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탄 브로드웨이의 한인 무역도매업계는 최근 경기 침체와 렌트 인상, 타민족 업체의 시장 침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70년대 가발에서 시작된 뉴욕한인 무역 도매업계가 기로에 서있다.
한국의 가발과 의류, 커스텀 주얼리 등 경공업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첨병으로 활약하면서 급성장을 해왔으나 2000년대 들어 무역도매업계의 판도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계 등 타민족의 진출이 크게 증가했고, 미국 경기 침체로 인한 매출 부진 등이 한인 무역도매업계를 옥죄고 있다. 한인 무역도매업계는 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상품과 시장 개발 노력을 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특히 한인 1세들이 추진해왔던 기존의 성장 동력에 한인 1.5세나 2세들의 능력을 ‘수혈’해야 한다는 것이다.
뉴욕한인경제인협회의 정재건 회장은 “한인 업소들이 30년전과 똑같은 장사 패턴을 고수해서는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 적응할 수 없다”며 “업소내 인테리어와 같은 작은 부분부터, 고객 서비스와 마켓팅까지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역도매업계의 성장과 한계
‘브로드웨이 도매상가’로 일컬어지는 맨하탄 32가 일대는 그동안 한인들이 만들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은 렌트와 치열한 경쟁 등으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6-7년여전만해도 전체 도매업체의 50% 정도를 차지했던 한인 업체는 지금은 30% 수준이다.이 지역에서 한인 무역도매업계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이어가 원하는 제품을 즉시 공급할 수 있는 ‘재고 확보’ 방식이었다.
지방이나 해외에서 주문을 받은 뒤 물량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업체와 달리, 한인들은 미리 물량을 확보한 뒤 필요한 제품을 즉시 제공하는 방식을 적용했다.중남미나 아프리카 등지의 바이어들에게 이같은 방식은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효과를 냈고 한인 무역도매업계는 급성장할 수 있었다. 한인 무역도매업계의 주요 제품은 초기 가발과 모자, 가방 등에서 의류와 주얼리, 장난감 등으로 확대됐고 일부에서는 전자제품 등을 취급하기도 했다. 중국시장이 개방되면서 한인 무역도매업계는 중국이나 베트남 지역에 공장을 운영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했다.
그러나 중국계와 중동계 등 타민족의 도매업계 진출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커스텀 주얼리를 취급하는 ‘토파’사의 전병관 사장은 “공급 과잉이 된 90년대 후반부터 한인 무역도매업계는 투자를 통한 전문화를 꾀하고 미국 대형 마켓에 진출하는 노력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건비가 싼 베트남이나 인도 태국 등 동남아 지역으로 소싱 지역을 확대하면서 제품 단가 경쟁을 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만들어야
한인 무역도매업계는 전문화와 마켓팅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3년전까지만해도 ‘효자 상품’이었던 커스텀 주얼리의 경우에서 보듯이, 비슷비슷한 제품으로는 바이어의 눈길을 끌 수 없기 때문에 디자인과 질적인 측면에서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체인 앤드 판타지아’사의 한 관계자는 “단가를 줄이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며 “각종 쇼와 새로운 시장을 찾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고 남들과 다른 디자인의 제품을 내놓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마켓팅과 서비스가 약점이었던 한인 업계에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른 것은 한인 1.5세 및 2세들이다.
단순히 언어의 도움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갖고 있는 감각과 미국식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정 회장은 “한인들이 자수성가할 당시의 부지런함과 검소함 등의 덕목에 한인 1.5세들이 갖고 있는 미국식 스타일을 접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실제로 최근 무역도매업체 중 한인 1.5세 또는 2세 경영인을 전면에 내세운 업체들이 많아졌다.신진상사나 뉴욕엔터프라이즈, 영타운 등의 한인 올드타이머가 운영하는 무역도매업체들은 대부분 2세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가발 및 뷰티서플라이업체인 ‘뉴지구상사’에서 독립 경영체제로 나온 ‘헤어 모션 인터내셔널’사의 찰스 박 사장은 “미국 주류회사의 거래량 확대 등 대외적인 부분 뿐아니라 회사 운영의 시스템화와 직원 관리 시스템 변화 등 미국식 경영 방식을 도입했다”고 말했다.빠르게 변화되는 경제 환경속에서 한인 무역도매업계가 선택할 길은 많지 않아 보인다.
꾸준한 제품 개발 노력과 한인 1.5세들을 통한 미국식 경영 시스템 도입 등이 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주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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