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놀드 파머, 50회 출전 마지막으로 은퇴
50·60년대 네번우승등 통산 대회우승 92회
명예·돈보다 겸허한 태도로 ‘골프 전설’

지난 주 열렸던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골프 대회 매스터스에서는 그동안 정상의 실력에도 불구하고 메이저 대회와는 인연이 없었던 필 미클슨이 마침내 우승, 커다란 화제를 모았다. 미클슨의 우승은 최종 4라운드 마지막 18번홀에서 최후의 버디를 성공시켜 얻은 것이어서 더욱 감격적이었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는 금년 매스터스의 각별한 의미는 전설적인 골퍼 아놀드 파머의 퇴장이었다.
파머가 살아있는 전설이 된 것은 미국의 대통령들과 골프를 친 때문도 아니고 지난 반 세기 동안 가장 인기있는 골퍼로 명예와 부를 축적했기 때문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골프에 대한 열정과 겸허한 태도때문이었다.
파머는 자신의 매스터스 대회 참가가 금년이 마지막이라고 밝혔다. 그는 통산 무려 50번이나 이 메이저 대회에 출전했었다.
기자회견에서 파머는 “골프코스에서 최상의 날은 언제였느냐”는 질문에 “지난 50년이 모두 그런 날들이었다”고 말했다.
올해 74세인 파머는 1950년대에 PGA 투어에 처음 참가했다.
파머가 프로 세계에 발을 디뎠을 때 그가 위대한 골퍼가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디트로이트 오픈에 참가한 젊은 파머의 어색한 스윙폼을 보고 한 프로는 옆에 있던 프로에게 “저 친구는 다른 직업을 찾아보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프로 골퍼의 길은 험하고 힘든 것이었지만 파머는 어느 골퍼보다도 이 스포츠를 사랑하고 즐기면서 일생을 살았다.
파머는 미국을 포함한 세계 무대에서 생애 통산 92개 대회를 석권했다. 하지만 그가 이름을 날린 것은 바로 매스터스 대회였다.
파머는 매스터스 대회에서 네 번이나 우승했다. 1958년을 시작으로 60, 62, 64년 등 2년마다 영광을 재현했다. 파머는 1983년 대회 이후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파머는 네 번의 매스터스 우승 후에 더 이상의 우승이 필요치 않았다. 대회의 명성을 한 차원 상승시키는 매우 중요한 일을 완수했기 때문이다. 매스터스는 물론 PGA 투어도 파머의 강한 카리스마 덕분에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었다.
“아놀드가 없었더라면 골프는 지금과 같은 인기를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선구자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골프의 제왕이다”
파머가 40년 전 이룩했던 것처럼 골프를 한 차원 높게 승화시킨 타이거 우즈는 말한다.
매스터스 대회에서 은퇴함으로써 파머는 모든 메이저 대회 무대에서 퇴장했다. 파머는 지난 달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베이힐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했는데 이것은 그가 참가한 마지막 PGA 투어 대회였다.
파머는 50세 이상 골퍼들이 출전하는 챔피언스 투어에 종종 참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파머가 이 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1988년이 마지막이었다. PGA 투어에서는 1973년에 마지막 우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파머만큼 사람들의 이목을 많이 끄는 골퍼는 없다.
파머는 70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거의 매일 골프채를 잡는다. 또 한 번의 대회 우승을 그리고 있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보다 나은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다. 바로 이런 자세가 파머를 지탱하는 힘이자 그를 골프계의 거인으로 만든 원동력이다.
“달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쉽다. 나는 매스터스 대회에서의 플레이를 그리워 할 것이다. 오랜 세월 때문에 마치 매스터스와 결혼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