소리처럼 들린다.
*영화 말고 실제로도 우는가.
-물론이다. 그런데 언제 마지막으로 울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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