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연줄 미국인들 가담”
▶ 현지 공영방송 DR 보도에 덴마크, 미 대사대리 초치
▶ 그린란드 끌어안기 가속화

지난 3월 덴마크 정치인들이 그린란드 현지 미 영사관 앞에서 미국의 그린란드 편입 추진에 반발하는 행진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연줄이 있는 일부 미국인들이 덴마크령 그린란드에서 미국에 우호적인 여론을 퍼트릴 목적으로 일명 ‘영향력 공작’을 펼치고 있다는 덴마크 언론 보도가 나왔다. 특히 덴마크 정부가 관련 보도가 나온 당일 미국 대사대리를 초치해 항의하면서 미국과 덴마크 간 또 한 번 외교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덴마크 공영방송 DR은 27일 덴마크와 그린란드, 미국에 있는 복수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과 연결된 최소 3명의 미국인이 그린란드에서 비밀리에 ‘영향력 공작’(influence operation)을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영향력 공작은 특정 집단이 자신들의 정치·군사적 목적 등을 달성하기 위해 정보 수집, 여론 조작, 주요 인사 접촉 등의 활동을 은밀히 수행하는 행위를 뜻한다.
매체는 미국인 3명 중 한 명이 미국에 우호적인 그린란드 주민들과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명단을 작성하는 한편 주민들을 접촉해 미국 언론에서 덴마크가 부정적으로 비칠 만한 사례도 수집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두 사람은 정치인, 사업가, 현지 주민들과 접촉을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이번 기사가 총 8명의 소식통으로부터 획득한 정보로 작성됐으며 소식통들은 미국인들의 행위가 그린란드 내에서 대 덴마크 관계를 약화하려는 목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활동을 벌인 것인지,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것인지는 명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취재원 보호를 이유로 소식통들의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AP통신에 따르면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이날 이메일 성명에서 “내정에 간섭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당연히 용납 불가”라면서 “이러한 맥락에서 나는 미국 대사대리를 초치하도록 외교부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는 현지 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이 오늘 나온 DR 보도 내용을 분명하게 부인하지 않고 있는 점에 주목하며, 그리고 그것은 당연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앞서 지난 5월에도 미 정보당국에 그린란드와 덴마크 내에서 미국의 ‘편입’ 목표를 지지하는 인물을 파악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오자 “동맹을 상대로 스파이 행위는 안 된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자마자 안보상 이유를 들어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하고 싶다는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덴마크, 그린란드 모두의 반발을 샀다. 덴마크는 미국과 북극에서의 안보 협력을 확대하는 데는 열려 있으나 그린란드 편입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였던 2019년에도 그린란드 매입 의지를 드러내 덴마크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당시 프레데릭센 총리가 매입 의사를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 방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기도 했다.
광물, 석유, 천연가스 자원이 풍부한 그린란드는 약 300년간 덴마크 지배를 받다가 1953년 식민 통치 관계에서 벗어나 덴마크 본국 일부로 편입됐다. 인구는 5만7,000명 정도다. 2008년 11월 자치권 확대를 위한 주민투표, 2009년 제정된 자치정부법을 통해 외교, 국방을 제외한 모든 정책 결정에 대한 자치권을 이양받았다. 자치정부법에 따르면 그린란드는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선언할 수 있으나 경제적 자립성이 취약해 덴마크 정부 보조금에 크게 의존한다.
덴마크는 트럼프 행정부의 편입 추진에 맞서 그린란드 끌어안기에 보다 속도를 내고 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날 옌스 프레데리크 니엘센 그린란드 총리와 공동 성명을 내고 과거 그린란드 여성들을 상대로 이뤄진 강제피임 조치 등 차별적 보건 정책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는 성명에서 “이미 벌어진 일을 바꿀 순 없지만 책임은 질 수 있다. 덴마크를 대표해 사과하려는 이유다. 사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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