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다시 떴다. 한동안 조용한 것 같더니 그 이름이 연이어 언론에 오르고 있다. 뭐 다름에서가 아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사면인 8.15특별대상에 올라서다.
우중충한 다른 이름들도 또 다시 들먹여지고 있다. 윤미향, 최강욱 등등.
조국은 고교생 딸을 전문 의학 논문 제1저자로 만드는 노골적인 입시 범죄를 저질러 대볍원에서 지난해 12월 징역 2년형을 받았다. 명색이 법무장관이었다. 그런 그가 대학입시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린 범죄를 저지르고도 5년이나 끈 재판과정 내내 사과 한 번 안했다. 아니 그 사이에 정당을 만들고 국회의원도 됐다.
최강욱은 조국이 저지른 범죄의 조력자겸 하수인으로 그 역시 재판이 지지부진 이루어진 덕분에 국회의원 4년 임기를 다 채웠다.
윤미향으로 말할 것 같으면 후한무치(厚顔無恥)의 대명사, 그 자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를 돕는다며 후원금을 빼돌려 사복을 채웠다. 그리고는 입만 열었다 하면 친일 청산을 외쳐대고 있으니.
8.15사면대상에 오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에 못지않게 어지러이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그리운(?) 이름도 있다. ‘코인 본좌 김남국’이다.
의정 활동 중에는 말할 것도 없다. 이태원참사 청문회 중에도, 심지어 현충일 추념식 참석 중에도 코인을 사고팔았다. 3년간 누적 거래액이 1118억에 달했다고 하던가. 그 김남국을 이재명 민주당은 구제해 국회의원 4년 임기를 다 채우게 했다. 그 뿐이 아니다. 이재명은 집권하자마자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기용해 공직에 복귀시켰다.
후생가외(後生可畏)라고 하던가. ‘내로남불’의 달인들이 판치는 이 바닥에 등판한 세월은 아직 일천한 편이다. 그런데 그 화려한 비리 형 재테크 수법에서나, 또 ‘컴컴한 과거’에서나 김남국 정도는 가볍게 제치고 있다고 할까. 그런 새 인물들이 매일 같이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이름을 올린 김민석 총리, 이춘석 국회법사위원장, 그리고 이재명의 ‘정치 본향 성남’의 조폭출신 김진욱 총리실 정무협력비서관 등이 그 면면이다.
그렇지 않아도 무더위로 짜증이 난다. 그런 판에 불쾌지수를 계속 높이고 있는 이름들로 도배된 신문지면.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도대체 어떻게….
3년 전 국내의 한 논객이 내뱉은 한탄이 문득 떠 올려 진다.
해방 후 대한민국의 역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성공했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 다음에 오는 것은 그러나 기대와 정반대로 ‘저질화’인 것 같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문제는 민주당 대표라는 사람이 ‘파렴치성 중범죄 혐의자’란 사실에서 시작된다. 이후 ‘오직 방탄’이 민주당의 존재 이유가 됐다. 그 연장에서 괴이한 당헌을 내걸면서 역시 괴이한 입법에만 몰두해왔다. 그 과정에서 정치는 저질일변도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을 했던 것.
그러기를 3년. 이재명 민주당이 탄핵성공과 함께 정권을 잡으면서 저질화일변도의 한국정치는 마침내 특이점(singularity)에 도달했다는 것이 일각에서의 진단이다.
특이점이란 어떤 기준을 상정했을 때, 그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점을 이르는 용어로, 물리학에서는 온도·밀도 등 물리량이 무한대로 발산해 기존 물리법칙이 붕괴되는 지점을 의미한다.
정치에는 통념, 관례라는 게 있다. 엄혹한 군사정권시절에도 비리혐의를 받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공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파렴치범죄 전과가 있다. 그런데다가 현재 비리 혐의를 받고 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다. 2심에서도 유죄가 확정됐다. 그런데도 뻗댄다. 그러면 진영논리에 따라 무조건 감싼다. 이와 함께 민주주의도 무너지고 있다.
동시에 붕괴의 연속상황을 맞고 있는 것은 정치다. 국회는 민주당 일당체제가 됐다. 이 정황에서 민주당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종법 개정안),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방송법개정법 등 대한민국의 국가시스템을 기본부터 뒤흔드는 중대한 법안들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대통령실은 연신 친중, 친북 시그널을 흘리고 있고.
이 분위기에서 민주당 대표라는 사람은 공공연히 국민의힘을 상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동시에 거론되는 게 국민의힘 해산론이다. 그게 그런데 당순한 엄포같이 들리지 않는다.
허위조작정보감시단, 이른바 ‘민주파출소’를 더 적극 가동하겠다고 했다. 법원이 다투고 있는 내란도 나서서 척결하겠다고 했다. 점령군이라고 해야 하나, 패권정당정치의 주역이라고 해야 하나. 그게 이재명 집권과 함께 민주당이 보이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 상황이 장기화될 때 따라 오는 것은 뭘까. 사회적 갈등과 이념적 충돌의 무한 증폭이다.
여기서 한 번 질문을 던져 본다. ‘산업화’ ‘민주화’ ‘저질화’- 그 다음에 오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Peak Korea’의 가속화가 그 답이 아닐까.
삼성, 현대차 등?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의 ‘탈한국’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핵심 인재의 해외 유출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블랙홀이 되어버린 저질정치가 불러온 현상으로 1류 선진대국 대한민국의 꿈은 한낱 미몽(迷夢)으로 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할까.
‘8.15 광복 80주년’-. 왠지 어딘가 쓸쓸하게 들린다.
<
옥세철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