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중심부 건물 모델 옆에 선 모리 미노루.
27에이커 규모의 다용도 콤플렉스 로퐁기 힐스에 있는 모리 타워.
실존주의 작가에서 건축업자 변신한 부동산 재벌
산업시대 건물에서 지식산업 발맞춘 도심으로 변형
일본 최대 건축업자인 모리 미노루는 5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완공한다. 많은 건축가들은 101층짜리 상하이 세계 파이낸셜 센터를 긴 커리어의 결정판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모리는 73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많은 계획을 갖고 있다.
도쿄에 있는 모리 건설회사 사장인 그는 27에이커 넓이의 40억 달러짜리 로퐁기 힐스를 비롯 6개의 마천루를 세워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꿔 놨다. 그는 지금 방콕과 싱가포르에 상하이 센터 같은 마천루를 지어달라는 제의를 받아 놓고 있다. 그는 또 도쿄 다운타운에 향후 12~15년간 일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비롯 로퐁기 힐스 같은 대형 콤플렉스를 짓거나 짓는데 동참할 계획이다. 그는 그 재원 마련을 위해 중국과 중동의 국부 펀드와 교섭중이다.
서양의 도시 계획가들은 거대 고층 빌딩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지만 모리는 건축이 경제적 야심을 반영하며 개인을 압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선호하는 아시아적 사고방식을 대변한다. “아시아는 미국이나 유럽과 다르다”고 모리는 로퐁기 힐스의 자기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말했다. “우리는 수직적인 도시를 좋아한다. 위로 올라가 하늘을 이용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다.”
일부 건설업자들은 공장에서 물건 뽑듯이 마천루를 지어내는 지역이지만 그중에서도 모리는 돋보인다. 그의 프로젝트들은 그 엄청난 규모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때문에 그의 이름은 홍콩의 억만장자 스탠리 호나 이가생처럼 아시아에서 널리 알려졌다. 장기적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투기적인 매매를 피함으로써 그는 80년대 부동산 버블과 그 후 붕괴로 인한 타격을 입지 않았다.
모리는 1959년 쓰던 실존주의 소설을 중단하고 아버지가 막 차린 부동산업에 뛰어듬으로써 이 분야와 인연을 맺었다. 그 후 50년간 모리 건설회사는 단칸방에서 도쿄 로퐁기 일대 국제 상업 지구에 121개 빌딩을 가진 120억 달러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1993년 아버지 다이키치로가 은퇴하기 전 이미 회사의 경영을 주도해온 모리는 “문학 작품 집필에서 건축업으로 전향했다”며 “모두 창조적 작업이며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요즘 조용하고 성실한 인상의 백발 신사인 모리는 부동산 재벌보다는 대학 교수 같은 면모를 보여준다. 그러나 두 형제를 포함한 모리 일가는 정치 연줄이 있는 인사이더가 지배하는 비즈니스에서 정상에 올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모리가 경쟁자들보다 미래를 정확히 읽고 빠르게 발전하는 일본 경제에 맞는 건물을 지음으로써 성공했다고 말하고 있다. 모리 일가는 도쿄 최초의 현대적 빌딩을 건설, 세계 기업의 주목을 받았다. 처음 45개 빌딩은 이름 대신 숫자를 갖고 있다. 모리는 80년대 고층 콤플렉스를 지어 지진 공포증을 갖고 있는 도쿄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게 만들었다.
도쿄에서 건축 작업은 천천히 움직인다. 로퐁기 힐스와 1986년 문을 연 모리의 첫 고층 콤플렉스인 아크 힐스는 모두 완성하는데 17년 걸렸다. 그 중 상당 부분은 관공서의 레드테입을 자르고 주민들을 설득해 내보내는데 쓰였다.
땅값이 폭락했던 90년대에도 그는 은행과 투자가들을 설득해 수십억 달러를 빌렸다. 그로 인해 그의 회사는 연 수입의 6배에 달하는 80억 달러의 빚을 졌다. 빚을 둘러싼 이견 때문에 그의 남동생 아키라는 모리 트러스트라는 회사를 차려 독립해 나갔다. 그의 형 케이는 1990년 죽었다.
사내에서 모리는 장기적 비전과 세부 사항에 대한 집착을 동시에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의 10개 새 프로젝트의 하나인 46층짜리 빌딩 설계 모임에서 그는 한 시간 가까이를 어떻게 해야 까마귀를 쫓고 반딧불을 끌어들일 수 있는 조경을 할 수 있느냐는 논의하는데 보냈다. 그는 완공하는데 28년이 걸릴 건물 건축을 곧 시작할 계획이다.
해외에서도 그의 인내심은 효력을 발휘했다. 상하이 타워를 짓는데 97~98년 아시안 금융 위기와 2001년 9/11 사건으로 공사가 중단돼 14년이 걸렸다. 오는 5월 완공될 도쿄 빌딩은 올해 말 두바이 타워가 세워질 때까지 세계 최고층 빌딩의 영예를 갖게 된다.
그의 성공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국수주의자들은 그가 외국 테넌트를 많이 받아들인다는 이유로 비판하며 보존주의자들은 그의 고층 빌딩이 전통적으로 낮은 도쿄의 건물 모양을 훼손한다고 주장한다. 학계에서는 그의 대형 고층 빌딩은 보행자 위주의 작은 건물이 인기인 시류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도쿄대학의 도시 계획학과 교수인 오가타 준이치로는 “모리는 비전이 없는 도시에 강한 비전을 심는데 성공했다”며 “그러나 이것이 올바른 비전인지는 전혀 별개 문제”라고 말했다. 그의 대표작 54층 높이의 대형 오피스 타워인 로퐁기 힐스를 놓고도 말들이 많다. 2003년 상가겸 콘도겸 TV 스튜디오인 이것이 완성됐을 때 일본의 “일어버린 10년”을 마무리하는 상징으로 추켜세워졌다.
그러나 인사이더 트레이딩으로 체포된 호리에 다카푸미가 여기 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것은 곧 과도한 일본 부흥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모리는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생각이다. 10개의 새 건물 중 하나는 높이가 1,100피트에 이른다.
모리는 낮고 혼란스러운 도쿄의 산업시대 건물을 금융과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지식 산업 시대에 맞는 현대적이고 편리한 도심 환경으로 바꾸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최근 빌딩을 “수직 정원 도시”라고 부른다. 그가 좋아하는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로부터 빌려온 용어다. 모리는 1965년에 죽은 그의 그림과 스케치 3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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