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처음 대할 때 흔히 눈을 제일 먼저 본다. 눈을 통해 상대방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내 안의 속마음을 내보이기도 한다. ‘눈은 마음의 창’이기 때문에….
옛날 이집트의 신화에 ‘인간은 신의 눈에서 비롯됐다’는 말이 있듯이 눈은 그대로 인간의 생명을 상징한다. ‘눈을 뜨다’ 또는 ‘눈이 시퍼렇다’는 것은 생생하게 살아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눈을 감다’, ‘눈에 흙이 들어가다’라고 하면 생명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람의 순간 순간에 갖고 있는 심리 상태는 얼굴 표정에 잘 나타난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빨리 마음을 알아보려면 상대의 눈을 보면 된다. 그래서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도 생겨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말에는 ‘눈’이 들어가는 표현이 많이 있다.
천소영 문학박사의 저서 ‘우리말의 속살’을 보면 ‘눈’의 표현이 참 다양하게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 가운데서도 애정표현이 으뜸이라 할 수 있다.
‘눈에 들었다’는 표현은 마음이 끌렸다는 것이며 ‘눈이 맞았다’는 서로의 사랑이 싹트고 있음을 뜻한다. ‘제 눈에 안경’이란 눈이 삐어 사랑에 눈이 멀 수도 있다는 의미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매우 사랑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음이다. 맹목으로 덤빌 때는 흔히 ‘눈에 쌍심지나 불을 켰다’라는 표현을 쓴다. ‘눈에 어린다’ ‘눈에 밝힌다’는 애틋한 심정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눈이 빠진다’는 표현에는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이 잘 담겨져 있다.
애정 외의 표현으로는 짧은 순간이라면 ‘눈 깜짝할 사이’요, 곤란한 일은 ‘눈 딱 감고’ 묵인해 주기도 한다. 눈을 뜨고도 글을 읽지 못하면 ‘까막눈’이요, 욕심을 내서 눈여겨보면 ‘눈독 들인다’고 한다. 피곤할 때 잠시 ‘눈을 붙일 수’도 있고, 눈밖에 나서 보기에 거북하면 ‘눈꼴이 사납다’고 고개를 돌린다. 어떤 화려한 정경을 두고 ‘눈부시다’고 하고, 한두 번만 보고도 곧잘 해낼 수 있는 재주를 일러 ‘눈썰미가 있다’고 한다. 이를 볼 때 ‘눈’은 마음의 창일 뿐 아니라 제2의 언어기관이라 하겠다.
영국의 한 심리학자는 남성은 여성의 누드나 사나운 짐승 등을 볼 때 눈동자가 커지고, 여성은 어린아이나 보석, 남성의 벗은 몸매를 볼 때 커진다고 했다. 이는 대인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사람은 보면 눈동자가 커지고 싫어하는 사람을 보면 눈이 작아지고 오히려 외면까지 하게된다고 한다.
흔히 많은 여성들은 남성들이 일을 열심히 하거나 스포츠에 열중할 때 매력적이라고 느낀다는 조사가 있다. 이는 집중할 때 빛나는 남성들의 눈빛에 많은 호감을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서로의 눈을 통해 상대방의 영혼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요즘 한인사회에 눈으로 대화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대부분이 어깨가 처지고 풀이 죽어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눈 맞추기가 만만치 않다는 말이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지만 연말에 느끼는 감정이 성취감보다 실망감이 앞서기 때문일 게다. 만나는 이들마다 인사말로 “뭐, 신나고 재미있는 일 좀 없나요?”라고 묻는 것도 아마 이 때문이란 생각이다.
어찌 보면, 경기가 안 좋아 장사가 안되니 텅 빈 주머니만큼이나 텅 빈 가슴속에서 한숨도 터져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원래, 한해의 끝자락에 서면 뭔가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더욱 커진다고 한다. 그래서 연말연시에는 더욱 자신의 마음가짐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때이다.
연말연시!
움츠려 있지 말고 당당한 자신의 모습을 위해 ‘마음의 창’인 눈을 스스로 아름답게 가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 눈이 초롱초롱 빛날 수 있도록 일을 열심히 하거나 스스로의 눈빛이 빛날 수 있도록 집중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아보아야 할 때이다.
자신의 마음을 나타내는 눈, 눈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마음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자신의 인생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chye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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