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는 아이들 갈곳 없다
한인사회에서도 부모로부터 버림받는 아이들 문제가 무시 못 할 정도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본보 16일자 A1면 보도) 이처럼 공공기관의 손에 맡겨지는 한인 아이들이 갈 곳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부분 타인종 양부모나
위탁시설 떠돌이 신세
사실상 두번 버림받는 꼴
이처럼 버림받는 아이들에게는 문화적,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고 정체성과 동질감을 유지할 수 있는 한인 가정에 입양되는 것이 최선의 길이지만 이들을 입양하려는 한인 가정이 거의 없어 아이들은 사실상 두 번 버림받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LA카운티 아동보호국(DCFS)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친부모의 친권포기로 아동보호국에 맡겨진 한인 신생아나 아동들 중 입양을 통해 양부모를 만난 케이스는 단 5명에 불과했고, 이중 한인 가정으로 입양된 경우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아동보호국의 보호에 넘겨지는 한인 아이들이 20~30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한인 아이들의 대다수는 타민족 양부모 가정에 맡겨지거나 낯선 위탁시설에서 자랄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LA카운티에서 부모의 친권포기로 아동보호국에 맡겨진 23명의 한인 아이들은 모두 현재 입양되기를 기다리며 백인 또는 히스패닉의 위탁가정(forster home)에서 단기적인 보호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의 원인을 ‘입양’에 인색한 한인사회의 의식에서 찾고 있다. 이들은 매년 수백명에서 1,000여명에 달하는 한국 어린이들이 미국으로 입양돼 오는 상황이지만, 정작 미국 내에서 버림받는 한인 아이들을 입양을 통해 따뜻한 가슴으로 품는 한인들은 거의 없다시피 한 실정을 지적하고 있다.
LA카운티 아동보호국의 김청자 소셜워커는 “지금까지 탁아시설 운영자가 맡겨진 아이를 직접 입양한 경우를 제외하고 한인 가정에서 아동보호국을 통해 자발적으로 입양을 희망한 경우는 최근 몇 년 동안 전혀 없었다”며 “한인들은 대부분 미국 내 입양에 대해 ‘어떻게 저런 애들을 입양하나’라는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상담심리학 전문가 이순자 박사는 “한국의 문화는 혈연 중심으로 이뤄져 내가 낳은 자식을 키워야만 내 자식이라는 개념이 타민족보다 강해 이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아동보호기관에 넘겨진 아이들이 입양되기에 앞서 맡겨지는 위탁가정 가운데 한인 가정이 거의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동보호국 네일 잰빌 공보관은 “현재 위탁가정으로 등록된 한인 가정은 거의 전무하다”고 밝혔다.
버려진 아이들이 타민족 가정에서 따뜻한 사랑을 못 받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한인 가정에 입양되거나 맡겨져 보호받으면 정서적, 문화적으로 더 빠른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라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 소셜워커는 “보다 많은 한인들이 입양이나 위탁보호를 통해 버림받는 아이들에 대해 보다 더 큰 관심과 따뜻한 시선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승진 기자>
johnyang@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