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집념의 인물이다. ‘5번의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4수 끝에 대통령에 올랐고 남북 정상회담도 성사시키더니 ‘13전14기’ 노력으로 노벨평화상을 탔다. 고려대에 강의 차 갔다가 학생들 저지로 차에서 버티던 중 소식을 듣고 "노벨상 가치가 땅에 떨어졌다"는 독설을 퍼부었다는 김영삼 전대통령을 제외한 나라 전체가 김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고 있다.
노벨상은 잘 알려진 대로 다이나마이트로 거부가 된 스웨덴의 알프레드 노벨의 유산으로 설립된 세계 최고권위의 상이다. 그러나 노벨의 유언에는 전재산을 털어 노벨상을 제정하기로 결심하게 된 배경 설명은 전혀 없었다. 동생 루드빅이 프랑스에서 사망했을 때 노벨이 죽은 것으로 착각한 프랑스 신문이 ‘죽음의 상인 사망하다’라고 보도한 것을 읽고 충격을 받아 그같은 결심을 하게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노벨이 물리·화학(경제는 나중 추가)은 스웨덴 왕립과학원, 의학은 카롤린스카 연구소, 문학은 스웨덴 아카데미등 다른 부문의 상은 모두 스웨덴에 수상자 선정을 위촉하면서 평화상은 노르웨이에 위촉한 이유도 노벨이 평화주의자인 노르웨이의 소설가 비욘슨을 좋아했기 때문이라는 등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분명하지는 않다.
아무튼 다른 5개 부문의 상이 학술적 업적을 따져 개인에게만 주어지는데 반해 평화상은 단체도 수상할 수가 있고 수상자 선정에도 정치적 영향력이 작용한다. 1901년 장 앙리 듀낭과 프레드릭 파시 이래 김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노벨평화상 역대 수상자 가운데는 알버트 슈바이처 박사(52년)나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64년), 테레사 수녀(79년)등 누가 봐도 훌륭한 인물들이 있는가 하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인물도 적지 않다.
그 좋은 예가 공산 월맹의 레둑토(73년)로 헨리 키신저 미국무장관과 함께 파리 평화협상을 성공시킨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탔던 그는 미군이 철수하자 본격 남침을 강행, 월남을 공산화 시켰다. 이스라엘의 시몬 페레스외상, 이츠학 라빈 수상과 함께 공동 수상한 야세르 아라파트 PLO 대표(94년)도 최근 팔레스타인의 유혈사태로 노벨평화상 수상자라는 말이 부끄럽게 됐다. 인디언 민권운동에 앞장섰던 공로로 수상한 과테말라의 리고베르타 멘추(92년)는 경력중 상당 부분이 조작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노벨평화상의 권위에 흠집을 냈다.
수상자들의 정치적 명암도 엇갈린다. 고르바초프 구소련 공산당 서기장(90년)은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정치적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고 폴란드 노조지도자 레흐 바웬사(83년)도 지난번 대통령 선거에서 참패했다. 반면 93년 수상자인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지난해 퇴임한 후 아프리카 지역 분쟁 해결사로 존경받는 생활을 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퇴임후 만델라가 될지 바웬사가 될지는 산적한 국내 문제를 남은 임기 동안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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