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타임스/CBS 여론조사 실업자 대다수, 재정적·감정적으로 극심한 고통 겪어
전국 실업자들의 절반 이상이 일자리를 잃은 후 친구나 친척으로부터 돈을 빌렸으며 비슷한 비율의 실업자들은 일자리가 없어 의사를 찾지 못했거나 치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거의 절반에 달하는 실업자들이 우울증이나 불안 증세에 시달리고 있으며 실업자 부모 10명 가운데 4명꼴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동안 자녀들의 행동에 변화가 생겼다고 밝히고 있다.
가족 간 갈등 늘고 자신감 저하
“재고용되지 못하리란 불안 엄습”
절반가량 돈 없어 병원도 못 찾아
실업은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미국인들의 삶에 재정적, 그리고 정서적인 타격을 안겨 주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뉴욕 타임스와 CBS 뉴스가 성인 실업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 실업으로 인해 이들의 삶에 중요한 변화가 생기고 있으며 정신 건강상 문제, 그리고 최저 생활을 유지하는데도 어려움이 따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708명의실업 성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4% 포인트의 오차 범위를 가지고 있다. 이 조사 결과는 실업률이 10%를 웃돌고 특히 장기 실업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일자리를 잃은 수백만 미국인들이 어떤 상흔을 경험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대략 절반가량의 응답자가 이번 경기침체를 그들의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다 준 고난으로 묘사했다. 일반적으로 실업 상태가 긴 응답자일수록 재정적, 감정적 고통이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는 3월에 일자리를 잃었다. 그때부터 모든 것이 곤두박질 쳤다”고 보험회사의 고객서비스 부문에서 일해 온 미시건의 38세 싱글 맘 비키 뉴튼은 말했다. “고생 고생하다 집 페이먼트와 다른 청구서들을 낼 수 없게 되자 나는 자존심을 접었다. 딸 아이를 먹이기 위해 푸드 스탬프를 신청했다”고 뉴튼은 여론조사 후 가진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여름에 그녀는 집을 포기했다. 그리고는 90분 거리에 있는 아버지의 렌트 하우스에 들어가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실업으로 주택 차압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응답자의 4분의1은 집을 이미 잃었거나 모기지나 렌트 체납으로 차압 혹은 퇴거 위협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튼처럼 4분의1 가량은 푸드 스탬프를 받고 있다. 절반 이상은 사치품과 생필품 지출을 모두 줄였다고 응답했으며 10명 가운데 7명꼴로 자신의 재정 상태가 나쁘거나 아주 나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업이 삶에 미친 영향은 페이먼트의 어려움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거의 절반가량은 실업이 가족들과의 갈등과 다툼으로 이어졌으며 55%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11월 한 조경회사의 매니저 자리를 잃은 위스컨신의 몰린 클렘(51)은 “모든 것이 영향을 받았다. 모든 관계들이 그렇다.
평상시처럼 태평해 질 수 없다. 외모와 자존감이 사라졌다. 그러면서 나는 다시 고용될 수 없다는 절망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불안증이나 우울증을 경험한 실업자의 4분의1은 정신전문 치료사를 방문했다고 밝혔으며 남성 보다는 여성들이 감정적 이슈들을 더 많이 시인했다. 켄터키 루이빌의 태미 린빌(29)은 1년 반전 센서스 국의 사무직 일자리를 잃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메디케이드를 사용해 우울증 치료사를 매주 방문해 왔다. 그러나 얼마 전 차가 고장났지만 이것을 고칠 돈이 없어 방문을 중단했다. 린빌의 남편은 이 지역 포드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지만 일이 산발적이다.
어린 아이 둘이 있는 이들 부부는 아기들 기저귀를 사기 위해 동전을 모을 정도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돈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무너져 버린다. 나는 엄습하는 패닉 에 시달린다. 무엇을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린빌은 말했다.
조사에 응한 성인의 절반은 일자리를 잃었다는 이유로 자주 혹은 가끔 수치심이나 당황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남자들은 가족을 먹여 살려야한다는 전통적 이미지에 비춰 볼 때 남자들이 여자보다 이런 감정을 더 많이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이번 조사에서 아메리칸 드림이 무너지고 있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거의 절반은 자신의 사회적 계급에서 탈락할 위험에 처했다는 위기의식을 나타냈다. 특히 6개월 이상 실업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한층 더 취약했다.
응답자의 절반은 건강보험이 없다고 밝혔다. 대부분은 실업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번 조사는 이런 무보험 상황의 여파를 살펴보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절반 이상이 기본적인 의료치료 조차도 어려운 일이라고 응답했다.
실업자 다수는 자신들의 커리어와 인생의 선택들과 관련해 다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0% 정도는 일자리가 좀 더 많은 곳을 찾아 다른 주로 이주했거나 이주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3분의2 이상이 커리어나 분야를 바꾸는 문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44%는 직업 재훈련과 교육 기회를 찾고 있다고 응답했다.
금년 31세인 내시빌의 조 위틀로우는 친구와 같이 운영하던 자동차 수리업소가 지난 8월 문 닫기까지 미케닉으로 일했다. 그는 전에 학교로 되돌아갈까 고민하다 수입 감소를 우려해 마음을 접었던 적이 있었는데 현재 회계 공부를 위해 커뮤니티 칼리지에 등록했다. “모든 것이 나쁘지만 다른 선택이 없기 때문에 결정이 더 쉽다”고 위틀로우는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실직자들이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으로 의존하는 안전망의 실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절반 이상이 실업수당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수령자의 61%는 실업수당이 기본 생활비 충당에도 부족한 액수라고 말했다.
응답자의 5분의1은 비영리 단체나 종교기관으로부터 식품을 받았다고 밝혔으며 배우자가 일하는 경우 배우자들이 생계를 위해 일하는 시간을 늘리거나 다른 일자리를 하나 더 가지고 있다고 밝힌 경우가 절반에 달했다.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조차 경기침체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업자 대상 조사와 같은 기간 실시된 뉴욕타임스/CBS 뉴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10명 가운데 3명꼴로 지난 한 해 동안 봉급이 삭감됐다고 밝혔다.
높은 실업률에 대한 책임과 관련, 실업자의 26%는 조지 부시 대통령을, 12%는 은행들을 지적했으며 해외 경제와 다른 정치인들의 책임을 든 사람은 각각 8%였다. 오바마를 꼽은 사람은 3%에 불과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의견은 반반으로 나뉘었다. 이를 위한 대통령의 과업수행에 찬성한 사람은 47%, 반대는 44%였다. 미래의 직업시장과 관련, 39%는 개선될 것으로 내다 봤으며 36%는 현상 유지, 22%는 악화를 예상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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