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깨끗한 에너지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에너지 위기론이 끊이지 않고 있는 요즘 바람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크다. 또 잘만 하면 값싸게 무한정 공급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받고 있다. 정말 그럴까. 바람 에너지는 양어장에서 물고기를 건져올리는 것처럼 간편하고 아무 문제없는 에너지원일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물론 지난 20년간 엔지니어들은 신기술 개발을 이용해 풍력 에너지 가격을 약 80%나 싸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풍력은 커다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자연의 선물이기는 하지만 예측하기가 힘들고 정작 에너지가 필요할 때 바람이 제대로 불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기가 필요한 소비자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제 때 전기를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아무리 값이 싸도 적재적소에 전기를 흐르게 하지 못하면 그 가치는 반감하게 마련이다. 풍력이 바로 그 짝이다. 미 전국에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텍사스를 예를 들어본다. 무더위에 에어컨을 켜면 어마어마한 전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개발 붐으로 인해 새집과 상가가 곳곳에 들어서 전력소비량이 급증했다. 전기회사들은 전력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발전소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값싸고 무한정 공급 가능한 재생 에너지로 주목
‘전력 20% 충당’기대불구 바람 안불면 무용지물
풍력발전기 옆에 비상용 발전기 같이 설치해야 안심
생산 효율성 향상·안정적 공급 위한 기술개발 절실
그런데 풍력발전소를 세우면 반드시 그 곁에 석탄이나 개스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를 같이 건설해야만 안심이다. 전기를 공급하기로 해 놓고 바람이 불지 않아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소비자들에게서 원성이 자자할 것이기 때문이다.
텍사스에서는 가장 무더운 시즌에 바람이 잠잠하다. 풍력을 이용해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환경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만 화력발전소를 대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풍력발전기는 통근자들이 해가 쨍쨍 내리쬐는 날 자전거를 차고 안에 넣어놓는 것과 마찬가지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노스다코타에서 텍사스까지 8개 주에 전기를 공급하는 엑셀 에너지(Xcel Energy)의 환경정책 디렉터 프랭크 프래거는 “우리 회사는 미국에서 풍력을 공급하는 최대 회사이지만 바람에의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비상시에 대비해 저효율 화력발전소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만일 바람이 충분히 불지 않아 풍력발전기를 20%만 가동할 경우 시간당 1메가와트의 풍력발전을 충당하기 위해 8달러를 추가 지출해야 한다. 시간당 1메가와트는 대형병원이나 월마트가 한 시간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이다. 비상용 발전기를 가동하는 비용이다. 이는 시간당 1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 50-60달러에 추가되는 비용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석탄을 이용하는 화력발전소의 경우 33-41달러면 1메가와트를 생산한다. 그런데 문제는 화력발전소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에 대한 환경보호세금이 많아 경제성이 떨어진다.
아무튼 풍력을 적절히 생산하고 저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개발 없이는 풍력발전의 현실적인 문제에 정면으로, 예상보다 빨리 부닥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이 향후 미국의 전력공급량의 20%를 풍력으로 대체할 것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긴 했지만 과연 이러한 계획이 실천되려면 풍력을 생산하고 저장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풍력에 대한 기대는 단순한 기대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가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를 점점 더 강화할 것이 자명한 상황에선 에너지원 확보란 차원에서 일종의 생존경쟁이기도 하다.
그러나 풍력이나 태양열은 자연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시 말해, 자연의 협조에 의지하는 풍력, 태양열 에너지 사업은 그만큼 불안하다는 것이다.
풍력발전기를 만드는 GE의 엔지니어들이 나름대로 연구를 통해 발전기의 성능을 높였다. 바람의 변화가 심해서 발생하는 정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전력공급량을 비교적 고르게 안정시키는 기술이다. 그러나 이도 완전하지는 않다.
게다가 자연은 심술궂다. 전력 소비량이 비교적 적은 겨울밤에는 세게 분다. 만일 바람이 여름철에 강하게 불어준다면 비싼 개스를 이용한 발전소를 굳이 가동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자연은 우리의 말을 듣지 않는다. 에너지원으로서의 풍력의 한계는 바로 여기에 있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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