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된 한국 콘텐츠로 승부..한류 성격 변화
문화 수출 넘어 사회.경제 가치 창출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국내 아이돌 가수들이 일으키는 한류 바람이 뜨겁습니다. 이웃 일본에서는 유명 음악차트의 상위권을 휩쓸면서 ‘코리언 인베이즌’(한국의 침공)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태국과 중국어권에서는 이들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이제는 디지털 미디어의 위력을 업고 미주 지역에서도 바람을 일으킬 기세입니다. 2000년 초 드라마가 일으켰던 한류의 대를 이어 ‘신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는 이들 아이돌 그룹의 인기 비결과 지속 가능한 인기 전략, 이들에 대한 국내외 평가와 훈련시스템, 그리고 아이돌 본인들의 경험담을 4꼭지로 나눠 송고합니다.
국내 아이돌 그룹들이 한류 지도를 새로 그리고 있다.
2003-2004년 ‘겨울연가’ 등 드라마로 촉발된 한류(韓流)의 중심축이 아이돌 그룹들이 선보이는 K-POP(한국 가요)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소녀시대, 일본 오리콘차트 해외 여성그룹 사상 30년만의 최고 성적’ ‘카라 앨범, 오리콘 주간차트 2위’ ‘슈퍼주니어ㆍ샤이니ㆍ씨엔블루ㆍ비스트, 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중국어권 음악차트 각 1위’ ‘SM타운 월드투어 미국 공연, 美 빌보드지(誌) 공연흥행 순위 10위’ 등 아이돌 그룹들이 연일 쏟아내는 해외 진출 성적표가 그 증거다.
국내외 음악 전문가들은 ‘한류 제2라운드’를 연 K-POP 붐을 ‘신(新)한류’라고 부른다. 신한류의 특징은 ‘한류=드라마.영화’ ‘한류팬=고연령층’이란 공식을 깼다는 점이다.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에 열광하던 40-50대에서 K-POP에 열광하는 10-30대로 주소비층이 이전되며 한류의 장르가 다양화되고 한류의 성격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소녀시대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김영민 대표는 2일 "문화의 주류 소비층이 10-30대임을 감안하면 해외의 ‘영 제너레이션’이 K-POP에 열광하는 것은 향후 한류의 지속과 성장을 위한 잠재력을 높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는 체계적인 가수 육성 시스템을 통한 수준 높은 음악 제작 능력, 전략적인 해외 마케팅, 이 콘텐츠를 전세계적으로 확산시킨 디지털 미디어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 열기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중남미까지 퍼지고 있어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한국계 주축 미국그룹 ‘파 이스트 무브먼트’가 2주 연속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인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한 것도 한국 아이돌 그룹에게 큰 꿈을 품게 한다.
◇양질 콘텐츠, 디지털 미디어 타고 확산 = 한국 아이돌 그룹들이 해외 공항에서 수백명 팬들의 환대를 받고 공연을 매진시키는 것은 이제 이례적인 풍경이 아니다.
이처럼 국적과 언어가 다른 이들이 K-POP에 열광하는 것은 가창력과 춤ㆍ언어 실력, 질 높은 음악, 세련된 외모 등을 갖춘 ‘잘 만든 콘텐츠’가 기반이 됐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포미닛과 비스트의 소속사인 큐브엔터테인먼트 홍승성 대표는 "한국은 ‘파이가 작은’ 음악 시장에 대한 불안감으로 10년 전부터 아시아를 단일 시장으로 보고 ‘탈한국 용’ 콘텐츠를 준비했다"며 "국내외에서 인재 발굴, 체계적인 가수 육성, 세련된 음악, 전략적인 해외 마케팅이 이제야 빛을 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지금의 아이돌 그룹들이 일본 음악을 벤치마킹한 동방신기의 현지화 전략 대신 한글의 음율을 살린 국내 히트곡으로 해외 진출에 성공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월간지 ‘뮤직 매거진’의 다카하시 오사무 편집장은 "한국 아이돌 가수는 연예계에서 살아남으려는 의식이 철저해 노래와 댄스에 타협이 없다"며 "한국에서 1위를 하면 세계 시장에서 승부하려는 상승욕구가 강하게 생겨난다"고 한국 아이돌 그룹의 프로페셔널한 의식도 꼽았다.
