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코드, 컴퓨터 고장으로 수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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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코드의 한국마켓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는 이날 오전 컴퓨터 작동이 자주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바람에, 선관위원과 두 후보측 참관인들이 즉석에서 구수회의를 갖고, 일단 수작업을 통해 유권자 등록과 포토ID 확인작업을 한 뒤 컴퓨터에 입력하기로 결정. 이 바람에 이중투표 등 부정선거 우려가 높았으나 다행히 이같은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아 선관위 관계자들이 안도의 한숨. 한편 수작업에 따른 투표 지연으로 선거사무 종사자들은 교대조차 하지 못한 채 앉은 자리에서 짬짬이 식은 도시락점심을 들어가며 작업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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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권 쟁탈전·상대 감시전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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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후보측은 각 투표소 입구 양쪽에 운동원들을 집중 배치시켜놓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부동표를 하나라도 더 붙잡기 위해 한사람 한사람 들어설 때마다 허리굽혀 인사하며 큰소리로 기호 0번 000입니다. 잘 부탁합니다라고 외치는 등 최후의 일각까지 안간힘. 양측 지지자들은 또 상대측의 부정선거를 적발하기 위해 눈에 쌍심지를 켜고 감시했는데, 이날 낮12시쯤 콩코드 투표소에 어린 딸과 함께 들른 M씨(여)는 때마침 0번 운동원으로 ‘막판 구애활동’을 하던 친구가 딸에게 주라고 바로 옆 수퍼에서 사다준 과자 한봉지를 받아들었다가 상대 운동원으로부터 금권선거다 이래도 되느냐는 볼멘소리를 듣기도. 한편 여러 투표소 주변에는 공짜식권이 많이 나돌았는데, 개중에는 어린이에서 노인까지 3대가 손잡고 나와 식권을 받은 뒤 일가족 토요오찬 혹은 토요만찬을 즐기는 풍경이 목격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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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값술값 뿌리느니 공개입찰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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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술값 밥값 등 유권자 접대비가 많이 들었다는 소문이 나돈 탓인지, 일부 뜻있는 유권자들은 선거를 치르지 말고 차라리 공개입찰제를 도입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개진. 투표가 끝난 직후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서 만난 한 40대 남자는 한인회가 어차피 봉사단체인데 괜히 선거를 치른다고 쌈박질을 하고 쌩돈을 날릴 필요 없이, 공개입찰을 해서 제일 많이 쓰겠다는 사람을 당선시켜야 된다고 열변. 그러나 또다른 유권자는 아니 얼굴 한번 보기 힘든 사람들 이럴 때 한번씩 그렇게 만나서 안부도 나누고 회포도 풀고 그러는 거지 뭘 그리…라고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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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제기표 검표생략 ‘옥에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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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불상사 우려와는 달리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된 이번 선거는 선관위의 깜박 실수로 하마터면 총투표자 수도 공개되지 않은 채 마감될 뻔. 이는 개표작업을 지휘한 현승재 사무총장이 6개 투표소 개표작업을 마치고 이석찬 후보측이 패배를 인정하고 재검표를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자 이의제기표가 몇표인지조차 알아보지 않은 채 서둘러 1차 결과를 발표해버린 것. 양측 참관인들이 거의 퇴장한 뒤 일부 취재진의 항의로 이의제기표를 재확인해본 결과, 이의제기표(총 136표) 묶음에는 기표요령에 따라 정확하게 기표한 ‘완벽한 유효표’가 많이 발견됐다. 이의제기표를 합산한 총투표자수는 4,902표. 한편 이중투표로 적발돼 ‘개표전 무효표’(총투표자수 산정에서 제외됨)는 딱 1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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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익 후보 헌법기관 대표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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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표 완료후 김홍익 후보 선대본부 임원들과 지지자들은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로 나뉘어 음식점에 모여 한밤까지 ‘심야 자축연’을 가졌다. 강행군과 긴장탓에 몹시 충혈된 눈으로 밤 10시40분쯤 오클랜드 삼원회관에 들른 김 후보는 일일이 소주나 맥주를 따라주며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뒤늦게 가져온 샴페인을 터뜨리며 기쁨을 만끽. 그러나 어수선한 틈을 타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며 한숨을 돌리던 김 후보는 작심한 듯 화합 화합 그러지만, 내 이거는 꼭 한번 짚고 넘어갈 것이라며 다른 사람은 몰라도 헌법기관 대표라는 사람이 중립을 지키지 않고, 그것도 모지래가(모자라) 망국병인 지역감정에 호소해 득표활동을 한 것 등을 꼽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우정 평통회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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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의 자원봉사자들 헌신적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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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지역 한인회장 선거사상 가장 많은 4,902명이 투표에 참가한 이번 선거의 숨은 꽃은 단연 자원봉사자들. 1.5세나 2세, 유학생 등이 주축이 된 이들은 식별이 쉽도록 빨간 선관위 모자를 눌러쓴 채 투표 개시 이전 새벽부터 개표 완료뒤 한밤중까지 식사할 겨를도 없이 투개표 사무를 보조. 이들은 또 SF한인회관 개표작업이 끝난 뒤 의자를 제자리에 갖다놓고 쓰레기를 말끔하게 치운 뒤에야 인근 식당으로 옮겨 현승재 사무총장 등과 함께 한밤중 식사를 들며 허기를 달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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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원 마지막까지 득표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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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표날인 4일 새벽부터 6개 투표소에 모인 양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은 뜨거운 커피와 도너츠로 유권자들을 도우며 서로 자기편 후보를 찍어줄 것을 간청했는데.
