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부낚시회와 떠나는 釣魚여행
▶ 델라웨어 바다로
델라웨어의 한적한 시골이다. 釣魚(조어)인 30여명이 모였다. 그들이 별장이라 부르는 마당넓은 싱글홈에서다.
얼굴들은 태양에 검게 타 있다. 창립 10년이 된 동부낚시회 회원들이다. 부부 동반이 많았다. 아내들이 저녁 요리를 하는 동안 사내들은 미리 잡아온 참치 회를 떠서 맥주와 소주를 곁들여 연신 입에 넣었다. 지방질이 많은 참치회는 고소하고 달다.
낚시인들의 화제는 역시 잡았다 놓친 고기의 크기다. 모두가 팔뚝보다 크다. 어떤 이는 “지난번엔 고기를 너무 많이 잡아 배가 가라앉을 뿐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낚시인들의 말을 믿지말라는 경구는 있지만 허장성세도 즐거움이다.
별장에서 베다니 비치가 있는 해변까지는 6마일. 바닷바람이 가끔씩 앞마당 해송의 잔가지를 뒤채이며 청량한 소리를 냈다.
취중의 누군가 중얼댔다.“간결하고 투명하고… 바다처럼 그렇게 사는 거야."
동부낚시회가 3주전 구입한별장은 버지니아 비치 인근 Wachapreague에도 있다. 바다 낚시를 위한 전진기지다.
아침해가 떠올랐다. 수은주는 89도를 가리켰다. 바람도 날씨도 쾌청했다. 모두들 낚시 가방을 둘러멨고 일부는 인디언 리버(Indian River)로 향했다. 대서양과 강이 만나는 접점이다. 썰물과 밀물이 거듭하며 물은 진도의 울돌목처럼 빠르게 요동쳤다. 인디언 리버에서 만난 선장 마이크 배니(Mike Behney)씨는 사람좋은 얼굴로 선창의 낚시꾼들에 만선의 행운을 빌었다. 자신의 낚시용 요트를 하루 1천6백달러에 통째로 빌려주노니 많이 이용해달라는 상업적 발언도 잊지 않았다.
몇몇은 이남철, 이강희 회원의 낚시용 요트를 타고 바다로 출조에 나섰다.
“거친 바다에서 커다란 물고기와 한판 대결을 벌이는 설레이는 맛을 누가 알까요."
글렌버니에 사는 박태구씨(62세)는‘노인과 바다’의 산티에고처럼 말했다. 망망한 대양에서 청새치와 싸우는 불굴의 늙은 어부가 그의 눈앞에 그려진 것같다.
1시간여의 항해 끝에 포인트를 찾은 흰빛 요트는 멈췄고 모두들 허리를 펴고 낚시대를 심해에 드리웠다. 찌는 게였다.
조력 수십년의 노련한 조사인 이규석 회장은“여름철에는 물때가 안좋다"며 걱정을 늘어놓았다.
이 회장은 수온이 높은 요즘은 조기류가 많이 잡힌다 했다. 또 바다는 계절에 따라, 지역에 따라 잡히는 어종이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월척을 낚으려는 조사들은 고기를 좇아 바다를 헤맨다. 겨울철에는 뉴저지와 보스턴으로 고등어를 잡으러, 봄에는 오션시티나 델라웨어에서 우럭류인 씨배스(Seabass)를, 초여름은 보스턴에서 도미류를, 늦여름은 나이애가라 인근 강으로 연어잡이를 떠난다. 노스캐롤라이나로는 광어 사냥을 간다. 락 휘시(Rock Fish), 스팟(Spot), 블루휘시(Blue Fish), 씨 트라우트(Sea Trout), 타그(Tog)도 낚시인들이 쳐놓은 미끼에 흔히 걸려든다.
이 회장의 우려대로 그물은 채워지지 않았다. 부지런히 입질하던 재수없는 조기 몇 마리와 잡어만 걸려들었다. 그래도 조사들은 신이 났다. 팽팽한 낚시줄을 당기며 청년시절 드럼주자로 활약했던 한익수씨(51)가 말했다. "바로 이 맛, 땡기는 손맛 때문에 낚시를 하지요."
