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이석호 특파원> 온통 18일 열리는 프랑스전에 신경이 쏠려 있다. 독일 현지도 모두 LA 시간으로 오는 일요일 정오 벌어지는 프랑스와의 일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첫승을 올린 후 레버쿠젠으로 옮겨 회복 훈련에 들어간 아드보카트호는 당초 구상했던 방어적 전략을 승리로 전격 수정, 총력전에 임한다는 각오다.아드보카트호의 핌 베어벡 수석코치는 14일 ??프랑스를 이기면 마지막 스위스전은 쉽게 갈 수 있다??고 말해 프랑스전의 목표가 승리에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아드보카트호가 프랑스와 2차전에 사활을 건 것은 같은 조에 속한 프랑스와 스위스가 1차전서 무승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일단 스위스와 프랑스가 토고를 꺾게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똑같이 1승을 챙긴 상황에서는 1승을 추가해야만 16강이 가능하다는 계산에서이다. 따라서 아드보카트호는 프랑스전을 필승으로 임해 승리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스위스를 맞이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첫승의 감동이 아직 가시지 않은 지금 독일은 붉은 물결로 넘실거리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의 열광적인 응원을 TV를 통해 목격했던 독일인들은 이들을 직접 대하고는 원더풀을 연발하며 한국 대표팀의 응원을 다짐할 정도다.
14일 독일의 유력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트 룬트 샤우는 1면 사진으로 전날 최고의 빅 게임이었던 브라질 경기 대신 한국 경기를 실었다. 사진의 주인공은 승리를 일궈낸 한국 대표팀이 아닌 붉은 악마였다.
토고전이 열린 13일 프랑크푸르트는 서울을 방불케 했다. 붉은 악마 유니폼은 개최국 독일 유니폼보다 더 많이 시내 곳곳에서 눈에 띄며 신흥 축구 강국 한국의 이미지를 독일인의 뇌리에 깊숙이 심어 놓았다.
프랑크푸르트 예술대학의 크리스티나 슈테피(26)는 한국 응원단의 열성적인 응원이 분데스리가의 열기를 훨씬 넘어서 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으며 만약 토고전에서 한국팀이 졌으면 혹시나 붉은 악마가 과격한 행동을 할 것 같아 집에 일찍 집에 들어가는 것까지 고려했었다
며 붉은 악마의 정열에 두려움마저 느낀다고 밝혔다.
붉은 유니폼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새로운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듯하다. 독일인들은 전날 재독한인회 등에서 나눠준 붉은 악마 유니폼을 한국 경기가 없는 14일에도 입고 거리를 활보하며 멋을 뽐내기도 했다. 붉은 유니폼을 입은 요르그 하트제는 2002년 월드컵 직후부터 한국팀
을 좋아했다고 밝혀 브라질, 이탈리아 등 월드컵의 최고 인기팀 수준에 다가선 한국 대표팀의 위상을 드러냈다. 토고전이 열린 발트 슈타디움에서는 일부 독일인들이 붉은 악마와 다수의 독일인이 붉은 악마
화한 데 대한 반발심리로 축구 약소국인 토고를 응원할 정도였다.
우리도 함께 뛴다
1만여 붉은 악마, 힘찬 응원전 다짐
한국의 힘을 과시한 붉은 악마는 13일 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200여명 이상이 노숙을 하며 돈 없어도 축구 열정만은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놀라움을 과시하기도 했다. 캐나다와 영국 등에서 배낭여행을 온 붉은 악마들은 월드컵으로 숙박료가 4배 가까이 뛰자 기꺼이 편한 잠자리를 포기하면서까지 프랑크푸르트로 발걸음을 돌렸던 것이다.
붉은 악마는 16강행의 분수령인 프랑스전을 앞두고 독일의 각 도시로 핵분열 중이다. 독일 전역에 자리 잡은 1만여명 이상의 붉은 악마는 붉은 유니폼을 앞세워 한국 알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한 시간 거리인 하이델베르크에서는 독일인들이 한국인을 보며 한국 넘버 원이라며 손가락을 치켜세울 정도다.세계 최강인 프랑스와 라이프치히 대회전을 앞두고 붉은 악마는 17일 400여명이 단체로 라이프치히 캠핑촌으로 입성, 세계를 또 한번 놀라게 할 한국대표팀의 신화 창조의 킹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치러낼 전망이다.
