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년 춤인생, 이제야 그 맛 제대로 알았죠
뉴욕에서 30년이상 춤을 춰오고 있는 한국무용가 박수연, 그의 춤을 본 관객은 저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들썩이고 오이씨 버선발이 그리 예뻤던가 하게된다. 묵은 장맛 나는 그의 춤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제야 진짜 춤을 춘다
감으면 풀고 풀면 다시 감는 춤의 경지가 순간에 관객을 희로애락으로 몰아가는 박수연 한국공연예술센터(전 한국전통예술협회,) 회장, 그는 이제야 진짜 춤을 춘다고 한다.“55세부터 65세까지가 인생의 황금기다. 3년 전부터 춤맛, 춤집을 알고 춘다. 그전에는 가짜였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박수연,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춤에서 묵은 장, 청국장이나 장아찌맛이 난다고 한다.그는 입춤, 흥춤, 장고춤, 검무도 잘추지만 그의 대표적인 춤은 살풀이와 승무다.
박수연은 2003년 우봉 이매방 살품이춤 이수자가 되었고 2009년 이매방 승무 이수자가 되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제97호 살풀이춤 보유자인 이매방 선생의 살풀이 이수자는 뉴욕의 박수연을 비롯 미국에 3명, 승무는 단 한명으로 그이다.
박수연은 7살부터 춤을 췄다고 한다,1954년 경기도 강화에서 박승유·송태옥씨의 2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나 세살 때 부모님과 함께 문산으로 가서 그곳에서 자랐다. 당시 할머니와 어머니가 무당을 불러 굿을 하고 동네 약장수가 와서 동동구리무를 팔며 가무를 하면 어린 박수연은 집에 와서 흉내를 냈다. 파란 비닐우산살을 빼내어 창호지 문을 두드리며 장구치는 흉내를 냈고 어른들과 함께 당사주(唐四柱)를 보러가 박수연의 사주를 넣으니 삼현육각 악사들이 뒤에서 연주하고 한가운데서 가야금을 타고있는 그림이 나와 다들 ‘예술가’ 사주구나 했다.
7살에 경기도 금촌 국악원에서 소리와 춤을 배우기 시작했고 고등학교 여름방학때마다 전주 소리꾼 금파 강도근 선생한테 가서 배웠다. 경서도 소리의 명인 이창배 선생, 국립무용단 초대단장 송범 선생의 학원에서 조교이던 정재만 선생한테서도 배웠다. 그후 종로5가 광장시장 근처 선소리산타령 예능보유자인 황용주선생 밑에서 무용 조교를 하다가 75년~76년 인천 올림포스호텔 한국관무용단장을 거쳐 78년~79년 선정릉에서 개인무용소를 하기도 했다. 한국 플라멩고 선구자인 조광 플라멩고 무용단소속으로 해외공연을 하다가 미국으로 왔다.
미국에는 애틀란타로 이민 간 언니가 있었고 언니의 초청으로 뉴욕에서 살게되었다. “모든 것은 어머니의 공이다. 객지에 나가 있어도 부뚜막에 내 밥그릇을 꼭 퍼놓으시고 정한수를 떠다 기원하셨다.” 그 어머니는 10년간 치매를 앓으시다가 작년 3월에 92세로 작고했다.
▲한인들과 30년을 한결같이
1982년 2월 20대후반에 도미한 박수연은 한인들과 이민생활을 같이 했다. 특히 2012년 10월에 열린 코리안 퍼레이드에는 30년째 참가해오고 있다.청과상조회 추석맞이행사는 제1회부터 참가, 연습장소도 변변히 없던 그때 비가 오면 고가도로 아래서 장구 치며 힘들게 연습을 해야 했다.1993년 엘머스트에서 한국국악협회 미동부지회로 출발했다가 2007년 상호를 반납, 1998년 4월말 설립된 한국전통예술협회(Korean Performing Art Center(KPAC))는 47가 사무실을 거쳐 2003년 43가, 2010년 33가 핍스애비뉴로 옮기면서 최근 이름을 한국공연예술센터로 바꾸고 더욱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박수연은 예술가로서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도 톡톡히 한몫 한다. 지난 10월27일 한국전통예술협회 제18회정기공연 ‘하늘과 자연, 그리고 영혼’ 무대에 올여름 전통악기 워크샵에 참여했던 한인2세와 할렘 차터스쿨 학생들을 초청, 가야금 합주를 했다. 럿거스대학 한얼풍물패와의 인연은 92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매주 금요일 42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뉴브런스윅에 내리면 제자들이 차로 마중나왔다. 그동안 쌓인 정이 끈끈하고 그들이 결혼하니 손자손녀들도 엄청 많아졌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대학 풍물패도 사라져 지금 3명이 남았지만 20년간 맺어진 사제간의 정은 공연때마다 객석을 가득 채운다. ‘늘 고맙다’는 그에게서 제자사랑이 넘쳐난다.
