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확대 따른 경제 부작용 우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 미 정부가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매입에 7천억 달러를 투입키로 하는 등 강도높은 금융위기 해결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요동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급락하고 미 달러화 가치는 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데다 국제유가와 금값은 폭등하는 등 금융시장을 다시 요동을 쳤다.
미 정부의 금융위기 해결책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한데다 막대한 재정 투입에 따른 재정 적자 확대와 이로 인한 부담이 경제에 미칠 부작용 등에 대한 우려가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미 정부의 금융위기 해결책이 시장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금융위기 대책 부작용 우려 = 미 정부 대책이 가져올 가장 큰 부작용은 미국의 재정적자를 확대시킨다는 점이다.
미 재무부는 최근 의회에 구제금융을 위한 자금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국채발행 한도를 6.6% 상향 조정해 11조3천150억달러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대규모 국채발행은 결국 재정 적자 확대로 이어질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납세자 부담을 키워 경제에 악영향을 주게 됨을 의미한다.
이달 말로 마감되는 2008회계연도에 미국의 재정적자는 3천894억달러로 추산된다고 재무부가 이미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작년 회계연도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내년에는 적자가 더 커져 4천8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면 재정적자는 훨씬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구제금융의 여파로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경제학자들이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RBS 그리니치 캐피털 마켓의 외환전략 책임자인 앨런 러스킨은 블룸버그 통신에 대규모 구제금융에 따를 엄청난 재정 적자 문제가 사람들에게 달러 가치를 포함한 향후 나타날 모든 상황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부실자산 정리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됨에 따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것도 달러 자산에 대한 매력을 감퇴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미 달러화 가치가 이날 급락했고, 이와 반대로 원유와 금 등 인플레 헤지 수단으로 여겨지는 안전자산에 투자가 몰리면서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특히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주말 종가보다 16.37달러(15.7%) 오른 120.92달러로 마감, 사상 최대의 폭등세를 보였고 12월 인도분 금 값도 5.1% 급등한 온스당 909달러에 거래를 마쳐 900달러를 훌쩍 넘었다.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계획이 지난 3개월간 지속했던 달러화 강세 흐름을 끝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바클레이은행의 외환전문가인 데이비드 우는 달러가치의 하락은 금융위기 해소에서 얻을 수 있는 단기적인 성과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불확실성과 경제성장 둔화 부담 = 미 정부의 대책이 당초 모기지 관련 부실 자산만 인수하는 것에서 신용카드 부채 등 다른 부실 자산의 정리까지로 확대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 비용을 초래할지 모르는 불확실성도 불안감을 키우는 부분이다.
스코티아 캐피털의 외환전략가인 새커 티하니는 로이터 통신에 부실자산 정리 비용이 늘어나면 정부의 재정과 납세자 부담이 얼마나 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이런 불확실성이 달러 약세를 이끌고 미 자산에 대한 국제적 수요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 정부의 대책으로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이 정리되더라도 이미 빡빡해진 신용사정 등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고용이 악화된 상황에서 성장 둔화로 향하고 있는 미 경제를 바로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뱅크오브뉴욕 멜론의 수석외환전략가인 사이먼 데릭은 구제금융계획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다른 국가들의 경제성장이 심각하게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미 상무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7월 개인 소득은 0.7% 감소해 2005년 8월 이후 가장 크게 줄었고 7월 소비지출은 0.2% 증가했지만 물가상승을 반영한 실질 소비지출은 0.4% 줄어 2004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실업률도 8월에 6.1%로 전달의 5.7%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또 이번 금융위기를 초래한 모기지 부실의 원인이 된 주택시장 침체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가 달러 가치 하락으로 당분간 상승세를 보일 수도 있지만 미국과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가 지속될 경우 석유 수요도 감소할 수 밖에 없어 유가 강세가 이어지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석덴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마이클 데이비스는 마켓워치에 많은 사람들이 미 정부의 대책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미 경제를 구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런 대책이 금융시장 혼란을 끝낼 것이란 확실한 보장이 없고 최근 사태가 미국과 세계 경제에 미칠 장기적 영향은 당분간 피부로 느낄 수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해 불확실성이 여전함을 설명했다.
ju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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