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균 작 ‘TV 브라운관을 뒤집어쓴 백남준’(1983).
<1982년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백남준의 대대적인 회고전이 열렸다. 전시회 첫날 백남준의 오랜 파트너인 첼리스트 샬롯 무어먼과의 퍼포먼스가 미술관 강당에서 공연되었다.
금발의 무어먼이 등장했다. 드레스를 벗고 가슴에 TV 화면 두 개를 달았다. 그리고 TV 화면에 첼로처럼 줄을 연결해서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연주음 대신 끽끽거리는 소음만 울려나올 뿐이었다. 연주를 마친 무어먼은 자리에서 일어나 “첼로가 세상에 나온 지 400년만에 백남준이 첼로에 일대혁명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러자 백남준은 기다렸다는 듯이 웃옷을 벗었다. 무어먼은 벌거벗은 백남준의 등을 끌어안고 다시 첼로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 날 공연의 클라이맥스였다>
임영균 사진산문집 ‘뉴욕 스토리’ 중에서 나오는 글이다. 사진작가 임영균이 찍은 백남준의 사진들인 ‘백남준의 기억’(In memory of Nam June Paik 1982~2000)전이 9월7∼30일 앤드류 샤이어 갤러리(3850 Wilshire Bl. #107 LA)에서 열린다.
천재적 장난꾸러기? 철저히 계획된 장난?
백남준 “임영균이 찍은 내 인물사진이 가장 잘 나와”
임영균 작 ‘가슴에 TV 브라운관 두 개를 달고 첼로를 켜는 샬롯 무어맨’(1982).
임영균 작 ‘존 케이지의 스트링플레이어를 연주하는 무어맨과 백남준’(1982).
중앙대 사진학과 임영균 교수는 1984년 1월1일자 뉴욕타임스 아트 앤 레저 섹션을 장식한 사진 ‘브라운관을 뒤집어쓴 백남준’으로 알려진 작가이다.
1983년 초여름 뉴욕대학원 유학시절 그가 소호에 있는 백남준 스튜디오를 방문해 찍은 흑백사진이다. 이후 고인은 수많은 실력가들이 자신의 인물사진을 찍었지만, 이 사진만큼 잘 나온 것이 없다며 극찬을 했다고 한다.
임 교수는 고 백남준을 두고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천진난만한 천재적인 장난꾸러기일까, 아니면 철두철미한 계획으로 우연을 가장해서 전세계를 무대로 장난치는 사람일까…”는 말로 표현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고인이 1993년 8월 임 교수에게 쓴 영문편지를 보면 이 말이 이해가 간다.
‘한국어로 사진은 진짜의 복제이다. 복제란 가짜를 만들어내는 것이므로, 사진의 상대개념은 가짜의 복제라 할 수 있다. 사진예술이란 단순히 무의미한 모습을 복제하는 것에서 벗어나 가짜를 복제하는데 접근하는 노력이다. 임영균이 바로 그런 예술적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이다. 오늘날 컴퓨터를 이용한 인위적인 사진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짜를 복제하는 예술이 너무 철저해지면서 단순한 진리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패라독스이다. 컴퓨터로 만든 사진이 있다면 CD-ROM에 집어넣어라. 이것이 바로 비디오 아트이다’
임 교수는 중앙대 사진학과와 뉴욕대 예술대학원에서 사진학을 전공했고, 2002년부터 중앙대 사진학 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현재 뉴욕현대미술관, 뉴욕국제사진센터, 국립현대미술관, 코닥 사진박물관, 독일 뮌스터시와 올덴부르크 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문의 (213)389-2601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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