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희곡집도 인기…’왕남 페인’도 등장
영화 ‘왕의 남자’의 세 주인공. 왼쪽부터 광대 장생 역의 감우성, 연산군 역의 정진영, 광대 공길 역의 이준기.
영화 ‘왕의 남자’가 새해 극장가를 뒤흔들고 있다. 엄청난 규모의 물량 공세를 펴온 ‘킹콩’ ‘태풍’ 등 겨울 대작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왕의 남자’는 17일 동원 관객수 500만명을 돌파하며 이 시대의 새로운 문화 코드로까지 자리 잡고 있다.
‘왕의 남자’의 흥행 돌풍은 한국 영화계에서 일대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제작비는 지난 해 한국영화 평균제작비(50억 원)에도 못미치는 45억원. 2,070만 달러(약 2,070억 원)의 제작비를 자랑하는 ‘킹콩’과 150억 원을 쏟아 부은 한국형 블록버스터 ‘태풍’과 비교조차 안되는 액수다. 관객 동원력이 뛰어난 스타 배우도 없다.
그러나 ‘왕의 남자’는 2주나 먼저 개봉한 ‘태풍’(425만 명)과 ‘킹콩’(405만 명)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동성애를 소재로 한 사극 장르라는 약점도 넘어섰다. 배용준 주연의 ‘스캔들:조선남녀 상열지사’(358만 명)가 세운 사극 영화 흥행기록도 앞질렀다.
‘왕의 남자’의 흥행 이변은 스크린을 넘어 문화적 신드롬까지 낳고 있다. ‘왕의 남자’의 모태가 된 연극 ‘이’(爾)는 연극으로는 드물게 공연 예매 상위권을 차지하며 연장 공연에 들어갔다. 지난달 21일 출간된 김태웅의 원작 희곡집 ‘이’는 3주 만에 3,000부가 팔리며 인터넷 서점 예스24에서 예술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인터넷 공간의 열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각 포털 사이트에는 ‘왕의 남자’ 관련 카페가 잇따라 개설되고 있다. 많게는 2만 명에 이르는 카페 회원들은 영화 감상문을 올리며 ‘왕의 남자’가 던지는 의미를 되새김질 하고있다.
‘왕의 남자’ 홈페이지에도 하루 평균 4만 명이 방문, 지금까지 1만2,000여건의 글을 남겼다. ‘왕의 남자’를 여러 번 봤다는 사람들이 속출하면서 ‘왕남 폐인’(‘왕의 남자’에 광적으로 빠져든 사람)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연산군 시대라는 역사적 사실과 왕을 포함한 남자들의 삼각 사랑이라는 허구를 버무린 영화를 사회 현실과 접목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영화평론가 김영진(41)씨는 “‘왕의 남자’의 성공은 모든 권위와 권력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현 세태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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