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사 소환선거를 꼭 5일 앞둔 2일 주최대의 영향력을 자랑하는 LA타임스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타후보를 단연 앞서고 있던 슈워제네거의 지난 25년간에 걸친 성추문을 조목조목 열거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대부분 익명의 6명 여성들은 영화 세트장이나 실내체육관 등지에서 육체적, 언어적 성희롱이나 모욕을 당했다고 폭로했고 슈워제네거 후보는 급히 잘못했다, 사과한다는 기자회견으로 파문의 조기 진화에 나섰다.
이같은 타임스의 폭로 보도가 ‘하필 선거 직전’에 행해진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 여러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독자들의 알 권리를 위한 저널리즘의 책임 있는 자세인가, 아니면 가장 큰 타격을 가할 적절한 시기를 일부러 기다린 비열한 짓인가를 두고 전문가들이 각각 견해를 내고 있다.
슈워제네거의 과거 여성들에 대한 성적이며 무례한 언동 등은 10여년 넘게 할리웃에서 루머나 보도 등으로 이미 알려졌는데 새삼스럽게 그를 취합하여 이번에 매가톤급으로 터뜨린 것은 ‘타임스의 슈워제네거 추락시키기 전략’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슈워제네거와 캠프측은 물론 후자라고 비난하고 있다. 션 월시 대변인은 보도가 나오자마자 즉각 민주당측이 낸 모함일 뿐이라고 말한 데 이어 타임스의 보도시기에 대해 모종의 흑막설을 제기했다.
또 독자들 중에도 익명의 기사에 대한 신빙성을 의심하거나 슈워제네거가 주지사 되기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스캔들로 여기기도 한다. 일부는 25년간이나 행해진 슈워제네거의 스캔들이라면 다른 언론은 왜 묵묵하게 있었는가에 대한 의심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타임스의 존 캐롤 발행인은 슈워제네거의 대여성 언동은 그의 주지사 자격 여부를 독자나 유권자에게 판단하게 하는 지침으로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보도시기를 더 늦출 수는 없었다고 보도 시기 조정에 대한 의혹을 일축했다.
그에 따르면 타임스는 슈워제네거가 주지사 후보 출마를 선언한 직후인 8월 초부터 이같은 제보를 받아 신중한 자세로 취재를 시작했으며 모든 확실한 정보가 1일 밤에야 완료되어 2일자로 나가게 된 것이다. 취재부터 보도까지 무려 8주 가까이 걸린 것은 피해 여성들이 당시의 모욕감과 창피함, 앞으로의 직업이나 주변 시선 등을 우려, 인터뷰를 기피했기 때문에 설득작업에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투입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특별히 선거를 앞둔 부정적 폭로기사의 보도시기가 중요한 이슈가 되는 것은 그로 인한 선거의 향방이 180도로 바뀐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2000년 대선시 부시 후보를 지지하려던 200만의 유권자들이 선거 직전 터진 ‘부시가 30세 때 음주운전으로 체포된 적 있다’는 기사를 읽은 후 투표에 불참했다.
1987년 유력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유세중이던 게리 하트가 콜걸인 도나 라이스와의 관계가 마이애미 해럴드지에 폭로된 후 후보를 전격 사퇴한 예는 유명하다. 1992년에는 워싱턴 포스트는 전 상원의원 밥 팩우드의 성희롱 추문을 취재하고도 선거일까지 기다렸다. 이 내용은 그가 당선 확정된 후 보도되었지만 결국은 33개월만에 그를 물러 앉히고 말았다.
<이정인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