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석 속 유기물 “화석 또는 식사·배설 흔적”
▶ 로버 탐사 4년만… “유의미한 발견” 자신감
▶ 예산위기 넘어 미·중 화성 경쟁 가속화 예고

NASA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가 찍은 사진. [로이터]
연방항공우주국(NASA)의 무인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공개되면서 과학계가 들썩이고 있다. NASA는 ‘잠재적인’ 흔적이라고 강조하면서도, “1년간의 동료 평가를 통해 검증됐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NASA의 과학 예산을 대폭 삭감할 의지를 보여 화성 탐사 임무도 축소될 거란 우려가 나왔지만, 이번 발견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방향 전환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35억 년 전 물 흘렀다지난 10일 NASA의 발표에 따르면, 퍼서비어런스가 지난해 7월 채취한 암석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유기탄소와 황, 산화철, 인 등이 복합된 유기물을 풍부하게 발견됐다. 니키 폭스 NASA 과학임무국 부국장은 “이 물질들은 생명체의 화석이거나, 식사 및 배설의 흔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암석을 채취한 곳은 화성의 분화구 중 하나인 ‘예제로 크레이터’ 내부에 형성된 고대 계곡인 ‘체야바 폭포’다. 체야바 폭포의 토양은 표범 무늬의 다채로운 색을 띠고 있어 지난해 첫 발견 당시에도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켰던 장소다. NASA는 이곳 지층의 퇴적암이 점토와 실트로 구성돼 있는데, 이 같은 구성은 지구에서도 줄곧 미생물 생명체의 흔적을 보전하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암석 채취 지역에 약 35억 년 전 물이 흘렀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린제이 헤이즈 NASA 행성탐사국 선임과학자는 “이 시기는 지구에서 가장 초기의 생명체 화석이 발견된 시기와도 일치한다”며 “생명의 역사를 연구할 중요한 실마리”라고 강조했다.
■ NASA, 이번엔 진짜?이번 발견은 퍼서비어런스가 2021년 화성 탐사를 시작한 뒤 밝혀낸 것 중 가장 눈에 띄는 성과다. NASA는 이전에도 관측 등을 통해 여러 차례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주장했지만, 정밀 분석 결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번에 NASA는 내부는 물론 여러 과학자들과 함께 공동으로 데이터를 분석했고, “잠재적인 생명체의 흔적으로 볼 수 있는 유의미한 발견”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다만 이번 발견이 정말 생명체의 존재를 증명하는 물리화학적 증거, 즉 ‘생체지문’일지 확인하려면 퍼서비어런스가 채취한 샘플을 지구로 가져와 정밀하게 분석하는 최종 단계를 거쳐야 한다. 김민선 한국천문연구원 행성탐사센터 연구원은 “이번에 발견된 물질은 지구상의 혐기성 미생물이 에너지를 얻는 대사활동 이후 남기는 것과 유사하지만, 아주 고온인 환경에서는 생명현상이 없이도 이런 물질들이 생길 수 있기에 샘플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NASA의 허블 천체망원경이 지난 2003년 포착한 화성 사진. [로이터]
■ 미묘한 발표 시점한편 NASA의 이번 발표 시점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달 중 연방 의회가 2026년도 NASA 예산을 25% 삭감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안을 심사할 예정인데, 이를 막기 위해 연구결과를 대대적으로 공개했다는 분석이다. 삭감안에는 약 110억 달러가 드는 퍼시비어런스의 지구 귀환 프로젝트를 취소하는 내용도 담겼다.
NASA가 이번 발표를 하면서 중국과의 우주 탐사 경쟁을 수차례 언급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에 맞춰 예산을 방어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중국이 2028년 로봇 탐사선을 보내 화성의 암석을 채취할 계획을 추진하는데, 이보다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NASA 임시 국장인 숀 더피 연방교통부 장관은 “중국이 달과 화성에 가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화성에는 미국인의 발도장이 가장 먼저 찍힐 것”이라며 “우리는 더 비용 효율적으로 퍼서비어런스를 귀환시킬 방법을 모색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NASA는 최근 미국 비자를 소지한 중국 과학자들의 시설 및 네트워크 접근을 제한하면서 중국에 대한 경계를 한층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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