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끝났어도 진짜 축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인사회는 월드컵기간에 발산한 열렬한 조국애와 성숙한 시민의식을 정치, 경제적 도약을 위한 역동적 에너지로 승화시켜야 한다. 한인들의 결집된 힘은 그 비싼 스테이플스센터의 문마저 활짝 열어 제켰고 주류사회 정치인들도 붉은 악마 유니폼을 입고 한인들의 눈 도장찍기에 분주하다. 우리도 뭉치면 못할 것이 없다는 게 이미 증명됐다. 그러기에 우리의 ‘붉은 축제’도 여기에서 끝나선 안 되는 것이다.
미국 이민이 본격화된 1968년 이후 한인들이 자발적으로 대규모 모임을 가진 것은 1980년 광주사태에 항거하는 민주화 집회, 1992년 4·29폭동 당시의 10만 평화 대행진, 그리고 이번 월드컵의 합동응원전 등 세 차례다. 그러나 민주화 집회와 평화 대행진이 민족적 비극에 대해 울분을 털어놓는 한의 모임이었다면 월드컵 합동응원은 조국을 사랑하는 열정과 승리에 대한 희열이 극적으로 분출된 신명난 축제의 장이라는 데서 그 성격을 달리한다.
찰스 김 한미연합회 사무국장은 28일 "월드컵 합동응원에 모아진 한인들의 엄청난 에너지를 단발성이 아닌 미래를 개척해 가는 힘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며 "이젠 우리 모두가 태극전사라는 자긍심을 갖고 각자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신명나게 일해 미 주류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로 자리 매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기환 LA 한인회장은 "결승 진출이 좌절된 뒤에도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열성을 보여준 동포들에게 존경의 뜻을 표한다"며 "이같은 열기를 한인들의 정치력 신장과 한인타운 상권 활성화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의영 칼스테이트 LA대 교수는 "합동응원의 가장 큰 성과는 우리들도 모이면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이라며 "특히 경기 후 한인들이 보여준 질서의식은 한인사회뿐 아니라 미 주류사회의 성숙한 변화를 주도해 가는 모범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클 로스 스테이플스센터 대변인도 28일 이른 아침부터 합동응원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 센터 주변을 가득 메운 한인들을 목격한 뒤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축구 팬들을 세계 최고 수준의 스포츠 시설에 모시게 돼 영광"이라며 "붉은 물결로 상징되는 한인들의 하나된 모습은 LA의 자랑이자 미래"라고 칭찬했다.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월드컵은 대단원 막을 내리게 됐지만 태극전사들이 일궈낸 4강 신화의 위업을 우리도 자기 발전의 밑거름으로 소화해야 한다. 합동응원에 참여했던 그 정열과 결집력을 자기 성취와 ‘한 표 행사’, 비즈니스의 성공으로 분출시키는 일은 우리에게 남겨진 몫이다. 한인사회의 앞날은 한국 축구의 미래처럼 밝다. 이젠 한인사회를 위한 축제를 시작할 때다. <하천식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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