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아진 선거비용
4,902명이라는 사상최대의 투표자수를 기록한 제24대 한인회장 선거는 늘어난 투표수만큼 선거비용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것이 선거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샌프란시스코지역 한인회장 선거일보다 2주 앞서 지난 11월 20일 실시된 워싱턴 D.C 한인회장 선거에는 김영근, 김옥태, 정상대씨 등 3명의 후보가 나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유권자 10만여명을 대상으로 벌어진 워싱턴D.C의 선거에서 후보마다 각각 20만달씩 선거비용을 썼다고 현지언론은 보도했고 후보들도 이를 대체로 시인했다.
워싱턴 D.C의 총 투표자수가 3,068명인 것에 비해 투표자수가 1,834명이 더 많은 이곳 샌프란시스코의 선거에서도 이와 비슷한 선거비용이 들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물론 이 지역 경선에 나선 두 후보진영의 공식발표는 훨씬 적다. 당선자인 김홍익 후보진영의 송이웅 선거대책본부장은 후보등록후 선거운동기간동안 모두 15만달러의 선거비용이 지출됐다고 말했다. 낙선한 이석찬 후보진영은 약 10만달러를 선거비로 썼다고 밝혔다.
실제보다 축소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들 후보측의 주장만으로도 25만달러의 돈이 3주간의 선거운동기간에 사라진 셈이다.
후보마다 공탁금 2만5천달러와 홍보물 인쇄비 1만달러, 광고비 1만달러 등을 빼면 5만-10만달러가 유권자들에게 식사와 술을 대접하기 위한 비용으로 사용됐다. 한 후보측은 콩코드와 헤이워드에서 유권자 200여명에게 하루저녁 식사를 샀더니 7천달러가 들었다고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 선거운동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뚜렷한 이념이나 정책의 차별 없이 인맥과 향응으로 유권자를 설득해야만 하는 현행 선거제도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유권자수가 늘면 늘수록 선거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 미비한 선거세칙
이번 선거에 불법 선거운동은 없었다는 주장에 아무도 이론을 달지 못한다. 왜냐하면 법이 없기 때문에 불법도 없다는 역설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정해천 선관위원장은 취임 인터뷰에서 유권자들에게 밥을 사는 것을 금지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현승재 선관위 사무총장도 건전한 상식에 입각해 선거운동 위반을 적발할 수밖에 없다면서 향응이나 돈봉투 돌리는 것을 막으려면 선관위원을 100명 이상으로 늘여도 부족할 것이라고 불법선거운동의 감시가 불가능함을 역설했다.
역대 선거와 마찬가지로 이번 선거 또한 뚜렷한 선거세칙 없이 시작됐다. 투표를 겨우 한달 앞두고 선관위가 정식 발족된 후 양 후보의 ‘합의’ 아래 유권자 자격을 비롯한 선거세칙을 정할 수 있었다.
이를 본 한 유권자는 경기장 규격과 경기시간, 심판, 경기규칙 등을 정해놓고 경기를 치른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경기규칙을 마음대로 고쳐가면서 볼을 차는 격이라고 비꼬았다.
앞으로 20일 후 제24대 집행부가 임기를 시작하며 정관개정과 선거세칙 확정을 통해 납득할 만한 ‘게임의 규칙’을 정하지 않으면 모처럼 높아진 한인회에 대한 관심이 언제 다시 싸늘하게 식어버릴지 모른다. <시리즈 끝>
<한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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