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 13회 우승 테니스황제 ‘영광은 옛날’
▶ 연전 연패 수렁...올해 윔블던도 초반 탈락
패배한 남자가 기댈 곳은? 아마 아내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4대 메이저 테니스대회에서 사상 최다인 13회 우승한 테니스 황제 피트 샘프라스. 특히 세계최고권위의 윔블던에서는 가공한 서비스와 발리로 7차례나 우승하며 난공불락임을 과시했던 윔블던의 사나이 샘프라스.
세계 테니스를 장기집권해왔던 기세와 영광은 어디로 가고 요즘은 붙었다하면 패하는 늙은 테니스 황제가 올해 윔블던 2회전에서 ‘역시’ 초반 탈락한뒤 돌아볼 곳이라고는 아내밖에 없었다.
코트를 벗어나기 위해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던 샘프라스는 아내인 영화배우 브리짓 윌슨한테서 온 편지를 꺼내 읽는다.
샘프라스는 "예전에는 절대로 하지 않던 일이다. (그러나 테니스 이외의) 다른 대상도 있다고 생각하니 좋다. 편지를 꺼내 읽는 것도 그런 것이다. 아내의 편지를 읽으면 위로가 된다"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샘프라스는 더 이상 24시간 테니스만 생각하고 테니스만을 위해 행동하던 옛날의 샘프라스가 아니다. 절친했던 많은 친구들이 떠나고, 불같은 대포알 서비스도 곁에서 떠나버린 샘프라스에게 아내가 보내는 위로의 말 아닌 그 무엇이 또 남아 있을까. 26일 예선을 겨우 통과하고 올라온 애숭이 조지 바슬에게 5세트 동안 얻어낸 서비스 에이스는 겨우 8개였다. 샘프라스가, 더욱이 윔블던의 잔디에서...
테니스황제는 이젠 드디어 테니스가 신물이 난 것일까. 테니스 코트 흰 라인 안쪽보다 바깥의 대상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그런 인생의 단계에 도달한 것일까.
테니스 천재 잔 매켄로는 인생의 다른 면을 보고 싶어지는 단계가 있는데 피트는 지금 그런 시점에 와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영화배우 테이텀 오닐과 이혼한 바 있는 매켄로는 "아마도 그 영화배우(윌슨)와 팔짱끼고 다니는 곳과 세계수준의 테니스가 요구하는 그런 치열한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상일 것"이라고 말한다.
샘프라스와 마찬가지로 매켄로 역시 오닐과 열애에 빠진뒤 테니스 커리어의 마지막 기간동안에는 어떤 대회든 장소가 어디든 나갔다하면 패했었다. 샘프라스는 윔블던 탈락으로 이젠 그의 나이와 똑같은 무려 30개 대회째 우승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놀라운 집중력으로 테니스에 매달려온 샘프라스지만 그도 가는 세월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가 보다고 매켄로는 말한다.
사실 26일 무명 바슬과의 경기서 보여준 샘프라스의 플레이는 벌써 은퇴했어야 할 퇴물의 모습 그것이었다. 서비스에서 날카로움이나 힘은 사라졌고 발리하려고 네트로 나갈 때도 꾸물대는 느림보같았다.
라이벌인 32살 안드레 애거시도 2라운드에서 패했지만 애거시가 진 것과 샘프라스가 떨어진 것은 전혀 달랐다. 애거시는 태국선수 파라돈 슈리차판의 기막힌 러닝 크로스코트 앵글샷에 승리를 뺏기고 말았지만 여전히 우승할 수 있는 능력과 기량을 보여줬지만(애거시는 올해 3번이나 우승했다), 샘프라스의 플레이에서 날카로움과 단호함이라고는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첫 2세트를 뺏긴 뒤 두세트를 따라 붙고, 5세트 게임스코어 4-4에서 브레이크 찬스를 잡아 윔블던의 승부사 답게 이빨은 빠져도 승리는 챙기는가 했으나 평범한 해프발리를 엔드라인 밖 멀리 날려버렸다. 2년전 7번째 윔블던에서 우승할 때만 해도 당연한 위닝샷이지만 지금은 멀찌감치 코트를 벗어나 버린다. 매치포인트에서도 서비스리턴은 10피트나 벗어나 버렸다.
그러니 이젠 어떤 선수도 샘프라스라는 이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은퇴할 때가 지났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매켄로는 은퇴하라는 합창에 가담하지는 않는 몇 되지 않는 사람중의 하나다. "탑에 있을 때 은퇴하면 가장 좋겠지만, 만약에 피트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난 아마 매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적어도 두 시즌은 더 뛸 것이 틀림없다"고 NBC해설자 매켄로는 말한다. "난 피트가 여전히 컴백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내년에는 아니면 그 뒤해에는 틀림없이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그렇다, 매켄로의 말처럼 지금 샘프라스의 현실적인 목표는 단지 위협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우승은 현재로서는 감히 바랄 수도 없다.
이날 패배는 윔블던에서의 마지막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는 주변의 관측과는 달리 수모를 당한 황제는 반드시 컴백할 것을 다짐한다. "난 돌아온다. 윔블던에서 내 커리어를 이런 패배로 끝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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