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가장 , 아내.딸 살해사건에 한인들 충격
차라리 다른 나라로 입양 됐더라면...
친구들 큰 상처...“장례식에 꼭 참여”
“조이가 차라리 다른 나라로 입양을 갔더라면 좋았을 것을...”
“꼭 장례식 날짜를 알려주세요. 많은 친구들이 참석하고 싶어합니다.”
40대 1.5세 한인 가장이 아내와 딸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끔찍한 사건이 한인 커뮤니티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평소 명랑하고 재능이 많아 인기가 많았던 조이 자현(15·사우스 카운티 고교 9학년.사진) 양이 아버지의 손에 죽었다는 소식에 친구들은 패닉에 가까운 심리 상태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서적으로 한인 자녀들에게 미칠 여파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씨 부부와 오랫동안 가깝게 지냈고 조카가 자현이와 친했다는 한인 여성 유 모씨는 16일 본보에 전화를 걸어 “이번 사건을 접한 10대 아이들이 받은 상처가 매우 큰 것 같다”며 “자현이를 이렇게 허무하게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많은 아이들이 장례식에 꼭 참석해 추모식을 갖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씨는 “자현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은 미국 친구들과 부모들도 마찬가지”라며 평소 평범해 보이는 가정 내에 숨겨져 있는 10대 자녀들과 부모와의 갈등이 이번 사건 때문에 봇물 터지듯 드러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나타냈다.
자현이가 입양될 당시부터 이씨 가족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한인 여성 김 모씨도 본사에 전화를 해 “10대 아이들이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으면 이혼을 하면 되지 어떻게 자식까지 죽이느냐’며 “자녀를 키우는 한인 부모에게는 이번 사건이 큰 경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죽은 이씨의 부인 현씨가 자현이를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지나칠 정도로 교육에 엄했고 때로는 심하게 대했다”며 “솔직히 입양된 아이가 아니라면 저렇게 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아이를 낳지 못하자 시험관 아기도 시도했었던 이씨 부부는 한국에서 자현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했으며 아기가 생모로부터 B형 간염을 물려받은 사실을 알게 되자 걱정을 하다가 완쾌가 된 후 매우 기뻐하기도 했다. 당시 자현이는 다른 외국에 입양될 수도 있었는데 양부모들이 갑자기 이혼하는 바람에 6개월 후 이씨 부부에게 오게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만일 외국으로 갔으면 이렇게 끝나지는 않았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켄스턴 이씨가 부인과 딸을 살해한 동기에 대해서는 경찰의 공식 발표가 아직 없으나 자녀 양육과 관련해 지금까지 쌓인 갈등이 주원인이었을 것으로 지인들은 판단하고 있다. 엄마의 과잉 교육과 간섭을 늘 못마땅하게 생각해왔던 이씨가 이날 그동안 참았던 분노를 폭발시키며 살인까지 저지르게 됐을 것이라는 견해다.
김 씨는 “이씨가 웬만한 일에는 아내의 말을 듣는 편이었고 상당히 인내심이 강했다”며 “자현이가 잘못했을 때는 아내의 꾸중을 동조할 만큼 이씨는 아내를 존중해줬다”고 말했다.
김 씨는 또 “결국 가족 살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겠지만 이씨는 어떻게 해서든 돕고 싶은 마음이 솔직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결정적인 원인은 아닐 수 있으나 지난 몇 년간 부동산에 과도한 투자를 했던 것도 부부 갈등의 요인이었을 것으로 주변 사람들은 보고 있다. 최근에도 훼어팩스에 1백만달러 규모의 새 집을 짓는 등 잦은 이사 때문에 자현이도 수차례나 학교를 옮기곤 해 스트레스가 무척 많았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했다. 이씨의 부인은 2009년 훼어팩스 리얼티에서 일하다가 얼마 전에는 NBI 부동산으로 옮겨 일해오고 있었다.
한편 자현 양의 비보를 접하고 나름대로 고통을 삭이려는 친구들의 작은 노력이 또 다른 안스러움을 자아내고 있다.
사건 다음날인 15일 ‘richrich27’이란 네임을 쓰는 한 친구는 동영상 사이트 ‘유투브(youtube.com)’에 자현와 함께 학교 생활을 하던 모습과 생일 파티 등의 사진들을 올리고 “(하늘나라에서) 1,000년간 살면서 우리를 지켜봐 달라”는 글을 남겨 친구의 죽음을 애도했다. 또 이들은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facebook )’에 다투어 글을 올려 먼저 가버린 친구에 대한 슬픔을 서로 위로하고 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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