오클랜드 한국일보사에 마련된 투표소에 차량이 도착하기만 하면 양측 운동원들이 다투어 뛰어나가 ‘1번’과 ‘2번’을 외치며 다짐을 받기도. 대개 양측과 인사를 나누며 표심을 숨기는 것과는 달리 일부 용감한(?) 유권자는 X번을 찍겠다고 말하며 들어가자 해당 후보의 운동원들이 확실한 한표 갑니다라며 환호성을 올리기도.
반면에 상대 후보 운동원은 그래 한 표 주자라고 우스개로 넘겨 이래저래 웃음바다가 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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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시민의식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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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권자들은 이중투표 방지를 위해 도입된 컴퓨터 입력을 위해 줄이 길어지며 투표가 지연되도 대부분 인내를 보여 성숙한 시민의식을 선보였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한인회관에 갑자기 밴으로 동원된 유권자들이 몰려들어 100명씩 줄을 서자 분통을 터뜨리는 유권자들도 있어. 선관위는 회관내 2대의 컴퓨터를 3대로 늘리고 전화를 통해 오클랜드 투표소로 릴레이 입력을 하는 등 예상보다 훨씬 많이 참가한 유권자들에 즐거운 비명을 지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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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찍었다’ 한바탕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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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회관 투표소를 찾은 한 젊은 여성 유권자는 칸막이된 투표소에서 기표를 마치고 나오면서 잘못 찍었으니 용지를 바꿔달라고 요청.
정해천 선관위원장이 규정상 바꿔줄 수 없다고 하자 이 여성은 당초 마음에 두지 않았던 후보에게 잘못 기표된 투표용지를 찢어버리고 나갔다고. 이를 본 선관위원이 투표자 수 산정을 위해 이를 다시 주워 투표함에 넣는 모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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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도 방문자도 한표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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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어느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투표를 한 가운데 휠체어에 몸을 싣고 한표를 행사한 할머니도 눈에 띠어. 피드몬트에 사는 올해 86세의 진삼례 할머니는 며느리 진단화씨의 부축을 받으면서 오클랜드 투표소를 찾아 당당한 한표를 행사. 또 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로 현재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에 교환교수로 와있는 하형주 교수도 오클랜드 투표소에서 한표를 행사. 하교수는 앞으로 1-2년 이곳에서 살게 되는데 한인사회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투표를 하러 왔다고 말해. 하교수는 투표는 알아보는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유명세를 치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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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닫기 직전까지 투표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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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관위가 정한 투표시간 마감인 오후 6시 30분 오클랜드 투표소인 한국일보 주차장 문이 닫히기 직전 들어와 투표를 한 사람은 김승애씨와 스캇 이군. 김씨는 알바니에서 세탁소를 하는데 시간에 맞춰서 오느라 가게 문 닫는것도 남에게 맡기고 달려왔다고. UC 버클리를 졸업하고 세일즈 일을 하고 있다는 올해 24세의 스캇 이씨는 투표함을 봉하기 직전 한표를 행사했는데 친구의 권유로 투표장을 찾았다며 투표열기에 놀라움을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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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열기 보다 뜨거웠던 붕어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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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클랜드 투표소에서의 양후보 열기보다 더 뜨거웠던 것은 붕어빵 판매대였는데. 추운날씨에 따뜻한 빵을 유권자들이 사먹을 수 있도록 한국일보가 장소를 제공해 이날 문을 연 붕어빵 판매대는 팔린 빵의 개수가 몇 개냐는 질문에 투표하러 온 사람만큼 팔렸다면서 재료와 LPG 개스가 동나 오후 6시도 되기전에 짐을 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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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 유명인방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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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부터 유권자들이 몰린 오클랜드 투표소에는 양후보 지지자들이 띠를 두른채 투표를 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후보를 홍보하느라 열을 올렸는데. 투표장에 들어가는 유권자를 에워싸고 후보 홍보를 하면서 혼잡을 이루자 결국에는 폴리스 라인과 같은 노란 선이 양후보 진영 앞으로 쳐져서 길을 내는 풍경까지 등장. 한 유권자는 이를 보고 선거가가 좋긴 좋다. 유명인처럼 둘러싸여 보기는 오늘이 처음이라고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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