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미군에 대한 모독”
백악관 공세에 케리 사과
중간 선거를 엿새 앞두고 터져나온 존 케리 민주당 상원의원의 돌출 발언이 선거판에 파장을 드리우고 있다.
케리 의원은 지난 31일 필 안젤리데스 민주당 캘리포니아 주지사 후보 지원 유세 중 대학생들에게 “공부 열심히 해라. 그렇지 않으면 이라크에 가서 처박힌다”고 말해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진영으로부터 이라크 미군을 모독했다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수렁에 빠져드는 이라크 사태로 절대 열세에 시달리고 있는 공화당과 백악관측은 기다렸다는 듯 케리의 발언을 문제삼아 파상공세를 퍼부었고 민주당에 호의적이었던 여론도 움찔거리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1일 로이터 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케리 의원은 농담이라고 했지만 내겐 그의 발언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면서 “그는 이라크 주둔 미군을 모욕했다”고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도 “케리 의원이 이라크 미군 병사와 가족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거들고 나섰다. 백악관은 또 “케리 의원의 실언은 미군에 대한 또다른 공격”이라는 딕 체니 부통령의 몬태나주 지원 유세 연설문을 이례적으로 사전 배포하는 등 드센 몰아치기로 효과의 극대화를 꾀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테네시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접전을 치르고 있는 해럴드 포드 민주당 후보는 “의도야 어떻든 케리의 발언은 잘못됐다”고 정면 비판했고, 몬태나주 존 테스터 후보 역시 “정말 바보 같은 짓”이라고 힐난했다.
결국 케리 의원도 두 손을 들었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사과해야 할 사람은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이라며 버티던 케리 의원은 1일 “내 실언으로 상처받은 미군들에게 개인적으로 사과한다”며 아이오와, 미네소타, 펜실베니아주 등 이미 사전에 잡혀 있던 지원 유세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케리는 1일 MSNBC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잘못된 농담이었다”면서 “학창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똑똑하지도 않으면 부시 대통령처럼 사람들을 이라크로 보내 고생시킨다”는 원고를 잘못 읽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라크 미군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면서 공화당이 자신의 발언을 왜곡, 진상을 오도하는 선거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공화당 지도부는 케리의 실언이 이라크전 실망으로 등을 돌렸던 공화당 지지세력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MSNBC는 1일 인터넷에 게재한 분석기사를 통해 “부시 대통령과 케리 의원의 공방을 부각시킬 경우 이번 선거가 부시 대통령에 대한 신임투표이자 이라크에 대한 중간평가는 사실을 유권자들에게 재인식시키는 계기로 작용, 공화당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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