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조지 브리드러브와 대결서 승리
(정선=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남편이라도 승부는 승부죠
여자 포켓볼 섹시 스타 자넷 리(35)가 별명인 ‘검은 독거미(Black Widow Spider)’답게 미국인 남편과 부부 대결에서 화끈한 승리를 거뒀다.
자넷 리는 17일 오후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강원랜드 특설무대에서 펼쳐진 ‘2006 강원랜드컵 포켓 나인볼 한-미 대항전’에서 남편인 조지 브리드러브와 대결에서 3-2로 역전승했다.
‘검은 독거미’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주로 서식하는 독거미의 일종으로 암컷이 교미 후 수컷을 잡아 먹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자넷 리가 이 별명을 얻게 된 것은 승부에 있어서 누구보다 냉철함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 대표를 뜻하는 붉은 색 티셔츠에 딱 달라붙는 검은색 바지 차림으로 경기를 한 자넷 리에게 아무리 사랑하는 남편이라도 승부에 있어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었고 남편 브리드러브도 미국 대표의 자존심이 걸려 있어 봐줄 수만은 없었다.
이 때문인지 경기 시작 전부터 둘 사이에는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경기 직전 인터뷰에서 자넷 리는 남편이 칠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아서 미안하다며 필승 의지를 다졌고, 브리드러브는 ‘자넷 리가 선수가 아닌 아내나 엄마로서는 어떻냐’는 질문에 한번 생각해보자며 즉답을 꺼렸다.
세트 스코어 3선승 방식으로 시작된 경기 1세트는 자넷 리의 선공으로 시작됐는데 경기는 수비 위주로 흘러갔다. 브리드러브가 자신의 차례에서 3번 공을 어려운 위치에 놓은 뒤 ‘어디 한번 쳐 보시지’라는 뜻의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자넷 리는 쿠션을 먼저 맞추고 공을 포켓에 집어 넣는데 성공하고 나서는 ‘이 쯤이야’라는 몸 동작을 보여줬다.
자넷 리가 1세트를 이기자 브리드러브는 2세트를 비교적 쉽게 따냈고 3세트 초반에는 다시 수비가 이어졌다. 결국 자넷 리가 2번 공을 넣는데 실패하자 브리드러브는 연속으로 공을 포켓에 집어 넣었으며 9번 공을 넣기 전에는 승리를 자신하는 듯 자넷 리에게 윙크를 보내기도 했다.
세트 스코어 1-2로 몰려 한 세트만 내줘도 패하는 상황. 4세트가 시작되자 자넷 리는 침착함을 되찾았고 브리드러브가 브레이크샷을 스크래치(흰 공이 포켓에 들어가는 경우)를 내자 이후부터 상대에게 공격권을 넘겨주지 않고 2-2 동점을 만들어냈다.
마지막 세트 브레이크샷을 하기 전 자넷 리는 쇼맨십을 발휘, 관중들에게 박수를 유도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5세트에서 자넷 리는 완벽한 수비로 브리드러브의 실수를 유도했으며 이후 연속으로 공을 집어 넣으며 앞서 나갔다.
하지만 7번 공을 칠 차례에서 자넷 리는 비교적 쉬웠음에도 긴장한 탓인지 큐(Cue)를 공에 빗맞추고 말았다. 자넷 리는 어이없는 실수에 낙담했지만 위기는 곧 기회였다. 브리드러브가 다음에 칠 공이 쉽지만은 않았던 것.
자넷 리의 바람대로 브리드러브는 7번 공을 얇게 맞추지 못했으며 결국 자넷 리는 완벽한 포지션 플레이로 진땀나는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마지막 9번 공이 포켓에 들어가는 순간 자넷 리는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환호했으며 브리드러브는 ‘패배’를 인정하는 의미로 흰 수건을 당구 테이블 위에 던졌다.
경기 내내 매서운 눈빛으로 당구 공을 노려보던 자넷 리는 승부가 끝나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남편에게 다가가 포옹을 하며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편 자넷 리는 대회를 마친 뒤 18일부터는 주한 미군 부대를 방문, 트릭샷(포켓볼 묘기) 등 시범 경기를 한 뒤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1주가량 한국에서 머물다 출국할 예정이다.
min7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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