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천상병 시인의 빈자리를 10년째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목순옥(65)씨는 천상의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며 이 세상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편지에는 일곱 살 짜리 어린아이 같았던 남편을 향한 애틋한 마음과 눈이 시릴 만큼 가슴 저민 사랑이 듬뿍 담겨 있다. 목씨는 남편과 함께 한 눈부신 삶의 회고록인 베스트셀러 작품 ‘날개 없는 짝이 되어’ 이후 ‘천상의 남편에 띄우는 편지’(가제) 출간을 준비 중이다.
목여사는 20일 오후 7시 미동부한국문인협회(회장 이정강) 주최, 뉴욕한국일보 특별 후원으로 플러싱 금강산에서 열리는 ‘천상병 시인 10주기 추모의 밤’ 행사에 참석 차 뉴욕 첫 나들이를 온다.
"힘든 이민 생활 속에서 추모행사를 열어주는 해외 동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추모행사에서는 1972년 오빠 친구인 천상병 시인을 만나, 1993년 천시인이 타계하기까지 부부가 함께 했던 지난 세월을 들려줄 예정.
그는 평생 시밖에 몰랐던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고생이 많았지만 단 한번도 불만을 가진 적이 없다. 남들에게 기인이라는 소리를 듣는 남편이었지만 그의 순수한 정신을 사랑했고 누굴 제일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내 마누라’라고 소리치며 대답하던 남편이 더 없이 고마웠다.
"어느 날 원고료로 받은 2만5,000원으로 1만5,000원 짜리 화장품을 사 가지고 와 바르면 늙지 않는다고 슬쩍 손에 쥐어주더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란다.
목여사가 81년 인사동에 문을 연 7평 남짓한 전통 찻집 ‘귀천’은 문인 뿐 아니라 화가, 연극인, 영화배우, 연예인 등이 드나드는 명소가 됐다. 두달 전 인사동에 ‘귀천’ 2호점을 오픈했다. 찻집 ‘귀천’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천시인의 정신을 기리는 추모사업에 쓰이고 있다. 천시인이 작고한 이듬해인 1994년 천상병 기념관을 개관하고 1999년부터 ‘천상병 시상’을 제
정, 자비로 시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천상병 시인이 세상을 뜬 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천시인 추모행사를 지내고 있다. 올해 경기도 의정부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된 추모예술제에는 천씨가 생전에 사용했던 시계, 만년필, 돋보기 등 유품들을 비롯한 소장품을 전시, 전시회 판매 수익금으로 천상병 문학회 장학금을 마련했다. 그는 "매년 소풍가는 기분으로 추모행사를 열고 있다"고 전했다.
<김진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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