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자는 원리 밝히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네이처지에 제1 저자로 논문 실린
초파리 섹스시간 조절요인과 유전자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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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저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6월 6일자에 ‘초파리박사’ 김우재 UCSF 박사후 연구원(Post Doc)이 제1저자로 쓴 논문이 실렸다. 지난 7일 김박사를 만나 논문주제와 그의 과학철학에 대해 들어보았다.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 주제
네이처에 실린 논문제목은 “Contribution of visual and circadian neural circuits to memory for prolonged mating induced by rivals”로 지난 2년반 동안 초파리의 성적 행동(Sexual behavior)을 연구해온 성과물이다.
매일 랩에서 실험에 실험을 거듭한 결과 혼자 자란 수컷들(20분 정도)이 다른 수컷들과 자란 개체들보다 5분이상 오래 섹스한다는 것을 밝혔다. 또 눈이 멀었거나, 어두운 곳에서 자란 경우 섹스 시간이 길어지지 않았고, 혼자서 자랐더라도 거울을 보고 자란 수컷들의 섹스시간이 길었음을 증명, 시각자극에 의해 라이벌을 인식한다는 것과 생체주기에 관여하는 두 유전자 타임리스(timeless)와 피리어드(Period)가 라이벌에 의한 시각자극을 통해 섹스시간을 늘이는 데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 스크리닝(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걸러내는 과정)을 통해 초파 리 뇌에 뉴런 10만개 중 뇌 안쪽에 있는 신경세포 10개가 경쟁자를 인식해 섹 스시간을 늘리는데 필요한 시각기억을 조 절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러한 연구를 행동유전학(Behavioral Genetics)이라고 하는데, 현재 지도교수인 유넝(Yuh Nun Jan)의 스승이었던 시모어 벤저(Seymour Benzer)가 1970년대 중반 초파리를 이용해 시작한 분야다. 유전자가 어떻게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연구하는데, 초파리엔 유전학적 도구들이 워낙 풍부해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된다.
▶과학은 발견을 목표로 하는 것
그러나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고 해서 특정분야에 응용되거나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과학은 과학적 발견을 목표로 하는 것이지 실용적 이익을 위해 사용되는 도구가 아니다. 과학자들은 자연법칙이나 원리를 밝히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17세기 뉴턴의 고전역학이 발견된 당시에는 어디에 유용하게 사용될지 몰랐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댐 건축 등 기계공학 분야에 다 쓰인다. 내가 발견해낸 과학적 사실과 증명들이 훗날 어떻게 응용되고 적용될지는 굉장히 미지수다.
내 논문의 경제적 이용가치를 물었지만 나는 과학을 소비하는 우리의 방식이 치우쳤다고 생각한다. 고흐, 고갱이나 아인슈타인이나 똑같다. 과학은 예술이다. 과학자도 예술가와 마인드가 비슷하다. 자기 학문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나가는 사람들이다.
▶과학과 정치, 그 딜레마 풀고파
과학자는 과학 자체에서 즐거움을 얻어야 한다. 연구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되면 자신의 연구성과를 조작하는 황우석 사태는 필연적으로 온다. 나는 과학자들이 과학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자들에게 정치인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과학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학문이 놓여 있는 시스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과학이 건강해지기 위한 사안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한 사회의 과학은 과학자의 능력으로만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한 사회의 과학수준은 그 사회의 수준에 의해 규정된다. 과학을 둘러싼 사회적 경제적 시스템들을 무시하면 안된다. 결국 한국의 과학을 건강하게 만드려는 시도는 한국사회의 모순들을 직시하고 이를 개혁하려는 시도와 겹친다. 결국 과학자에게 정치란 자신의 과학을 건강하게 만들려는 모든 시도라 할 수 있다. 역사적 경험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정치에 종속되는 부패된 과학계를 만들지 말고 과학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회구조 개혁에 관심을 갖기 바란다.
NSF(미국과학재단)이 과학정책에 입김을 넣고 국회를 대상으로 로비하며 미국 과학계를 융성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역사적 경험이 없다. 한국사회는 과학자들을 국가를 먹여 살리는 사람, 경제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산업역군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의 과잉된 기대로 과학자들을 밀어붙이고 과학정책을 실행한다면 과학도 망하고 노벨상 수상 과학자도 나오지 않는다.
그동안 양적팽창을 거듭해온 현재 과학계의 업적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학계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그리고 현실과의 괴리를 줄이는 과학정책 실행을 위해 인터넷 과학잡지 ‘사이언스온’ 발기인으로 참여해 칼럼을 쓰고, 과학자들의 연대를 이뤄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연구비 조성을 위해 정치화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과학정책 향방을 바꾸는 것에 관심을 돌리길 바란다.
***김우재씨는 연세대학교 생물학과 졸업 후 포항공대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 사학위를 받고, 그후 UCSF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초파리의 행동유전학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과학재단 ‘사이언스타임즈’ 및 한겨레 ‘사이언스온’ 등에 과학에 관한 글을 기고해 왔으며, 과학사와 현장의 과학 관계를 연결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
<신영주 기자>
김우재 초파리 박사가 자신의 논문이 실린 네이처지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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