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면 조각작품 ‘시점.’
박선기의 숯 설치작품.
사비나 리 화랑은 한국과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조각가 박선기의 초대전을 14일부터 7월19일까지 개최한다.
박선기씨는 숯을 이용한 설치작업으로 국내외에서 크게 주목 받고 있는 작가. 수많은 숯 조각들을 투명한 나일론 줄로 공중에 매달아 기하학적 형태의 계단이나 기둥, 아치 같은 구조물을 암시적으로 표현한다. 구조물은 원형이나 사각형 같은 추상적인 형태로 나타나는데 공간에 떠있는 숯들이 서로 겹쳐져 보이는 형태들이 수묵 산수화 같기도 하고, 공간에 떠 있는 흑백 드로잉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불에 탄 나무의 잔흔인 숯은 그 자체로 에너지원이다. 한편으로는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순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존재이기도 하고 ‘정화’의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다. 자칫 동양적인 소재로 여겨질 수 있으나 서양인들의 생활에도 뿌리 깊게 존재해 온 소재라고 한다. 숯을 엮는데 화학섬유인 나일론 줄을 사용하는 이유는 자연물인 숯과 대비되는 문명의 성격을 보여주기 위한 것.
작가가 미국에서는 처음 갖는 이번 개인전에는 원형계단이 설치된다. 천장에서부터 돌아 내려오는 원형 계단은 중간이 조금씩 터져 공간으로 흩어지는 형태로 허상의 계단임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5점의 벽면 조각도 전시된다. 테이블, 의자, 사과 접시 등 일상적인 정물의 형태이지만 그 형태 역시 테이블이면서도 사물을 올려놓을 수 없는 허구의 공간. 앞에서 보면 입체이지만 옆에서 보면 단지 6~7인치 정도의 두께일 뿐이며. 이 역시 실재이나 허상이고, 물리적이면서 개념적이다. 흰 벽면에 하얀색의 조각이 보여주는 냉정함과 순백함, 보는 시점에 따라 눈의 착각을 일으키는 조각작품들은 관객들을 또 다른 시각적 공간으로 유도하는 흥미로운 예술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중앙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밀라노 국립미술원으로 유학을 떠나 11년간 유럽각지에서 활동하다 귀국한 박선기의 작품들은 서울 청담동 신세계와 웨스틴 조선호텔, 안성 3?1운동 기념관, 삼성물산 서초동 본사사옥, 장충동 신라호텔의 1층 로비 등에 설치돼 있다.
오프닝 리셉션은 14일 오후 6~8시.
갤러리 주소와 전화번호는 5365 Wilshire Blvd. LA, CA 90036, (323)935-9279 www.sabinaleegallery.com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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