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다 보면 허름한 아파트에서 노래하는 밴드 광고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은 크레딧만 제대로 체크했더라도 이처럼 신세를 망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한탄한다. 무료로 크레딧 보고서를 보내준다는 ‘프리 크레딧 리포트 닷 컴’(freecreditreport.com) 광고다. 연방 통상위원회(FTC)는 이 광고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법적으로 무료 크레딧 보고서를 받을 수 있는 사이트와 비슷한 이름으로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그 후 소비자들에게 크레딧에 중요한 변화가 있을 때마다 알려준다는 이유로 월 14달러95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무료 사이트와 유사한 유료 사이트 성행
필요 없는 크레딧 모니터 해준다며 돈 챙겨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이 광고를 풍자하는 광고를 만들어 내보내고 있다. 비슷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나와 “다른 데서는 무료로 준다고 당신을 유혹하지만 여기 빠져 들면 뭔가를 사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런 광고는 냈지만 정부가 직접 크레딧 모니터 회사에 관여할 수는 없다. 얼떨결에 가입한 사람을 포함, 100만의 고객을 갖고 있는 이들 회사의 연 매출은 10억달러에 이르며 급속히 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 회사는 고객 크레딧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가 생겼을 때 이를 즉시 고객들에 알려준다. 이 서비스는 아이덴티티 절도단이 타인 이름으로 새 구좌를 열어 피해를 본 고객들에게는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이 서비스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이 비판자들 이야기다. 청구서만 잘 보고 매년 몇 번 크레딧 보고서를 체크해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런 일을 하는 데는 돈이 들지 않는다. 정부가 법으로 ‘프리 크레딧 리포트 닷 컴’과 이퀴팩스, 트랜스유니언을 소유하고 있는 익스피리언 사로 하여금 매년 소비자들에게 무료 보고서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익스피리언 소비자 담당 직원이자 컨수머월드 창립자인 에드가 드워스키는 “보통 사람이 4달에 한 번 이상 크레딧 보고서를 볼 필요가 있는가”라며 “이를 매일 살핀다는 것은 정신병”이라고 말했다.
다른 회사들도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익스피리언이 이 분야 선두주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900만 명의 고객이 매년 6억5,000만달러에서 7억달러를 크레딧 모니터에 쓰고 있다. 익스피리언의 시장 점유율은 다음으로 큰 회사 3개를 합친 것보다 크다. 이 회사는 작년 광고비로만 5,400만달러를 지불했다.
워낙 이윤이 좋기 때문에 캐피털 원과 디스커버를 비롯한 대형 크레딧 카드 회사들도 익스피리언과 제휴해 고객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펼치며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고객이 걸려들면 일부를 챙기고 나머지를 익스피리언에 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FTC는 무료로 착각하게 만들어 이 사이트에 소비자를 끌어 들인 것만 문제 삼고 있다. 익스피리언은 지난 5년간 이런 이유로 125만달러를 FTC에 지불했다. ‘프리 크레딧 리포트 닷 컴’ 대신 ‘애뉴얼 크레딧 리포트 닷 컴’(AnnualCreditReport. com)에 가면 무료로 크레딧 보고서를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익스피리언은 금융 위기로 자신의 크레딧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소비자들 심리를 이용, 마케팅에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 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연방 의회는 최근 제정된 크레딧 카드 개혁법에 FTC로 하여금 ‘프리 크레딧 리포트 닷 컴’ 같은 사이트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
익스피리언의 소비자국장인 타이 테일러는 회사의 방침은 아무 것도 숨기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회사 제품을 테스트 해 보는 것만으로 무료 보고서와 크레딧 점수를 알 수 있다”며 “크레딧 보고에 관해 바로 알도록 하는 소비자에게도 공정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년 전까지 만도 소비자들이 자기 크레딧을 알아보려면 크레딧 보고서를 사거나 론을 신청했다 거절당해야 했다. 크레딧 보고서는 지금과 과거 채권자, 그리고 채무자의 상환 기록을 담고 있다. 그런데 페어 아이작이라는 회사가 FICO라는 크레딧 점수를 발명해냈다. 300에서 850까지로 돼 있는 이 숫자는 융자자로 하여금 점수가 높은 사람에게는 낮은 이자로, 낮은 사람에게는 높은 이자를 매기는 것을 가능케 했다.
이 점수는 90년대 중반 패니 메이와 프레디 맥이 모기지 융자 회사로 하여금 이를 사용하도록 하면서 중요성이 커졌다. 이와 동시에 컨수머 인포라는 회사가 크레딧 모니터 서비스를 팔기 시작했다. ‘프리 크레딧 리포트 닷 컴’이란 사이트를 만들고 모니터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무료로 크레딧 보고서와 점수를 알려줬다. 익스피리언은 2002년 이 회사를 샀다.
그 다음해 연방 정부는 소비자들이 매년 3개 크레딧 회사로부터 무료로 이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만들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소비자들은 ‘프리 크레딧 리포트 닷 컴’과 ‘애뉴얼 크레딧 리포트 닷 컴’을 착각하기 시작했다. 익스피리언은 이 혼란을 이용해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광고를 구글 등에 내기 시작한 것이다.
FTC는 익스피리언에게 혼동의 원인인 ‘프리 크레딧 리포트 닷 컴’ 웹사이트를 정부 측에 줄 것을 요구했지만 익스피리언은 이를 거절했다. 회사 측은 이미 이 사이트를 운영한지 수년이 지났다면서 이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FTC는 그 후 ‘프리 크레딧 리포트 닷 가브’(freecreditreport.gov)라는 새 사이트를 만들었다.
한 때 이 회사에서 일했던 에반 헨드릭스는 이 회사가 처음부터 웹사이트 이름이 혼동을 일으킬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무료가 아니면서 무료라는 말을 쓰는 것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며 “이 문제를 지적했지만 결국 돈이 이겼다”고 말했다. 이 회사 투자 담당 부사장인 펙 스미스는 “우리는 그런 문제를 900만 고객이 원하는 것과 상업적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익스피리언 같은 회사가 고객들에게 크레딧 모니터의 중요성을 설득하기 좋은 때다. 페이먼트가 늦어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크레딧 보고서가 융자자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걱정하고 있다. 일부 고용주는 크레딧 기록이 나쁘다고 구직자 채용을 거부하기도 한다.
수백만의 소비자가 최근 자기 크레딧이 나빠지지 않았을까 우려하고 있다. 크레딧 카드 회사들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크레딧 한도를 줄이고 쓰지 않는 구좌를 취소하고 있다. 뉴저지 프린스턴의 정보 매니저인 프리티 샤마는 남편과 집을 사면서 돌발 사태로 융자가 거부당하지 않도록 크레딧 모니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녀는 집을 산 후에도 계속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익스피리언의 최고 책임자인 돈 로버트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매우 알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