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민족대이동 막올라
팍팍한 살림살이에 선물 꾸러미는 보잘 것 없지만 발걸음은 가볍다. 인파에 휩쓸리며 이리저리 부딪쳐도 그냥 웃어 넘길 만큼 마음이 푸근하다. 나이 드신 부모님과 형제 자매를 볼 생각에 어린아이처럼 들뜬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7일 민족 대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역을 비롯, 전국의 철도역과 버스터미널, 공항 등에는 이른 아침부터 고향길을 재촉하는 귀성객이 몰려들었다. 이번 설 연휴가 사흘 밖에 안되는 탓에 연휴 전날부터 대규모 귀성 행렬이 이어졌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과 강변시외버스터미널에는 이날 오후 일찌감치 근무를 마친 직장인들과 학생들이 몰려들어 귀성버스에 몸을 실었다. 터미널에서는 설 음식을 잔뜩 싸들고 서울의 자녀들을 찾아오는 노인들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서울역과 용산역 등 KTX가 출발하는 기차역은 올해 처음 발매되는 입석표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역 입구부터 플랫폼 앞까지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면서 한국철도측이 질서를 유지하는데 애를 먹었다. 특히 입석 승객들이 객차 내 통로를 메우면서 늦게 열차에 탑승한 좌석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한국철도측은 “객차 당 8~9명의 입석표 밖에 발매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실제로 열차에 탑승한 사람들은 “승ㆍ하차시 객차 입구에서 승객들이 뒤엉켜 안전사고가 우려됐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27∼31일 사이에 운행되는 열차 좌석은 상행선 일부를 제외한 전 노선에서 매진됐다.
경부와 중부, 호남, 서해안, 영동 고속도로 등 전국 주요 고속도로에서도 27일 오후부터 부분적으로 지ㆍ정체구간이 발생해 귀성객들의 발목을 잡았다. 정부합동특별교통대책본부는 “전국에서 연 인원 6,405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속도록 이용 차량만 1,498만대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전국 공항과 항구에도 고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27일 내내 이어졌다. 귀성객들은 교통 체증과 턱 없이 부족한 차표에 짜증을 내기보다 고향에 돌아간다는 즐거움에 들떠있었다. 가족과 함께 자가용을 타고 전북 고창의 고향을 찾는 정주환(36)씨는 “연로하신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가득 안겨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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