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그냥 나가시면 안 돼요", "왜 8명인데 4장만 주느냐"
2일 사상 처음으로 4장씩 모두 8장의 투표용지를 받아든 유권자들은 바뀐 제도에 크게 당황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두 번에 나눠 투표해야 하는 것을 모르고 한 번 투표하고 투표장을 빠져나갔는가 하면 1차로 받은 4장의 투표용지 가운데 1장에만 기표를 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절반만 투표하고 나가
이날 오전 7시께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일초등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서는 한 유권자가 투표용지 4장만 교부받아 1차 투표만 하고 귀가했다.
투표소에는 참관인 등 7~8명의 선거종사원이 있었지만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부산시 해운대구 우1동 주민자치회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는 1차 투표용지를 받은 70대 노인이 "왜 시장선거 투표용지가 없느냐"라고 종사원들에게 따졌고, 한 50대 남자 유권자는 1차 투표만 하고 나가려다 투표 안내원의 제지를 받았다.
울산시 남구 신정2동 4투표소에서도 일부 유권자들이 교육감과 교육의원, 시의원, 구의원 등 4명에 대한 1차 투표만 하고 나가려다 선거사무원의 제지로 2차 투표를 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자 일부 선관위에서는 투표방식을 모르는 유권자들이 1차 투표를 마치고 바로 귀가하는 일이 없도록 자원봉사자들을 출구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기도 했다.
◇무더기 무효표 발생 우려도
상당수의 유권자가 1인8표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무효표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강원도 원주시 무실동사무소에 마련된 제1투표소에는 이른 아침 투표에 나선 노인 유권자들이 1인8표제를 잘 몰라 두 차례에 걸쳐 받은 4장의 투표용지 가운데 맨 위 1장씩에만 기표를 하고 투표함에 넣는 경우가 자주 목격됐다.
이는 1장의 투표용지에 2명 이상 기표하면 무효라는 내용을 안내받아 이를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투표소 종사자는 "어르신들에게 8장의 투표용지에 1명씩만 기표하라고 설명을 드리고 있으나 잘 이해를 못 하시는 분이 많아 무효표가 상당히 나올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 주민센터의 한 참관인은 "나이든 분들이 투표를 하고 나와서 ‘투표 용지에 몇 번을 찍어야 하느냐’고 묻고 한 번만 찍어야 한다고 하면 여러개 찍었다며 바꿔달라는 분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한 장에 하나만 찍어야 한다고 설명을 해도 4장 중에 한 장에만 찍는 것으로 이해하거나 한 장 안에 여러 번 찍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렇게 혼동하는 어르신이 많아 아무래도 무효표가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왜 이렇게 많아"
한꺼번에 8명을 투표하는 방식이어서 지지후보 선택에 애를 먹었다는 유권자가 많았고 기표시간도 길어졌다.
부산진구의 한 투표소를 찾은 이모(68.여)씨는 "8장의 투표용지를 받아드는 순간 눈앞이 깜깜했다"면서 "교육감과 교육의원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라고 밀했다.
부산 수영구 망미2동 제2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한 서진화(48.여)씨는 "별 생각 없이 왔다가 기표소에서 누구를 찍을지 한참 고민을 했다"라고 말했고 회사원 이수현(31.여)씨는 "지지후보를 정하고 왔는데 막상 투표용지를 받고 보니 헷갈려 적지 않게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서울 강남구 대치2동 2투표소를 찾은 김모(57.여)씨는 "공보물을 받아보긴 했는데 바빠서 자세히 읽어보지 못했다. 벽보를 보고 누구를 찍을지 고를 예정이나 여러명이라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며 벽보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직장인 이모(30)씨는 "바빠서 공보를 꼼꼼히 챙겨보지는 못하고 투표소 근처에 최소한 포스터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찾지 못했다"며 "결국 정당 표시가 없는 교육의원은 이름이 전혀 생각나지 않아 그냥 찍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아니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많은 후보 때문에 이름보다 기호만 기억하고 나온 어르신들이 기표란에 이름만 있고 기호가 없다며 선거 사무원에게 항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메모투표’ 등장
많은 후보로 인해 유권자들이 사전에 지지 정당과 지지 후보를 메모해 투표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광주 서구 치평동 4 투표소인 운천초등학교를 찾은 주병로(72)씨는 "아내와 함께 방송을 보고 투표 방법과 순서, 인물을 미리 적어왔다"며 "막상 와보니 그동안 해온 것이라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주 남구 백운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이병오(64)씨도 "정당과 인물을 정하고 오니 투표가 쉬웠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청소년문화센터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김상갑(69)씨는 수십년간 투표를 해봤지만 ‘컨닝페이퍼’를 써온 건 올해가 처음이라며 웃었다.
김씨는 "투표장에 오기 전 투표 안내문을 수차례 읽어보고 왔다"며 "투표절차는 생각보다 간단했지만 뽑을 후보를 고르고 기억하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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