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에 크고 작은 단체들이 수 없이 난립하면서 저마다 ‘회장’아닌 사람이 없을 정도다. 대개 1년이나 2년을 주기로 돌아가면서 수장을 맡기 때문에 전직 회장들 또한 무수하다. 그래서 타운에서 호칭이 애매하면 그저 ‘회장님’하면 큰 실수는 면하게 된다.
감투나 직함 따위를 놓고 시시비비할 생각은 없다. 허지만 이렇게 많은 전, 현직 회장님들은 그 동안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 많은 회장님들이 지나온 궤적이 한인사회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면 감투가 부끄러울 노릇이다. ‘회장님’은 그저 듣기 좋으라고 부르는 호칭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이민자로서, 특별히 소수계로 상당한 벽과 차별을 통감하며 살고있는 우리는 할 일이 많은 사람들이다. 더구나 9.11 이후 이민자들에 대한 미 정부의 감시는 사생활을 침해할 정도로 지나치고 갈수록 규제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저마다 청운의 꿈을 품고 태평양을 건너 온 우리가 아닌가. 경제적인 이유나 교육, 제도와 차별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이 땅에 터를 닦았으며 성실과 인내로 어느 정도 기반을 잡기에 이르렀다. 시간이 흐르고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주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면서 한인사회에‘주류사회 진출’이라는 구호들이 난무하고 각 단체장 선거 때마다 이를 들먹이지 않은 사람들이 없게 됐다. 소수계로서 주류사회에서 인정받고픈 욕심은 당연한 것이다. 허지만 우리는 그런 꿈에 걸 맞는 준비나 행동이 있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수없이 되뇌이고 외친들 준비하지 않고 실천하지 않으면 한낱 구호에 불과한 것이다.
요즈음 미주 전역에서 파열음이 정점에 이르고 있는 체육계를 비롯해서 아틀란타 한인사회는 사분오열 분열돼 있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질서가 없으며 좌표없이 우왕좌왕 하고 있다. 미주 이민 100주년과 아틀란타 30년인 오늘, 우리의 모습은 이렇게 구심점이 없이 흔들리고 있으며 선장없는 난파선과 같은 모습이다. 혹자는 너무 비관적이라고 몰아부칠지 모르지만 아틀란타 한인사회 구석구석을 살펴보라. 청소년 문제에서부터 노인문제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 것이 무엇이 있으며 또 그렇게 노력하는 흔적이 보이는지….
참담한 심정으로 양식(良識) 있는 인사들의 참여를 당부한다. 사물을 올바르게 판단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일컬어 양식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 양식 있는 인사들은 한인사회에 대한 고민과 문제의식을 갖고 부단히 나서야 한다. 그러한 용기가 스스로의 자존심과 명예에 걸 맞는 행동이며 선각자들에 대한 채무이행이다.
언제까지 한인사회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 비정상적인 것들이 정상인체 하는 바르지 못한 문화를 청산하려는 노력이 양식 있는 지식인 집단에서 불처럼 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식인들의 지성에 걸 맞는 행위와 자존심을 세우는 일이 우선이다. 그저 불려지는 ‘회장님’처럼 인식되는 ‘지식인’으로는 안된다. 지성인에 맞는 사회참여와 응분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죽은 지식인이 되지 않으려면 활기찬 ‘생명’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소수계로서 생존의 문제라는 위기 의식을 가지고 지식인들은 앞서야 하며 그 때 그 궤적은 모든 한인들의 삶과 생활에 지표가 될 것이다.
우리가 지닌 인간에 대한 이해와 표상은 언제나 그 시대 정신과 관련해서 거듭 새롭게 해석되고 다시금 주어진다. 새로운 이해와 사유의 패러다임이 제시될 때 우리는 그에 상응하는 인간상을 표상하고, 이로써 그 시대 정신을 재현하는 것이다.
데카르트는 ‘방법서설’ 서두에서 “양식은 이 세상에서 가장 공평하게 분배되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갖추고 있는 양식을 올바르게 적용하는 일, 즉 방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양식은 단순히 학문적인 진리를 인식할 때 발휘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특히 인생의 그때 그때의 장면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를 결단할 때 중요한 것이다. 이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고 동물과 구분되게 하는 것이며, 여기에서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다"라는 정의가 성립되는 것이다.
양식 있는 사람들에 의해 건강한 한인사회 문화가 조성되고 질서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지식인들의 선각자적인 사회 참여를, 시대를 고민하는 지성으로써의 인간애와 생명을 기대하고 촉구한다. 인간사회의 유해한 환경을 배척하고 이로운 환경을 가꾸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있을 때 우리는 우리의 후손들과 함께 건강한 미래를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편집·취재부장 ej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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