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부터 정부수립 초기의 한국 우표와 엽서 등 역사물을 미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일본인 스티븐 하세가와(58)씨. 부인 장금옥씨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하세가와씨는 지난달 북한에서 반송되온 우편엽서 한 장을 입수한 후 전신에 희열을 느꼈다.
이 엽서는 1945년 해방후 한반도에 38선이 그어지면서 남·북으로 분리된 후 우편물 교환이 이루어졌던 증거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1949년 5월에 서울 갈월동에 거주하는 김모씨가 평양에 거주하던 손자에게 보낸 엽서가 수취인불명으로 평양을 거쳐 서울로 다시 돌아온 것.
이 엽서는 미군정하에서 남한에서 북한으로 보낸 편지가 배달됐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 이외에도 "북행 ‘3·8 우편물’중 현재 남아있는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하세가와씨는 주장했다.
’3·8 우편물’이란 해방후 6·25사변 발발 전까지 남북한간에 왕래된 편지를 말한다. 북행 3·8 우편물이 거의 200만통에 달했지만 "오늘날 찾아보기가 힘든 원인은 이를 소지하면 신변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염려해 스스로 폐기해버렸기 때문"이라고 대한 우표회가 발간한 ‘한국우표 백년’ 책자에 기술돼 있다.
하세가와씨는 한국의 엽서 1만점, 사진 3천점을 비롯한 희귀한 역사물을 다수 소장한 ‘전문 콜렉터’이다. 그가 소장한 한국의 ‘크리스마스 실’과 수입인지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단독수집품이다. 이는 "최고만 수집한다"는 철학에 따라 한국과 일본, 미국 등지의 구석구석을 뒤져가며 수집해온 노력의 결과이다.
하세가와씨의 한국역사물에 대한 관심은 1960년 유학차 도미후 취미로 세계우표를 수집하면서 시작됐다. 그후 70년부터 한국의 역사물에만 집중해 30년간 심혈을 기울여 수집했다.
82년부터 85년까지 3년간 부산에 거주했었던 하세가와씨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대부분의 희귀품을 일본과 미국에서 찾아냈다. "한국에는 남은 것이 오히려 없다"고 설명한 하세가와씨는 미국 정보기관에서 비밀분류가 해제된 역사물이나 개인들이 소장했던 것을 설득해 자신에게 팔도록 했다.
특이한 것은 남북한간의 긴장의 산물로 생긴 각종 군사 전단(일명 삐라)을 2천점이나 수집하고 있다는 것. 전단을 소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사상범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한국의 분단현실을 고려해볼 때 미국에만 남아있는 것들이 많다.
하세가와씨의 소장품들은 한국 우표수집회가 발행한 책자에 독립된 섹션으로 소개될 정도로 가치가 높다. 한국의 전쟁박물관에서조차 탐을 낼 정도로 혼자서만 소장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이 1백만명이 넘는다고 하지만 신경쓰는 한인들이 한 명도 없어 내가 수집하는 것"이라는 하세가와씨. "계속 소장하는 것 자체가 힘들 정도"로 많은 것을 수집했지만 자칫하면 쓰레기처럼 버려지기 쉬운 우리의 역사물들을 보물처럼 모으는 하세가와씨는 유창한 한국어 만큼이나 한국을 깊이 사랑하고 있다.
<한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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