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매립된 백인 전용 수영장
인종차별 없는 수영장으로 복원된다
섬유산업 번창하던 미시시피주 스톤월 지역
흑인들은 변두리 개울 물놀이로 아쉬움 달래
70년대 민권운동 확산, 흑-백 분쟁소지에 매립
전 주지사 후보, 자비 들여 흙더미 파내기 시작
내년 여름 개방 예정, 모든 인종에게 활짝 오픈
남부 지방, 특히 미시시피 주의 스톤월에는 인종차별의 전형과 같은 것이 있었다. 바로 공공 수영장이다. 일반 대중 누구에게든 개방돼야할 공공 수영장에 백인 어린이들만 득실댔다. 흑인들은 얼씬도 못했다. 수십 년 전의 일이다.
1970년대 들어 이 수영장이 문을 닫았다. 유색인종들이 이 지역에 밀려들고 인권 운동이 고조되면서 인종차별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이 수영장의 존속을 불가능하게 했다. 길이 100피트 폭 30피트의 이 수영장은 황토를 실어 나른 트럭에 의해 파묻히고 말았다. 그 상태로 30년이 넘게 지금껏 보전돼 왔다. 사실상 잊혀져온 것이라 하는 게 정확하다.
그러다 지난 여름 이 수영장에 새 바람이 불었다. 지역 부동산 개발 업자가 손을 댔다. 이 개발업자는 과거 인종차별의 희생자이기도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수영장 주변 땅을 파헤쳤다. 옛 모습을 복원하려고 작업을 시작했다.
길버트 카마이클은 이 수영장을 복원하는데 2만5,000달러를 쓸 참이다. 그리고 완공 후엔 인종차별 않고 모든 주민에게 개방할 방침이다.
이 수영장은 내년 여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관리를 제대로 하기 위해 이용자에게 소액의 돈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인종차별은 엄금사항이다. 수영장 복원작업은 과거 인종차별의 어두운 그림자를 새삼 상기시켰다. 동시에 당시 이 수영장이 폐쇄될 때 백인 어린이들이 당혹해 하던 모습도 카미이클(79)에게는 잊혀 지지 않았다.
스톤월 전 시장 아델 코빙턴(87)은 “당시 백인 어린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수영장이 문을 닫자 무척 놀랐다. 또 성을 냈다. 남부 지역의 공공수영장이 거의 모두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회상했다.
코빙턴의 자녀도 스톤월 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웠다. 이 수영장은 스톤월 지역에 근거를 둔 섬유회사 버링턴 인더스트리가 소유하고 있었고 관리했으며 폐쇄했다. 이 회사는 2002년 100년 영업을 마무리하고 문을 닫고 말았다. 버링턴 인더스트리는 2차 대전에 육군에 군복 등을 납품하면서 엄청난 부를 일궜으나 세월이 흘러 쇠락을 길을 걷고 말았다. 이에 따라 스톤월 지역이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지금 이 마을엔 상자처럼 생긴 노동자들의 숙소가 즐비하고 섬유공장 지대를 연상케 하는 거대한 기계들이 눈에 띈다. 그리고 주민의 25%가 흑인이다. 흑인 어린이들은 과거 백인들이 사용하는 수영장을 사용할 수 없어 멀리 떨어진 수영장에 가곤 했다.
섬유공장에서 일했던 린디 구드윈은 “흑인 소년들은 수영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 멀리 있는 개울에 가서 물놀이를 즐겼다”고 회상했다. 반면 백인 어린이들에게는 이 수영장이 아주 흥겨운 놀이터였다. 1969년 신문 사진기자로 일했던 캐롤 포드는 “물을 튀기면서 마구 뛰어놀던 수영장”이라고 했다.
이 수영장이 황토로 매립될 때 백인들은 착잡해 했다. 오리 데이비스는 “이 마을에서 일어났던 최악의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노골적으로 반대할 형편은 아니었다. 백인들은 수영장에 대한 향수를 잊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백인들은 변화하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내심 인종 간 뒤섞임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다른 백인 주민들은 이 수영장이 폐쇄됐던 게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했다. 만일 흑인과 백인이 이 수영장에서 같이 수영을 하게 됐으면 예기치 않은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당시 백인들은 흑인과 백인이 함께 수용하는 것을 흑인남자들이 백인 여자들에게 다가가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펄쩍 뛰었다. 수영장을 매립한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이로 인해 싸움이 날 것이 자명하므로 원인을 소멸시키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수영장 복원을 맡은 카마이클은 이러한 휘발성 부분을 건드리길 원치 않는다. 그는 1970년대 온건한 공화당 후보로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공화당원이지만 인종문제에 있어 매우 자유주의적인 입장을 취해 보수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었다.
그는 후에 부시 시니어 행정부에서 연방철도청장을 지냈다. 그는 과거 자동차 딜러를 운영할 때 인종증오 낙서로 더럽혀지고 깨진 민권운동가들의 차 유리창을 여러 차례 갈아주기도 했다.
카마이클과 함께 수영장 복원에 나선 톰 세브링은 부분적으로 드러난 수영장 모습을 보고는 “흙더미에 묻힌 지난 세월을 생각하면 답답해진다. 아무 쓸모없는 일이었다”고 했다. 수영장을 복원해 인종차별 없는 수영장을 만들 때 아픈 과거도 진정으로 치유될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