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전사한 미군 조종사 유골 확인
DNA 검사·고향집에 남이 있던 옛 사진 토대로
부모는 실종된 아들 기다리다 먼저 세상떠나
로버트 H. 슐러는 베트남에서 실종됐다. 39년 전의 일이다.
슐러는 전투기 조종사였다. 그는 1965년 10월 15일 편대를 이끌고 당시 월맹으로 출격했다. 대공포에 맞아 슐러 편대의 전투기 한 대가 격추됐다. 슐러 소령은 격추된 토머스 W. 시마 대위가 비상탈출했는 지 확인하기 위해 포화가 작열하는 월맹 상공을 맴돌았다.
부하 조종사를 찾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격추 지점 상공을 선회하는 것이 슐러 소령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당시 미군 당국은 두 조종사를 실종으로 처리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시마 대위는 전투기에서 비상 탈출에 성공했다. 그는 전쟁 포로로 잡혀있다가 1973년 귀환했다.
하지만 슐러 소령이 어떻게 됐는 지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미군도 월맹도 미군 포로들도 그의 생사에 대해서는 몰랐다.
시간이 흘러 슐러의 아내 게일은 재혼했다. 새 남편은 게일의 두 딸 로리와 린다를 입양하고 이들에게 자신의 성을 주었다.
슐러의 부모는 실종된 아들에 대해 사람들에게 얘기하지 않았다. 단 한 번 예외가 있었다. 그의 어머니 엘리자베스가 어느 날 이웃에게 종종 하늘을 쳐다보면서 아들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아들이 어디서 따뜻하게 지내고 있는 지 몹시 궁금하지만 언젠가는 집에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현재 엘리자베스는 세상을 떠나고 없다. 하지만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애절한 마음과 믿음은 사실로 나타났다. 슐러 소령이 귀환하게 된 것이다.
지난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베트남에서 미군 유해 발굴작업을 벌인 군 당국은 미군 유골 몇 점과 개인 소지품들을 발견했다. 미군은 몇 년에 걸쳐 유골 확인 작업을 했다. 유가족들이 앓고 있는 끝없는 기다림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한 작업이기도 했다.
슐러 가족에게도 긴 기다림의 매듭이 지어졌다.
“그동안 희망을 버리지는 않았었다. 실종된 사람을 포기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살아서 돌아올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제 모든 것이 마무리됐다. 우리가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던 궁금증이 풀렸기 때문이다”
슐러 소령의 조카 프레드 슐러는 말했다.
군 당국은 DNA검사와 슐러의 고향인 뉴욕주 애쉴랜드에 남아 있던 그의 옛날 사진들을 토대로 유골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슐러 소령이 공군 유니폼을 입고 찍은 사진, 장교 임관 서류 및 훈장 등은 애쉴랜드 언덕에 있는 부모의 집 장롱에 보관돼 있었다. 1978년 슐러의 부모가 사망한 후 이 고향집은 빈 집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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