이러한 배경에서 만들어진 양질의 콘텐츠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성장 등 급변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기반으로 실시간 전세계에 퍼져나갔다. 유튜브 등에 공개된 뮤직비디오와 댄스연습 동영상, 각종 방송 출연 영상을 통해 해외 진출 전부터 가수들의 팬덤(Fandom)이 형성된다.
SM 김영민 대표는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전세계 공통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소녀시대는 비틀스 등의 팝스타처럼 일본 진출 전부터 현지의 수많은 팬을 확보, 2만2천명 규모의 쇼케이스를 열고 데뷔 2개월 만에 오리콘차트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는 12월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에 나설 2PM의 신곡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서 세계 최다 조회수를 기록하고 일본 데뷔 전인 비스트와 샤이니가 각각 11월과 12월 현지에서 1만명 규모의 첫 공연을 열며 애프터스쿨, 미스A 등 동남아시아를 첫 방문한 그룹들의 노래와 춤을 현지 팬들이 따라하는 것도 글로벌 네트워킹의 힘이다.
실제 아시아권을 넘은 지역의 팬들도 K-POP ‘입문 루트’로 유튜브 등의 인터넷망을 꼽는다.
지난 9월 ‘SM타운 라이브 ‘10 월드투어 인 LA’가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만난 스페인 팬 요소피(18) 씨는 "유튜브를 통해 슈퍼주니어를 접했고 열심히 일한 돈을 모아 27시간이 걸려 미국에 왔다"며 한글로 ‘이특’이라고 써진 스페인 국기를 흔들어보였다.
지난달 10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K-POP 경연대회’의 열기가 뜨거웠던 점도 이러한 환경이 기반됐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K-POP 열기, 문화 현상 넘은 파장 = 일본은 소녀시대를 주축으로 카라, 브라운아이드걸스, 포미닛 등 한국 걸그룹의 대거 진출과 성공을 새로운 문화 현상 이상으로 접근했다. 일본 여성들이 동경의 대상인 한국 걸그룹의 춤과 화장법, 패션 스타일까지 따라하는 움직임을 일시적인 유행으로만 여기지 않은 것이다.
일본 잡지 ‘걸 팝’의 편집장을 역임한 마에다 신지 씨는 일본 비(非)엔터테인먼트 미디어가 소녀시대를 다룬 점은 단순한 문화 흐름 이상으로 보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본 NHK가 소녀시대의 쇼케이스를 프라임타임 톱 뉴스로 다뤘고 시사주간지 ‘아에라’는 소녀시대 등 한국 걸그룹의 일본 진출을 1960년대 비틀스의 진출에 빗대 ‘코리언 인베이즌(한국의 침공)’으로 표현했다. 또 경제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는 기술지향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 전략이 공통점이라며 ‘한국의 성장 기업이 소녀시대와 닮았다’는 분석을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마에다 씨는 "한국 걸그룹의 인기는 삼성, 현대자동차, LG전자의 발전에 반해 소니, 파나소닉, 도요타자동차가 쇠퇴하는 등 비즈니스계의 심층적인 변화의식과 상호작용한 듯하다"며 "이러한 사회적 영향은 아무로 나미에, 스피드가 일본 국민 가수가 된 시점이 오키나와 미군폭행사건과 기지반대투쟁의 시기와 맞물려 있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코트라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달 22-24일 방콕에서 연 ‘제1회 한류스타 라이센싱 상품박람회’에는 태국 신세대들이 대거 몰렸다. 이들은 소녀시대, 씨엔블루, 샤이니 등의 스타 사진이 들어간 화장품, 액세서리, 티셔츠, 모자, 자전거 등의 상품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 박람회의 한 관계자는 "K-POP이 신드롬을 일으키며 슈퍼주니어, 2PM, 미스A 등 한국의 아이돌 그룹을 모방한 ‘커버 댄스팀’이 태국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며 "태국 젊은이들은 한글을 배우고 태극기를 구입하며 한국의 기업, 상품에 호감을 나타낸다. 문화 수출이 국가 이미지 제고와 사회, 경제적인 가치까지 창출한 셈"이라고 말했다.
자국 시장이 강해 진입장벽이 높은 중국어권 국가에서도 이 흐름은 예외가 아니다.
소니뮤직 아시아의 최쯔언동 회장은 "중국어권에선 저우제룬, 왕리훙 등 중국어권 가수의 비율이 70%, 한류 가수가 25%, 나머지가 5%를 차지한다"며 "25%는 중국어권에서 무척 큰 비율이며 강력한 점유율이다. K-POP의 성장이 한국의 이미지를 상승시켰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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