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대륙 최초 월드컵
남아프리카를 가다
1994년 만델라정권 인종차별의 암울한 과거 청산
치안 불안·높은 실업률 극복 경제 살리기 급선무
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올해 신년 연설에서 2010년을 “1994년 이래 남아공의 가장 중요한 해”라고 규정했다. 이를 증명하듯 2010 남아공월드컵 개막을 앞둔 현지에는 16년 간의 성취를 뽐내는 듯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10개의 최신 월드컵 경기장 등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선진국 수준의 인프라가 들어섰고, 첨단 고속철도와 세계적 수준의 호텔 및 식당들도 속속 갖춰졌다.
남아공이 과거 16년간 걸어온 길이 마치 월드컵 개막을 위한 것이라는 착각이 들 만도 하다. 1994년 흑인이 참여하는 최초의 민주선거에서 넬슨 만델라 후보가 승리, 흑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남아공은 정치, 경제적 안정을 이룩하며 명실상부한 아프리카의 맹주로 일어섰다. 아프리카 국가 중 유일하게 G20(주요 20개국)에 포함된 남아공의 위상이 이를 입증한다.
남아공의 성취를 설명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다. 남아공의 과거 극단적인 인종차별 정책과 제도를 뜻하는 이 말은 남아공이 처한 암울한 현실을 대변하는 단어였다. 그러나 남아공은 1990년대 들어 극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이번 2010 남아공월드컵이 될 것이라는 데에 남아공은 이견이 없는 듯하다.
이 과정에서 특히 돋보였던 건 만델라 대통령 집권 후 이뤄진 과거사 청산 과정이었다. 만델라는 1996년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설치했고 과거 정부에서 자행한 인권침해 범죄를 낱낱이 조사했다. 그러나 남아공은 탄압과 처벌 대신 진상규명과 가해자 사면, 피해자 보상을 통한 평화적 청산과 화해 추구라는 선례를 만들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애매한 청산이라는 비판도 따랐지만 효과는 있었다. 증오와 보복 대신 평화와 화합의 길을 택한 덕에 나라가 두 동강이 나는 일을 피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아프리카의 대다수 국가들이 아직도 불안한 정정 탓에 국가 도약의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에 비해 남아공은 독보적 발전을 이뤘다. 남아공 경제는 지난해 4분기 3.2%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 3분기 0.9%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세를 나타내면서 빠른 속도로 경기침체 국면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세계경제는 물론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는 아프리카 내에서도 도드라진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공이 남아공의 앞길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월드컵을 앞두고 남아공의 치부가 드러날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은 치안 불안이다. 아프리카에서는 그나마 괜찮다는 남아공의 치안상태는 이번에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벌써부터 한국을 비롯한 각국 취재진과 관광객들이 도심 곳곳에서 강도와 절도 피해를 입고 있다.
<진성훈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 항구도시 더반의 해변에서 거리 예술가들이 월드컵 경기장을 형상화한 모래조각물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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