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달린다, 내일을 향해…
한국에서 크게 유행했던 말 ‘삼팔선.’ ‘38세까지 자리를 지키면 선방한 것’이란 뜻으로 이태백(20대의 태반이 백수), 사오정(45세가 정년), 오륙도(56세까지 버티면 도둑놈) 등과 함께 한국의 심각한 구직난을 웅변적으로 표현하던 신조어였다. 하지만 날개 꺾인 많은 모국의 동년배들과 달리, 이방에 새로 뿌리 내리며 살아가는 코리안 아메리칸 38세들은 낯선 토양에 굴하지 않고 꿈을 향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주어진 자리에서 저마다 거침없이. 1969년 6월9일 창간된 본보와 같은 해에 태어나 이미 38세가 되었거나 몇 달 후 맞이할 ‘창간둥이’ 세 사람의 삶과 꿈을 만나보았다.
■첼리스트 김소혜씨
‘음악 꿈나무’ 돌보기 바빠
‘델제수 스트링스’의 멤버로 지난 주말 콜번 스쿨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청중들에게 선사했던 첼리스트 김소혜씨. 그의 보람은 이중문화의 틈바구니에 있는 한인 자녀들이 음악을 통해 미루나무처럼 올곧게 자라도록 돕는 일이다.
그가 홈 스튜디오에서 가르치는 학생들은 20여명 남짓. 레슨이 일대일로 이뤄지기 때문에 매주 1시간을 꼬박 함께 하는 교사가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자녀 대입원서에 첼로 했다는 이력을 한 줄 적고 싶어서…’라는 부모들의 바람과는 조금 다르게 그는 ‘음악은 인조이할 수 있는 그 무엇’이란 점을 아이들 마음에 음각시키려 애쓴다. “한 번 사귀어두면 일이 있어 한참을 멀리 했다가 다시 찾아와도 반가이 맞아주는 친구가 바로 음악이거든요.”
“레슨을 20여년 했지만, 지금도 늘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그는 요즈음 새로운 꿈에 가슴 설레고 있다. 제자들과 만든 ‘첼리스트 앙상블’이 병원, 양로원 등을 찾아가 쓸쓸한 가슴을 음악으로 보듬어 주는 일을 올 여름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연주자로서 자신을 키우는 일에도 열심이다. 얼마 전엔 재즈를 배웠으며, 수준급의 연주솜씨를 녹여낸 음반을 가을이 오기 전에 제작할 작정이다.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줄리아드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솔리스트로서 서울 시향, KBS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다. 최근에는 샌버나디노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부수석을 역임했다.
■이승호 변호사
위안부 결의안 통과 앞장
요즘 이승호 변호사의 마음은 고객들로부터 수임한 케이스를 빼고는 온통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HR 121) 통과 캠페인에 쏠려 있다. 그의 윌셔가 사무실을 찾으면 연방 하원의원들이나 커뮤니티 관계자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편지, 탄원서 서명용지 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신의 사무실을 캠페인 본부로 내준 까닭이다.
“대학시절이후 잊고 살았던 ‘미국서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살아가는 의미’를 다시 자각하고 이 일에 두 팔 걷어붙이게 되었습니다.”
그 후 그는 본보 기고 등을 통해 일본 정부의 사실 인정 및 사과, 재발방지를 위한 교육 등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홍보하는 한편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힘을 합해 가주 연방하원의원 52명을 대상으로 전화, 이메일, 방문 공세를 융단폭격처럼 쏟아댔다.
“전국 의원 130명을 공동발의자로 HR 121에 동참시키는 빛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남가주에선 27명 중 22명이 서명했고요. 지금은 하원 외교관계상임위 안건 상정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상법 및 부동산 분야에서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이 변호사는 “변호사와의 만남을 중요한 비즈니스 계획을 함께 세우는 컨설팅으로 여겨야 한다. 현실적 기대치를 가져라. 그들은 ‘족집게 도사’나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며 변호사 활용법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고교때 이민 와 UC 버클리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하고 페퍼다인 법대를 졸업한 뒤 상법 및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이상철 강도사
병원선교·제자훈련 분주
이민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함께 나누는 사역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것을 통해 코리안 디아스포라에게 주신 ‘킹덤 드림’을 깨닫고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동역하는 게 목표입니다.”
영혼을 돌보는 일에서 존재의 이유를 확인하는 이상철 강도사. 30대 후반의 그는 이민교회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교회중 하나라고 믿는 남가주 사랑의 교회에서 7년째 목회하는 일이 즐겁기만 하다. 주일마다 모여 성경공부를 하는 교구의 130여 성도들을 돌보고 의료상담과 연례 커뮤니티 의료축제를 관할하는 한편 수요 제자훈련과 목요 ‘기도골방’을 인도하고, 12개 ‘기도샘터’를 코디네이트 하는 일 등이 그의 몫이다. 녹록치 않은 사역이지만 ‘거룩한 꿈’이 그를 지탱해준다.
“앞으로도 1세와 1.5세들이 다른 사람들을 위한 ‘복의 통로’가 삶을 살도록 돕고 싶습니다.”
이 강도사는 고교 1학년 때 브라질 이민을 갔다 미국으로 재이민 온 사례. 덕분에 유창한 한국어와 포르투갈어를 구사하며, 아르헨티나에서도 살아 스패니시까지 3개 언어에 능통한 부인과 집에서 대화할 때는 다양한 언어가 튀어나온다. 소명을 받은 것은 브라질에서 캠퍼스 선교단체에 속해 있던 대학교 2학년때. 그 후 그는 줄곧 소명의 푯대를 향해 달려 탈벗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를 취득했으며, 8월 목사고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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