또한 박수연이 입양아들을 돕게 된 것은 91년 대한항공 기내에서 백인남녀가 입양아를 데리고 가는 것을 본 것이 계기이다. 낯선 품에 안겨 계속 울어대는 4명의 아기들 울음소리가 너무 마음 아파 알래스카에 경유하는 동안 대신 아기를 돌봐주었다. 1994년 입양아 캠프와 인연이 되어 뉴저지 입양아 캠프프렌드십을 꾸준히 도와주고 있다. 2006년부터 매년 여름 열리는 입양아 캠프는 한국 진도 땅끝마을 국립남도 국악원에서 2주간 한국문화를 산체험시킨다.
한인사회뿐 아니라 멀리 한국까지 남편 제리 워스키(Jerry Wartski)(82)의 아내 내조는 소문 나 있다. 브로드웨이 80년 역사를 지닌 극장 에디슨 볼룸과 호텔을 소유한 부동산업자인 그는 아내의 춤을 사랑하여 공연이 있으면 객석 가운데 앉아서 무대 위 아내에게 에너지를 선사한다. 남편은 2010년 대한민국 옥관문화훈장도 탔는데 탁구대표팀을 후원, 한국 문화스포츠에 기여한 공이다.
박수연이 이매방 춤을 배우기까지 남편의 외조가 컸다. 살풀이를 이수한 후 “살풀이면 됐다”고 하자 남편이 “승무도 하라”고 격려한 탓에 승무 이수자도 되었다.
1998년 이매방 고희기념연주, 2005년 이매방춤인생 60주년에는 한국내와 해외에서 모인 제자 100여명이 모여 큰공연을 한다. 다 큰 제자들도 연습 중 실수하면 북가락으로 욕먹고 매맞아가면서 하는데 박수연이 매를 이리저리 피하자 지켜보던 남편이 말했다. “왜 선생님에게 팔이고 등이고 내어주지 않았느냐”, 그는 깨우쳤다. “맞다, 언제 또 선생님 매를 맞을거냐?” 현재 이매방선생은 노환으로 투병 중이다.
97년부터 1년에 5~6번 한국에 가면 무조건 양재동 스승의 집으로 달려가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옆에서 배웠다. 제자들의 연습복, 무대복을 손수 지어주는 스승은 재봉틀 돌리면서, 바느질 하면서 나오는 한마디를 놓치지 않았다. 그것을 마음속에 저축하고 숙성시켜 미국에서 춤추는 동안 꺼내 썼다. 욕쟁이 별명을 지닌 이매방 선생은 그를 이렇게 말했다.“박수연은 소리속도 알고 장단속도 알고 춤속을 다 알아 춤집도 예쁘다. 삼합(三合)을 다 갖췄다“
▲이제는 내려놓는 나이
불자인 그는 원각사에서 오체투지를 하며 내려놓는 연습을 해왔다. 두 손을 합장하여 가슴 가운데 놓고 ‘잘난 것 없는 춤인생, 겸손해지자,’고 다짐한다. 하심이다,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여주는 일이다.
“불교의 탐진치<탐:貪,욕심 진(瞋, 화냄) 치(痴, 어리석음>, 즉 탐내어 그칠 줄 모르는 욕심과 노여움, 어리석음, 이 세가지를 떠올려 늘 나를 가다듬는다.”
불자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그는 요즘 발목이 자유롭지 않다. “한국춤은 발이 춘다. 발뒤꿈치를 바닥에서 뛰지않고 하다보면 발목이 고장 나고 매일밤 마사지를 해야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지만 그래도 춘다”그는 아무리 힘들어도 춤이 없는 자신의 삶은 상상할 수가 없다. 멋진 계획도 갖고 있다.
“세계각국민속무용단을 초청, 에디슨볼룸에서 인터내셔널폭댄스페스티벌(International Pork Dance Pestival)을 열고싶다. 또 매주 월,수요일 함께 연습하는 6명의 선생들에게 독무대를 열어주려 한다. 앞으로 내가 얼마나 할 것인가. 나누자, 자꾸 나누자, 예술도 나누자고 한다.” 2008년 미연방정부예술위원회(NEA) 내셔널 헤리티지 펠로우(National Heritage Fellow)로 선정된 그는 2013년에는 맨하탄 초등학생 초청 정월 대보름축제-강강수월래를 시작으로 링컨센터 아웃도어 페스티벌 등 많은 무대에 서서 우리 춤과 소리를 들려준다,
“박수, 돈, 명예, 아무 것도 아니다. 살면서 가장 힘든 것이 사람이 사람한테 주는 아픔이었다. 지금도 가장 무서운 것은 무대다. 살이 떨리고 무서워, 무대에 오르기 전 기도를 하여 마음을 정화시킨다.”는 그는 춤사위, 특히 뒷모습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마음이 담겨져 있는 춤을 추려 애쓴다” 는 박수연, 그는 오늘도 내공으로 추는 춤, 사람의 마음을, 세상을 위로하는 춤을 추고자 한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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