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어머니 날을 가족들과 함께 보내면서 자식들의 어머니, 나의 아내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끼며, 아내라는 존재에 대하여 다시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성경에서 최초의 인간 아담이 홀로 있는 것이 안쓰러웠던 하나님이 어느 날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한 뒤 그의 갈빗대 하나를 뽑아 그것으로 배필을 만들어 주셨는데 아담은 배필을 보자마자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창세기 2:21-23)고 좋아하며 감탄 하였다. 아담의 이 찬사는 역사 이래 최고의 찬사로 꼽히고 있다.
나는 아내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가. 아내가 ‘내 뼈 중의 뼈, 살 중의 살’이라면 내 삶의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뜻일텐데… 그런 아내를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대해왔는가 생각해보면 미안한 마음에 괜시리 숙연해진다.
그런가하면 팔만대장경에서는 “아내는 남편의 영원한 누님이다.” 라고 했고, “좋은 아내를 갖는 것은 제 2의 어머니를 갖는 것과 같다. 좋은 아내는 남편이 탄 배의 돛이 되어 그 남편을 항해(航海)시킨다.”라는 영국속담도 생각났다. 세상에 아내라는 말처럼 정답고 마음이 놓이고 아늑하고 편안한 이름이 또 있을까?
‘아내’는 결혼한 남편의 배우자를 일컫는 말로, 배우자 또는 여편(wife)이라고도 부르며, 남편의 아내를 지칭할 때는 부인(夫人)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의 아내를 부를 때에는 부인, 자신의 아내를 부를 때에는 처(妻), 마누라, 집사람, 여편네, 지어미 등으로 부른다.
어문학계에서는 아내를 ‘안채에 있는 사람’으로 풀이한다. ‘안ㅎ’에 곳을 뜻하는 ‘에 또는 애’가 더해져 ‘안해’였다가 16세기쯤에 ‘아내’로 굳어진 것으로 본다.
아내를 ‘안해’라고도 부른다. 이는 ‘안의 해’라는 말로서 ‘내 안에 있는 해, 내 가슴에 있는 태양’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라는 말이리라. 그러나 아내의 존재감을 잊고 살 때가 참으로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이 뜻을 잊지 않기 위해 나도 아내를 ‘안해’라고 쓰고 싶어진다.
탈무드에서는 “아내를 괴롭히지 마라. 하느님은 아내의 눈물방울을 세고 계신다.“고 했다. 명심보감 교우편에는 “貧賤之交不可忘 (빈천지교불가망) 糟糠之妻不下堂 (조강지처불하당) 빈궁할 때 사귄 벗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고, 가난할 때 의지하며 살아온 아내는 버리지 않는다. 즉 옛 벗이나 고락을 함께 했던 아내는 잊거나 버려서는 안된다는 말이 들어있다.
아내를 황금같이 보면 삶이 달라진다. 아내가 행복해야 인생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인명재처(人命在妻)? 그렇다. 아내가 행복해야 삶이 행복하고 남편이 편하다. 남편의 운명은 아내의 손에 달려 있다.
특히 나이 들어가면서 이러한 진리는 두드러진다. 베이컨은 “아내는 젊은이에게는 연인이고 중년 남자에게는 반려자이고 늙은이에게는 간호사라고 했다. 내게 아내란 사람은 어떤 존재인가?
내가 나이 한 살 더 먹으면 같이 한 살 더 먹으며 옆에서 걷고 있는 사람! 아침에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까 걱정 안 해도 되는 사람! 집안일 반쯤 눈감고 내버려 둬도 혼자서 다 해 놓는 사람! 너무 흔해서 고마움을 모르는 물처럼 매일 그 사랑을 마시면서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 가파르고 위태로운 정점이 아니라 잔잔하게 펼쳐진 들녘 같은 사람!
세상의 애인들이 탐하는 자리, 눈보라 몰아치고 폭풍우 휘몰아치는 자리, 장마비에 홍수가 나고 폭설에 집이 무너져도 묵묵히 견뎌내는 초인 같은 사람! 가끔은 티격태격 싸우고 토라졌다가도 다시 누그러져 나란히 누워 자는 사람!
불편했던 애인을 가져봤던 사람들은 안다. 아내가 얼마나 편안한지…. 그런 사람 하나 곁에 있어서 세상에는 봄도 오고 여름도 오는 것이다.
별들이 밤하늘에 나란히 빛나듯이 땅 위엔 나란히 곁에서 나이를 먹어가는 사람! 내가 살아가는 모든 것이 말없이 곁에서 지켜주는 내 삶의 가장 소중한 사람! 팔순동갑 아내가 53년째 나의 누님같이 보살펴주고 있기에 오늘도 나는 외롭지 않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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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렬/수필가·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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