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의 X-레이 전신 투시기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공항 보안검색을 담당하는 TSA는 완벽한 안전장치와 철저한 점검 시스템을 거론하며 X-레이 투시기가 절대 안전하다는 견해를 보이는 반면 일부 과학자들은 기계적 결함 가능성과 객관적 안전성 평가에 반드시 필요한 직접적인 접근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회의를 표시하고 있다.
임신하기 전부터 요란다 마틴-차코는 공항의 보안요원들이 항공승객 검사에 사용하는 전신 X-선 투시기를 가급적 피하려 들었다. 아이를 가진 이후 X-레이 신체검색에 대한 그녀의 태도는 더욱 완강해졌다. 요란다는“공항의 보안 요원으로부터 X-선 검색대를 통과하라는 지시를 받을 경우 팻-다운(pat-down)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팻-다운은 공항보안을 담당하는 연방교통안전청(TSA) 요원이 직접 손으로 항공 승객의 몸을 더듬는‘수동식’ 검사 방식이다.
프라이버시 침해 논쟁과는 또 다른 문제
오작동 땐 인체에 치명적‘방사능 폭격’
전문가들“작동방식·점검내용 공개” 절실
X-레이 신체검색은 모든 항공승객이 빠짐없이 거쳐야하는 필수 절차는 아니다. TSA요원들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승객에 한해 이를 실시한다.
전신 X-선 스캐너는 처음 도입됐을 때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승객의 알몸이 그대로 노출된다는 지적과 함께 뜨거운 찬반 논쟁이 전개됐다.
911 여객기 테러와 같은 끔찍한 참사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주장과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섰다.
그러나 요란다가 X-레이 검색대를 통과하지 않으려드는 것은 수치심이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때문이 아니라 건강상의 이유에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이 겁나기 때문이다.
위스컨신주 그린베이에서 교사로 활동하는 요란다(34)는 “이번에 임신을 하기 이전에 두 차례 유산을 했다”며 “임신 중 공항의 X-레이 검색을 피하라는 것이 담당의사가 내게 제일 먼저 해준 충고 가운데 하나였다”고 말했다.
X-레이 검색기의 효과에 관한 장기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피하고 보는 게 상책이라는 논리다.
현재 미국의 36개 공항에는 244대의 전신 후방산란 X-레이 스캐너가 가동되고 있다. TSA에 따르면 이들은 거의 쉴 틈 없이 사용된다.
다른 공항들은 X-레이 스캐너 대신 마치 유리 공중전화부스처럼 생긴 밀리미터파 전신 투시기를 갖추고 있다. X-레이나 금속탐지기 대신 고주파를 이용한 검색기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X-레이 투시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경우 승객의 입장에서는 위험한 수준의 방사선 노출을 염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한다. 이때 방출되는 전리방사선은 인체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좀처럼 경계심을 풀지 못한다. 대규모로 X레이 기계를 사용하는데 따른 안전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는 X-레이 기계에서 나오는 방사능이 피부를 통해 장기에 도달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왔다.
또 다른 보고서는 연 10억 건의 X-레이 스캔 당 100건의 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물론 방사능이 유발하는 암이다.
유럽연합(EU)은 방사선을 사용하는 전신 스캐너 사용을 금지한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의료상의 이유 없이 인체에 X-레이를 사용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미국의 공항에 설치된 X-레이 기계는 초점을 좁힌 고강도(high-intensity) 방사능 빔으로 항공 승객의 몸 전체를 재빠르게 훑는다.
콜럼비아대 메디컬 센터의 방사능센터 디렉터인 데이비드 브렌너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기계결함으로 인해 방사능 빔이 몇 초간 한 지점에 멈춰서는 시나리오를 가장 두려워한다.
기계가 이런 종류의 오작동을 일으키면 비록 짧은 순간에 불과하더라도 인체는 방사선의 ‘폭격’을 받게 된다.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TSA는 X-레이 검색기의 작동방식을 비밀에 붙이고 있다.
TSA는 전신 스캐너가 연방식품의약국(FDA)과미 육군 공중보건사령부, 존스 홉킨스대 응용물리학 연구소로부터 지속적인 점검과 평가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 기관에서 근무하는 연구원들은 현재 공항에서 사용 중인 스캐너에 직접 접근하기가 대단히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현장 실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들이 작성했다는 평가 보고서에는 저자의 이름이 없다. 당국에서 삭제해버렸기 때문이다. 역시 “보안상의 이유”로 보고서 내용 중 일부는 지워졌다.
정부의 검열에 불만이 없을 리 만무하다.
평가기관에 속하지 않은 독립적 과학자들은 기계에 대한 제한적 접근 탓에 검색 시스템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가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UC샌프란시스코의 생화학과 생물리학 명예교수인 존 세다트는 공항 X-레이 검색기를 통과하는 승객은 병원에서 X-레이 흉부촬영을 할 때 환자가 쏘이는 방사능의 10%에 해당하는 양을 받아들이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TSA가 추산한 공항 X-선 검색기의 방사능 방출량에 비해 45배나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TSA 관리들은 공항 X-선 검사 때 승객들이 실제로 노출되는 방사능 양을 측정하기 힘들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에 코웃음을 친다.
이들은 방사능 양 측정은 결코 어렵지 않고 검사기는 최소한 1년에 한 번씩 철저한 조사를 받으며 비상상황에 대비해 완벽한 작동중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절대 안전”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완벽”이란 자만의 허울에 불과하다. 공항 검색기는 기계결함을 일으킨 ‘전력’이 있다.
최근 TSA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5월에서 2011년 5월까지의 1년간 3,778건의 공항 X-레이 검색기 서비스 요청이 접수됐다. 제대로 작동을 안 하니 손을 보아달라는 수리 요청이다.
2010년 10월 12일자 연방 보건후생부 서한에서 과학자들은 대량의 X-레이를 방출할 수 있는 검색기의 이상을 지나칠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는 TSA 요원들이 X-레이 기계가 얼마나 위험한지 제대로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
과학자들은 또 “병원의 경우 X-레이 기계를 매일 점검한다며 TSA도 이를 따라줄 것을 촉구했다.
이제까지 알려진 대부분의 방사능 위험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에서 발생한 질환을 바탕으로 추론한 것이다.
TSA 관리들은 X-선 투시기의 방사선은 임산부, 유아와 어린 아이를 포함한 모두에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유아와 아동은 방사능에 더욱 민감하다. 그러나 공항 X-레이 검색기로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된 사람은 공항 터미널에서 매일 수시로 보안검색대를 들락거려야 하는 TSA 직원들이다.
2004년 국립직업안전위생연구소는 TSA 짐가방 검색요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후 발표한 보고서에서 TSA 종업원들도 병원과 연구소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방사능 노출을 조직적으로 모니터할 수 있는 필름 배지 착용을 권했다.
그러나 TSA는 이런 권고를 무시했다. TSA의 이 같은 반응이 무지의 소치인지 맹목적 확신에 따른 만용인지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X-레이 투시기를 향한 항공승객들의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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