한씨는 낚시줄을 당기며 응축된 모든 권태와 노여움을 씻어보낸다고 한다. 일상의 지친 메카니즘을 해체하는 순간이다.
곧 회가 떠졌다. 자유분방한 소주잔과 바다 위에서 감각적 도취가 부딪히는 소리가 갑판에서 뒹굴었다.
생선은 인간의 육욕을 채우지만 그 운명을 생각하면 슬프다.
“어릿어릿 노는 고기 잠겼다가 떠오르니/ 걱정없이 노닌다고 사람들 말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한가할 틈 전혀 없어/ 어부가 돌아가자 해오라비 또 노리니."
고려 문신 이규보의 시조처럼 물속엔 입질을 기다리는 어부의 미끼가 있고 물위에는 해오라비가 노리니 고기의 운명도 때론 가련하다.
잡는 재미보다 먹는 재미, 나누는 맛을 더 치는 이도 있다. 게이더스버그에 사는 김재설 전 회장(54)은“고기 잡으면 다 나눠줘요. 옆집 이씨네도 주고 교회 목사님께도 드리고 친구한테도 건네고… 그러고나면 내 먹을 건 하나도 없어요."라며 엄살을 부렸다.
요트는 만선은 아니어도 흥겹게 항구로 뱃머리를 돌렸다.
어떤 이는 등진 바다가 못내 그리워 자꾸만 뒤를 돌아다봤다. 애니메이션
‘어머 물고기가 됐어요(Help! I’m Fish)’에서 바다 낚시를 떠났다 우연히 물고기가 된 개구쟁이들처럼 그냥 심해를 헤엄치는 한 마리 등푸른 물고기가 되고픈 탓일까.
■낚시 준비물
릴 낚시대는 15달러에서 3백달러. 메릴랜드에서는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버지니아와 델라웨어 주는 민물낚시 라이선스만 요구한다. 배를 타는 바다낚시는 라이선스가 없어도 된다. 라이선스는 동네 낚시점에서 간단히 구입할 수 있다.
■홍 선장 배도 있다
홍용표씨가 운영하는 낚시배. 뱀프 4호(Vamp IV)는 55톤 규모로 최대 80명까지 승선할 수 있다. 배는 매주 월, 수, 금요일 오전 7시 출항, 오후 3시에 돌아온다. 토요일은 오전 7시, 오후 3시 두차례 출항한다. 개인 30달러, 어린이 20달러. 20명 이상 단체는 500달러이며 중간 사이즈 배 렌트비는 400달러.
라이선스가 필요없다. 주로 아나폴리스 남쪽 20분 거리의 해변마을 Deale에서 정박, 출항한다. 문의 301-776-5060. 410-707-4352.
www.headboatvamp4.com
■볼거리
델라웨어 별장 인근에는 펜윅(Fenwick)과 베다니(Bethany) 비치가 있어 해수욕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인디언 강 Inlet Marina에서는 보트여행도 할 수 있다. Estuarine Ecology Tour는 수, 목,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수목과 각종 동물들이 들어찬 만을 운항한다. 1인당 15달러. Rehoboth Bay Boat Tour 오후 1시부터 2시30분까지. 1인당 10달러. 전화 302-227-2800.
■가는 길
495번 벨트웨이 동쪽으로 가다 50번 도로 동쪽으로 빠진다. 애나폴리스를 지나면 곧 베이 브릿지의 장관과 만나며 계속 달리다 404번에서 동쪽으로 길을 택한다. 시골길의 운취가 계속돼다 113번 남쪽으로 길을 잡는다. 다시 20번 동쪽으로 좌회전해서 가다 26번 동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별장과 베다니 해수욕장이 나온다.
■문의
동부낚시회 240-498-7787. 301-208-1594(이규석 회장). 델라웨어 공원 및 레크리에이션국 302-739-4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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