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두·피칸·아몬드… 수확하기 무섭게 중국으로
아몬드를 어떻게 조리하면 중국인들 입맛에 맞을까? 고추를 넣어 피클로 만들까? 김밥처럼 김으로 말아볼까? 아니면 끈적끈적한 중국 전통 약재에 섞어볼까? 엉뚱해 보이는 이 아이디어들은 최근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가 중국에서 개최한 아몬드 요리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조리법들이다.
미국 수확량의 1/4 이상 중국에서 수입
‘중국 붐’에 견과류 재배업체들 희색만면
중국이 미국산 호두, 피칸, 아몬드의 최대 소비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견과류가 중국 땅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소비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수입 물량은 2년 전에 비해 두배 이상 뛰어오르면서 중국이 미국산 아몬드의 최대 수입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산 호두의 최대 수입국이었고, 지난 2007년에는 미국 피칸의 최대 수출시장이 되었다.
이들 견과류를 모두 합하면 지난해 중국은 미국에서 총 7억3,700만달러어치를 수입, 5년 전의 8,900만달러에서 엄청난 증가세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짧은 시기에 중국은 거의 무에서 1위로 솟아올랐다. (수출고가) 정말이지 로켓처럼 치솟았다”고 캘리포니아의 아몬드 재배·수출업체인 민턴 견과 회사의 키스 리그는 말한다.
중국 소비자들이 부유해지면서 미국산 유제품과 육류 제품의 수입이 증가하더니 그에 이어 견과류가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호두 생산량 제1위인 국가로 호두는 오래전부터 중국 음식에 많이 사용되어 왔다. 그래서 미국산 호두가 중국인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는 어렵지 않았다. 중국에서 미국산 호두는 국내산에 비해 질이 좋은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아몬드와 피칸이 중국에서 널리 팔리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만다린 말로 피칸은 ‘싱 렌’인데 그것은 중국인들이 먹는 쌉사름한 살구 씨를 칭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그래서 미국 수출업자들은 창의적으로 홍보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근년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는 연간 100만 달러를 들여 중국에서 아몬드 홍보를 하고 있다. 식품제조업체들과 손을 잡고 일을 하면서 아몬드를 쓴맛의 살구 씨와 구별해 ‘미국산 큰 싱 렌’으로 부르고 있다.
이어 아몬드협회는 지난 가을부터 중국 소비자들을 직접 겨냥한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총 330만 달러를 들이는 홍보 캠페인이다. 중국의 유명 여배우를 대변인으로 세우고 여성잡지에 광고를 내고 버스 정류장에도 광고판을 세웠다. “삶을 건강하고 빛나게 해주는 미국산 커다란 아몬드를 즐기세요”라는 선전문구이다.
아울러 아몬드협회는 중국 대학의 영양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례 요리 경연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지난해 행사에는 26개 대학에서 학생들이 참가했다. 대상은 아몬드와 고추를 피클로 만든 새콤 매콤한 맛의 조리법이 차지했다. 그리고 잘게 다진 아몬드를 김에 말아 김밥처럼 만든 조리법도 상을 탔다.
아울러 영양식 범주에서는 전통 여성보양 약재에 아몬드를 같이 섞은 조리법이 1등상을 차지했다.
아몬드를 이렇게 만드는 조리법은 미국인들에게는 이상하겠지만 중국에서는 맥주 안주로 제격이라는 의견들도 있다고 아몬드 협회 선임 과학자인 광웨이 황은 말한다.
미국의 수출업자들에게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은 분명 매력적이다. 아몬드 협회에 의하면 미국에서 아몬드 소비량은 1인당 연간 22온스이다. 중국에서 1인당 소비량은 1온스를 약간 넘을 정도. 그러나 미국산 아몬드가 주로 도시에서 팔리기 때문에 도시인들의 소비량은 이 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에 수입된 아몬드와 호두, 피칸은 대부분 간식용으로 이용된다. 이것을 식품 제조업체들이 재료로 씀으로써 소비를 증가시키는 것이 미국 재배업체들이 바라는 바이다.
미국산 견과류가 중국에서 붐을 일으킨 것은 시기적으로 미국 재배업자들에게 더 이상 바랄 수가 없이 좋은 때였다. “미국 경제가 무너지면서 호두 재배업자들에게도 엄청난 타격이 미쳤다”고 호두와 피칸 재배 및 수출업에 종사하는 바렛 블레인은 말한다.
지난 2008년 말과 2009년 초 불경기로 호두와 아몬드 값이 하락했다. 그런데 그 낮아진 가격에 중국 수입업자들이 몰려들었고, 그 결과 가격은 다시 올라갔다. 호두 가격은 터키 수출이 강세를 띠면서 도움이 되기도 했다. “시장이 1년 만에 회복되었는데 이것은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라고 브렌인은 말한다.
중국 수출이 가격에 미친 영향은 피칸 업계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일리노이 소재 견과류 브로커인 네이처스 파이니스트 식품의 대니얼 지단 사장에 의하면 지난해 전 세계 피칸 공급은 평년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그렇게 되면 가격이 내려가기 마련인데 중국의 수요로 인해 가격이 오히려 기록적 수준으로 올라갔다. 지단 사장은 말한다.
“지금 피칸 가격은 업계 사상 최고 수준입니다. 그러면서도 공급 물량 역시 최고조에 달해있지요. 모두가 중국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국 붐에 위험부담이 없지 않다고 지단은 말한다. 지난해 미국 수확량의 1/4 이상이 중국으로 판매되었다. 단일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은 점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아울러 가격 상승이 유럽이나 미국 내 소비를 위축시킬 수가 있다.
조지아, 오실라의 피칸 재배 및 수출업자인 랜디 허드슨은 중국 시장진출의 선구자에 속한다. 중국에서 피칸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1999년 첫 수출을 시작해 12만5,000파운드를 팔았다. 지난해 그는 100만 파운드 이상을 수출했다. 판매고가 급상승하면서 지난 3년 간 그는 175에이커에 피칸을 추가로 심었다. 피칸 나무를 심어서 수확이 절정에 이르게 될 때까지 기간은 10년 정도. 그 동안의 물량 확보를 위해서 그는 피칸 과수원을 렌트해 전체 수확량을 배로 늘렸다.
“중국이 업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가격이 껑충 뛰어올라 피칸 농사가 새로운 활기를 띄고 있다”고 허드슨은 말한다.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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