라이프치히에서 대프랑스전을 진두지휘 할 최종송(65)씨는 대표팀에 힘 불어 넣어줄 걱정은 말라고 일성을 날렸다.바그너와 괴테를 배출해 낸 음악과 문학의 도시 라이프치히. 찬란했던 역사에 비해 구 동독지역이었던 탓에 한인들에게 덜 친숙했던 이 도시가 16강 진출의 최대 고비가 될 대프랑스전을 앞두고 한인들의 마음속에 스며들고 있다.
작센주의 주도인 인구 50만명의 라이프치히에는 한인이 최씨와 그 동생 가족과 이 곳 대학 음대를 졸업 후 방송국과 오페라에서 일하는 음안인 5명,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는 4명 그리고 국제결혼을 한 한인 3명 등 총 20여명에 불과하다. 유학생은 200명. 이 작은 한인사회가 대프랑스전을 앞두고 힘찬 응원을 다짐하며 술렁이고 있다.
라이프치히에서 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최씨는 17일 입성하는 400여명의 붉은 악마 응원단에 식사 공급은 물론, 프랑스전이 열리는 일요일 한인 기독교인들을 위한 예배 준비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등 타지역에서 오는 한인들 접대에 정신이 없을 정도다.최씨는 이 같이 몰려드는 일감에 대해 큰 영광이다라는 말로 한국팀과 한인들의 라이프치히 입성을 환영했다. 최씨는 남편이 현재 병원에 입원하는 불상사에 마음 걱정도 많지만 그래도
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최씨는 라이프치히 제1호 한인이다. 독일 통일이 채 되기 전 동서독 사이의 왕래가 이루어질 때 최씨는 과감히 라이프치히로 짐을 싸 라이프치히 제1호 아시안 레스토랑을 열었다. 이는 무역업에 종사했던 남편 덕이 컸다고 최씨는 말한다.
최씨는 그 덕분에 독일 통일이 이뤄진 현장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볼 수 있었다며 민중봉기의 시발점인 니콜라이 교회의 일요 예배에 한인들도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간호사 출신의 이민 30년차인 최씨는 자식을 의사, 변호사로 키워낸 억척 동포 엄마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한인회가 없는 이 곳에서 가족의 힘만으로 한인회장에 당선되는 것 아니냐는 말에 최씨는 아이고, 좋아서 봉사하는 거지. 사람도 없는데 무슨 한인회장이야라며 손사래를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태어나고 이렇게 많은 한인이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하기는 처음이죠. 영광일 뿐이죠.프랑크푸르트에서 남서쪽으로 1시간 거리의 대학 도시 하이델베르그 MJ 백화점의 김충진 이사는 월드컵으로 모처럼 한국의 분위기를 독일에서 만끽할 수 있는 것 같다며 들뜬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전세계에서 온 붉은 악마 원정단이 프랑스전을 앞두고 각 도시로 관광 길에 나서며 유럽의 한인들은 모처럼 맞는 손님 대접에 반가워하고 있다. MJ 백화점에도 14일 코카콜라 붉은 악마 원정대 등이 발길을 옮기며 하루 동안 한인만 1,500명이 들락거렸다.
MJ 백화점은 독일 동포가 운영하는 백화점으로 하이델베르그 이외에도 프랑크푸르트에도 지점을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순수 동포 비즈니스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하이델베르그 관광요지에 자리잡은 MJ 백화점은 월드컵을 맞아 업소 바깥에는 태극기를, 종업원들은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으며 하이델베르그의 붉은 악마 열기를 지피는데 앞장서고 있다. 김 이사는 한국팀이 선전해 꼭 오랫동안 독일에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하지만 월드컵 열풍에 맞춰 업소 매출도 쑥쑥 오를까? 김 이사는 월드컵 단체 관광객 때문에 다른 관광객이 이 곳을 찾지 못해 매출은 큰 차이가 없다면서도 그래도 즐겁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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