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각 소유주였던 김영한씨가 대원각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법정 스님께 맡겨 부처님 것으로 만들라고 했지요” LA 한인타운 ‘고려사’의 살림을 맡고 있는 김대도행(83) 보살의 말이다. 지난 11일 입적한 법정 스님이 창건했던 서울 성북동의 길상사는 원래 월북시인 백석의 연인으로 유명했던 김영한(1999년 작고)씨가 운영하던 대원각이었다. 60~70년대 3대 요정 가운데 하나인 대원각이 길상사로 바뀌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이가 바로 대도행 보살이었다.
길상사 전신 대법사 창건 주인공
한인타운 ‘고려사’ 김대도행 보살
그녀가 회고하는 김영한씨, 그리고 법정 스님과의 인연은 무려 40여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대도행 보살은 1962년 대원각 터를 갖고 있던 김영한씨와 함께 대원각을 시작, 서울의 대표적인 요정으로 성장시켰다고 한다.
그녀가 당시 제3공화국의 유명 정치인들과 일본 수상들도 들락거리는 요정 정치의 대명사였던 대원각 운영에서 손을 뗀 것은 어머니의 요정 운영을 싫어했던 아들 때문이라고 했다. 1969년 LA로 와 다운타운 힐튼호텔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그녀는 사찰을 시작하면 장수할 수 있다는 한 스님의 말에 한 가정집에서 고려사를 열어 후원하게 됐다.
당시 윌턴 애비뉴에 있던 고려사에 법정 스님이 방문해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7~8개월씩 머무르며 수행을 하고 책도 쓰곤 했는데 대도행 보살이 이때 법정 스님의 식사와 빨래를 책임지고 보살폈다고 한다.
이후 1987년 김영한씨가 LA에 들러 당시 시세 1,000억원대의 대원각 처리를 상의해왔고 이에 그녀가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큰 감명을 받지 않았느냐. 그 스님께 맡기면 될 것”이라고 권한 것이 오늘날 길상사 탄생의 발단이 됐다는 게 대도행 보살의 설명이다.
하지만 법정 스님은 10년 가까이 김씨의 제안을 거절했고 법정 스님을 설득하는 역할이 대도행 보살에게 주어졌다고 했다. “스님이 아니면 맡을 사람이 없다”는 오랜 설득 끝에 법정 스님은 1995년 대원각에서 길상사의 전신인 대법사를 창건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녀는 “대원각 터는 대지와 임야만 7,000여평으로 불교 탄생 이래 최고 시주였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법정 스님은 한사코 거절하셨고 절을 세워서도 지주 스님이 되지 않으셨다”고 회고했다.
법정 스님의 입적 소식을 접한 뒤 마음이 많이 아팠다는 대도행 보살은 “새벽 5시 반이면 예불을 하고 6시에 아침을 드셨는데 음식을 많이 하면 ‘왜 몸을 혹사하고 절을 축내느냐’며 반찬을 3가지 이상 하지 못하도록 할 정도로 검소하셨다”고 스님과의 기억을 떠올렸다.
<정대용 기자>
고려사 김대도행 보살이 요정 대원각이 길상사 절로 바뀌게 된 과정을 설명하며 법정 스님과의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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