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그륵이라 쓰고 읽으신다그륵이 아니라 그릇이 바른 말이지만어머니에게 그릇은 그륵이다물을 담아 오신 어머니의 그륵을 앞에 두고그륵, 그륵 중얼거려 보면그륵에 담긴 물이 편안…
[2022-09-13]벼는 서로 어우러져기대고 산다햇살 따가워질수록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마음들…
[2022-09-06]당신이 산이라면 나는 강, 나는 당신을 넘지 못하고 당신은 나를 건너지 못합니다. 천년을 내게 발을 담근 채 당신은 저 건너에만 눈길을 두고, 만년을 당신 휩싸고 돌며 나는 속으…
[2022-08-30]길바닥과 발바닥이서로 사정없이 치고미련 없이 뗀다연거푸 치고 떼며더 끈덕지게 달라붙는다치고받는 바닥끝까지 마주치는 일은 죽어서야 끝나는 일날마다 부대끼며 살아도 막상 보면허깨비 …
[2022-08-23]청이 딱히 없어도 맨발로 내닫는 건바람과 손잡은 파도의 오랜 비밀푸르른 등을 미는데 흰 속곳 춤이라니!더러는 하품이고 거품뿐인 일과라도바위야 부서져라 껴안고 굴러 보듯필생의 운필…
[2022-08-16]사람은 자신만의어떤 사치의 감각이 있어야 한다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위해나머지를 기꺼이 포기하는 것제대로 된 사치는 최고의 절약이고최고의 자기 절제니까사람은 자신만의어떤 멋…
[2022-08-09]앞 뒤 없는 곳에밥 차려 놓고 한 벌 수저 놓으면따끈따끈한 앞이 생긴다 뒤로 밥 먹는 사람 없다등 뒤에서도 알 수 있는 밥 먹는 몸짓그런 앞을 보려고 누구나 살아서 밥을 벌려 한…
[2022-08-02]공중제비를 돌았다꿈속이었다빨간 셔츠의 선수가 잔디 위에서펄쩍 뛰어오르더니공중제비를 돌았다당나귀가 한밤중에 마구간을 뛰어넘어공중제비를 돌았다긴장을 완화하는 한 방법이라고 했다기쁨이…
[2022-07-26]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펄과 …
[2022-07-19]시골버스 정류장에서할머니와 서양 아저씨가읍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시간이 제멋대로인 버스가한참 후에 왔다- 왔데이!할머니가 말했다할머니 말을 영어인 줄 알고눈이 파란 아저씨…
[2022-07-12]끙끙 앓는 날은 무릎걸음으로 다가가는 저 여자죽을 만큼 아파보면삶이 가벼워지기도 한다는 저 여자마음 아픈 날에는 시집을 덮고 돌아눕는 저 여자눈물 나는 날은 가까이 보이기도 하는…
[2022-07-05]왼손은 오른손을 씻고오른손은 왼손을 씻는 법이다손바닥은 손등을 씻고손등은손바닥이 데려가 입힌 때를다른 편 손바닥에기꺼이 맡기는 법이다손에서 손까지의 거리손바닥에서 손등까지의 거리…
[2022-06-28]기차를 세우는 힘,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시간을 멈추는 힘,그 힘으로 우리는 미래로 간다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안다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그 …
[2022-06-21]늦점심을 먹으러 마주 보는 두 집 가운데 왼편 충효소머리국밥집으로 들어가는 일, 길가 의자에 앉아 빠안히 날 쳐다보는 황남순두부집 아주머니 눈길 넘어가는 일, 몇 해 전 남편 뇌…
[2022-06-14]오늘이 모자라면 모자처럼 날아가고모자처럼 하모니카 불고모자처럼 새 되어모자처럼 옆으로 돌려 쓰고모자처럼 구름 위에 올려놓고모자처럼 뒤집어서새도 꺼내고토끼도 꺼내고사과도 꺼내고오늘…
[2022-06-07]쏙쏙 뼈가 쑤신다는 기별을 받고 고향에 갔다 검버섯 덕지덕지 핀 스레트 낡은 집이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아끼던 옷 주섬주섬 걸치고 병원 가면서도 에미 잘 있고 선이와 철이도 …
[2022-05-31]이주 노동자 세 사람팬티 입은 채목욕탕에 들어왔다수영장에 온 사람들마냥자기들끼리는 싱글벙글냉탕 온탕 들락날락하는데아무 말 못 하고 째려보는사람들 사이에서행복슈퍼 할아버지 하시는 …
[2022-05-24]오십견을 앓고 나서야 오십견의 아픔을 알았네아파보지 않은 이가 남의 아픔을 이해한다는 것은불가능함을 알았네사람들은 남들의 고난을 보고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지내가 오십이 …
[2022-05-17]손바닥으로 방바닥을 훔치다쌀벌레 같은 것이 만져졌다검지로 찍어보니 엄마였다나는 엄마를 잃어버릴까봐골무 속에 넣었다엄마는 자꾸만 밖으로 기어나왔다엄마, 왜 이렇게 작아진 거야엄마의…
[2022-05-10]나는 ‘등 푸른 생선’이라는 말이 좋다 ‘등이 시퍼런’보다 푸른이 주는 안전한 느낌 약간 부드러우면서 밝고 건강한 느낌 고등어 꽁치 삼치 참치 방어 정어리 멸치 청어 연어 장어 …
[2022-05-03]

























문태기 OC지국장
민경훈 논설위원
박홍용 경제부 차장
박영실 시인·수필가
양홍주 / 한국일보 논설위원
오인태
옥세철 논설위원
메건 매카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1994년 처음 등장해 지난 31년간 뉴욕시 전철과 버스 승차권으로 쓰인 메트로카드가 31일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더 이상 메트로카…

다사다난했던 2025년이 하루만 남겨둔 채 역사의 저편으로 저물고 있다. 올해의 가장 큰 뉴스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몰아친 이민 …

스마트폰에서 자녀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부모 통제(parent control)’ 위치 추적 기능의 도움으로 납치됐던 청소년들이 잇달아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