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마시는 음료, 입는 옷, 타는 자동차… 무심코 등장하는 것 같지만 그 모두가 돈이다. 이들 상품을 영화 속에 등장시킴으로써 제조사는 선전효과를 얻고 영화제작사는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 과거에는 영화 촬영 막바지에 하던 이런 거래가 지금은 영화대본 집필 때부터 시작이 된다. 그래서 저예산 영화들이 제작되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관객들이 상품선전 보려고 영화관 입장료 내는 것이냐는 반발도 크다.
특정 상품들 자연스럽게 등장시켜 선전
제조사들 광고대가로 수백만달러 지불
“광고 보려고 영화관 왔나” 관객들 반발도
영화 ‘트랜스포머’와 ‘스타트랙’의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한 로베르토 오치는 지금 새 영화 ‘수정헌법 제 28조’를 준비 중이다. 대통령과 불량한 특수경호 요원이 도망 다니는 스릴러물이다.
작가이자 제작자인 오치는 최근 조단 요스프라는 인물과 회동했다. 시나리오 초안을 본 요스프는 한가지 제안을 했다. 주인공들이 도망 다니는 동안 잠깐 멈춰서 뭔가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패스트푸드 식당 장면이 전혀 없네요. 하지만 그 사람들은 먹어야 합니다”
요스프는 시나리오 작가가 아니다. 제작자도 아니고 영화사 중역은 더 더욱 아니다. 그는 매냇, 필프스 & 필립스라는 법률회사 소속 변호사이다. ‘수정헌법 제 28조’ 영화 대본에 어떻게 상품 브랜드들을 넣을 수 있을 지에 대한 법률 자문을 하는 것이다.
영화 장면 속에 상품들이 들어가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단, 과거에는 영화사 중역들이 하던 일을 지금은 요스프 같은 시나리오 작가나 제작자들이 한다. 보통 영화 대본이 완성되기도 전에, 캐스팅이 시작되기도 전에 상품 브랜드 계약을 한다.
캠블 스프나 크라이슬러를 영화 장면 속에 얼마나 교묘하게 집어넣느냐가 탐 크루즈 같은 일급배우를 섭외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해진 것이다. “모든 것이 영화 제작비가 너무 비싸진 탓”이라고 USC 영화예술대학의 문예학과장인 잭 에프스는 말한다. 그는 ‘탑 건’의 공동 작가였다. 영화 대본만으로는 영화사의 눈을 끌 수가 없고 브랜드를 얼마나 창의적으로 등장시키는 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영화 관객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상품 선전이 영화 속에 잘 녹아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은 것 같아도 악마가 점점 프라다를 더 많이 입게 되고 말 것이다.
상품제조사들의 입장에서는 자사 브랜드 옷이 되도록 ‘긍정적인 방식으로’ 입혀질 것을 계약 조건으로 요구할 수가 있고, 캔디나 햄버거는 아주 맛있게 먹는 모습으로 등장하기를 바랄 것이다. 술 회사는 영화중에 미성년 음주 장면이 없거나 자사의 술이 아주 멋진 분위기의 술집에서 마셔질 경우 후원을 하게 될 것이다.
상품을 영화 속에 기술적으로 등장시키면 제조사들은 돈을 지불한다. 가격은 영화 당 몇 10만달러에서 몇 100만달러에 이른다.
시나리오 작가들은 상품 섭외를 미리 하는 것이 영화로 볼 때는 더 낫다고 생각한다. 보통 영화사들이 촬영 막판에 상품들을 밀어 넣으려 하는 데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처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상품을 영화에 집어넣어야 한다는 압박감은 항상 있다. 보다 실감 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오치는 말한다.
그래서 작가들이 상품 섭외를 직접 맡게 되었다. 2009년 영화 ‘공중에서(Up in the Air)’를 쓰고 감독한 제이슨 라이트먼은 항상 비행기에서 사는 주인공을 위해 진짜 호텔 브랜드를 이용하고 싶었다.
그 자신 힐튼 최고우대 VIP 회원인 그는 영화사 측에 힐튼과 협상을 해보라고 촉구했다. 그 결과 힐튼은 촬영 팀에 공짜로 숙박을 제공하고 영화홍보도 지원했다. 힐튼은 호텔 직원 복장부터 호텔 셔틀버스 등 모든 것이 바르게 촬영되도록 제작사와 함께 일을 했다.
이런 거래 덕분에 ‘공중에서’ 같은 저예산 영화가 만들어 질 수 있었다. 영화 관객들로 보면 보다 기술적으로 처리된 광고를 보느라 영화 입장료를 낸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아메리카 - 웨스트 작가협회 같은 시나리오 작가 그룹은 이런 거래에 반대한다. 상품들이 더 많이 영화를 파고 들 것을 우려하는 작가들도 있다.
“그건 작가로서 나태한 것”이라고 뉴욕 대학 시나리오 강사이자 작가인 매리 캘러거는 말한다.
영화 속에 상품이 등장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1896년 영화 ‘스위스에서의 세탁일’에서도 특정 비누가 들어갔었다. TV에서는 훨씬 더 심하게 상품들이 장면 속에 들어간다.
최근 오치와의 회동에서 요스프는 어떤 종류의 광고주들을 포함시킬 것인지에 관한 제안을 했다. 특정 브랜드들을 통해 영화의 시장성을 높일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영화 속 특수요원은 닷지 램을 운전하는 것으로 대본에 써있었다. 요스프는 말했다.
“그가 꼭 닷지를 몰아야 합니까?”
“닷지가 어때서요? 닷지가 뭐 잘못 되었나요?”
부드러운 말투의 오치는 말했다.
제작팀과의 토론이 시작되었다. 시나리오에 그는 군인 같은 체격이지만 심리적 상처가 있는 인물로 묘사되어 있다. 이런 사람이 예를 들어 링컨 내비케이터를 몰 수는 없을까?
“그건 엄마들이 타는 자동차”라고 한 참석자는 말한다.
이런 식으로 작가-제작자인 오치와 합의를 거치고 나면 변호사인 요스프는 몇 가지의 계약을 성사시킨다.
첫째는 제조사로부터 돈을 직접 받는 것이다. 보통 몇 10만에서 몇 100만달러의 액수이다. 두번째는 물물교환의 형식이다. 예를 들면 배우·스탭들에게 방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영화 속에 호텔이 등장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영화 홍보 지원이다. ‘공중에서’를 위해 힐튼과 어메리칸 항공사가 홍보를 지원했다.
요스프가 제안한 몇가지 아이디어들에 대해 오치의 반응은 엇갈린다. 예를 들어 패스트푸드 식당을 집어넣는 것은 쉽지 않다. 실종된 미국 대통령이 주위의 시선을 끌지 않고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와퍼를 주문할 수가 있느냐는 문제이다. 그런가 하면 그가 보기에 좋은 제안도 있다.
불량스런 특수요원이 술집에서 여자 친구와 어울리는 장면이다. 작가는 그 여성이 요원의 감정적 닻과 같은 존재라고 본다. 거기에서 요스프는 상품 판매의 기회를 보았다. 그 여성이 특수요원에게 행운의 징표라며 뭔가 상표 찍힌 물건을 전달하는 것이다. 감성적 효과를 살리는 한편 자연스럽게 상품 선전을 하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 -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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