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 전체가 연말 송년파티로 들떠 있는 요즘,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반신 불구가 돼 타운 인근 웨스트레이크 양로병원에 입원해 있는 중국동포 이선화(40)씨는 그늘진 병실 한 구석에 앉아 하루에도 세 번씩 눈물을 흘린다.
뼈 속까지 쑤시는 아픔을 참지 못해 침대 맡을 붙잡고 흘리는 고통의 눈물, 하루종일 말 한마디 안 통하는 환자들 틈에 섞여 휠체어를 굴리는 자신의 모습이 처량해 흘리는 한탄의 눈물, 그리고 가슴저리게 보고픈 중국의 남편과 아들을 그리며 흘리는 외로움의 눈물이 그 것이다.
중국 길림성에서 1남3녀 중 셋째로 태어나 건축기술자로 일하는 남편, 아들 동환(14)군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일궜던 이씨.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원으로 일하다 아들 교육과 가족의 장래를 생각해 미국 행을 결심한 그녀는 전 재산과 친구와 친지들로부터 빚을 져 장만한 돈 1만여 달러를 쏟아 부어 미국 입국비자를 받았다.
1998년 여권과 옷 가방 하나 달랑 들고 피붙이 하나 없는 미국 땅에 내린 이씨는 이북 사투리 섞인 어눌한 말투 때문에 말못할 설움도 많이 겪었고 건설현장과 봉제공장, 중국식당 등을 전전하며 갖은 고생을 다했지만 중국에 있는 아들 동환군을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참았다.
미국 온지 2년 만에 빚을 다 갚고 남편과 아들에게 보낼 돈을 벌기 위해 가슴이 부풀어 있던 이씨의 꿈과 희망이 산산조각 난 것은 지난해 9월3일 새벽. 조선족 친구 3명과 함께 미국 온 뒤 라스베가스로 첫 나들이를 나섰던 이씨는 15번 프리웨이에서 뒤에서 돌진해 온 차에 들이 받히는 바람에 하루밤새 불구자가 되는 운명을 맞게 됐다.
한달 여 동안 식물인간으로 지내 현지 병원 측도 한 때 포기결정을 내렸던 이씨는 사고소식을 전해듣고 찾아온 조선족 선교교회 손유홍 목사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새 삶의 희망을 찾게 됐다.
척추장애와 하반신 불구의 몸에도 불구하고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병원은 물론 미국에서도 추방당할 위기에 처했던 이씨는 손 목사의 도움 덕분에 LA로 돌아와 양로병원에 장기 입원, 지난 1년 동안 물리치료를 받으며 연명해 왔다.
이씨의 병원생활은 외로움, 그리고 좌절과의 싸움이었다. 언제 끊길지 모르는 메디칼 때문에 병석이 가시방석처럼 느껴지고 어쩌다 중국과 전화통화를 할 때면 ‘나 때문에 돈 벌러간 엄마가 그 지경이 됐다’며 울먹이는 아들의 목소리에 애써 추스렸던 마음이 찢어지고 만다.
하지만 가족과 떨어진 슬픔이나 불구와의 싸움 보다 이씨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 미국에 남아있자니 돈 한푼 없고 몸도 불구인데다 체류신분마저 불안해 아무 일을 할 수 없고, 중국으로 돌아가자고 생각하니 남편과 아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불구의 몸을 의지할 의료시설이 미비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어쩌다 내신세가 이 지경이 됐는지, 혹시 악몽을 꾸는 것은 아닌지 하루종일 창 밖을 내다보다 엉엉 운다"는 이씨.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극복하고 휠체어에서 일어나 가족들과 함께 살날만을 꿈꾸는 그녀에게 지금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우리 동포들의 따뜻한 사랑이다.
cshah@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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