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개 자신도 모르게 살고 있는 곳에 흡수되며 그 곳에 애정을 느끼면서 산다. 그래서 유행가 가사 말 같이 두고 온 고향이니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라는 노래가 새삼 심금을 울리는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이민생활 몇 년, 몇 십 년 만에도 또 하나의 고향이 되어 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자신이 살고 있는 주거지는 어느덧 자신과 어울리는 또 하나의 고향으로 자리를 잡으며 그 문화에 젖어들고 있음을 느낀다.
예로서 영국의 런던포그 버버리가 세계에서 왜 유명한 가는 그 나라의 기후 때문인 것 같이 맨하탄 또는 브루클린에 사는 아이들이 그 지역의 언어를 쓴다는 것을 아이들을 키우면서 알게 되었다. 그건 마치 열대지역의 동물인 도마뱀이 보호막으로 몸이 닿는 물체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내가 살고 있는 뉴저지 러더포드 역시 내가 5년 전 처음 이 곳에 이사 오면서 그런 느낌을 강하게 갖게 했다.
뉴저지 러더포드에는 한인들이 제각각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며 열심히 살고 있다. 분야는 세탁소, 네일, 음식점을 비롯, 태권도, 미장원, 너서리, 음악교실 등 다양하다. Kurgan-Bergan이라는 미국계 부동산에 종사하는 브로커 신민자씨에 의하면 이 지역의 한인이주는 한국의 초대 경희대학교 총장인 조영식 박사가 디킨스 대학으로 유학을 온 것이 첫 시효라고 한다.
그리고 1967년도에 유학생으로 와서 지금까지 신민자씨가 살고 있어 그녀가 이 러더포드 지역의 한국인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맨하탄 FIT에서 공부를 했고 결혼해서도 이곳에서 식당 등 여러 종목의 자영업을 하다가 지금은 부동산에 종사,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뛰고 있다. 이 지역에 대해 그녀가 보이는 애착은 얼마나 강한지 어쩌다 길거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거리에 휴지나 쓰레기 같은 것이 보이면 급히 가서 그 것들을 치워버릴 정도이다. 그녀는 또 지역사회 향상과 발전을 위해 이스트 러더포드에 소재한 볼링스프링이라는 시니어센터에 대형 텔레비전과 가라오케 음악기계를 기증하기도 했다. 이렇게 이 땅에 이민 온 한인들은 어딜 가나 열심히 살고 또 열심히 동화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전혀 한국인이 살고 있지 않아 보이던 이 지역도 이제는 도서관이나 어쩌다 던킨 도너츠 샵이나 한국 비디오점을 가보면 만날 정도로 한국인이 꽤 많이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이스트러더포드에 볼링스프링 노인아파트에는 한국인이 거의 50가구나 살고 있으며 그 옆에 있는 사우스웨스트 버겐 시니어센터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보람있고 즐거운 노후를 보내고 있다.이 곳에서는 한인 헬렌 최씨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초, 중급 시민권 영어교실을 담당하고 있으며 박정자씨가 고전무용을 가르쳐 배운 노인들이 위문공연을 할 정도이다. 노인들은 또 매주 금요일마다 이순만씨로 부터 찬송가, 가곡, 동요, 가요 등 아름다운 노래를 배움으로써 삶의 활력을 찾고 있다. 이외에도 성경공부, 사회사업 상담, 근육운동, 스트레칭, 라임댄스, 요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배우고 있다.
내가 처음 이민 와서 20여 년이나 정든 지역을 떠나 이곳에 온 것은 내가 살던 지역이 싫어서가 아니라 여러 가지 사정 때문이었지만 이곳의 매력은 기차역과 파크 애비뉴 거리 때문도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도서관이었다. 도서관은 우체국과 함께 이 지역의 명물로 1894년에 세워졌는데 현대식 대형서점인 반스 앤 노블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많은 사람들의 봉사로 일요일도 없이 운영, 주민들에게 편리함을 주고 있다.
이 도서관에 처음 갔을 때는 한국서적이 아주 초라하게 박스 속에 이리 저리 제멋대로 놓여있는 것이 고작이어서 실망했는데 후에 담당자인 숀에게서 한국 책에 관한 문의가 들어왔다. 에릭이라는 미국인 담당자와 몇 차례 만나 의견을 교환한 끝에 지금은 도서관 입구 옆줄에 아래, 위 로 번역물까지 가득하여 중국 등 다른 아시안 책들이 밀려날 정도이다.
도서관 지하 아래층에는 어린이 도서실로 다양한 책들과 비디오, 시디 등으로 어린이들이 즐겨 찾는다는데 그 중에는 한국 어린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유는 부모들이 생업에 바쁘고 상점거리는 아이들을 유혹할 만한 장소도 갈 곳도 없고 그렇다고 버스를 타고 갈 데도 마땅히 없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때는 할머니나 어떤 보호자가 아직 어려 말썽을 부리는 아이들을 도서실에 데려다 줄 정도로 이 도서관은 한인 어린이들에게 숨통을 틔어주는 장소가 되고 있다.도서관에서는 영어교실, 전시회, 작가와의 만남 등 여러 가지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리는데 지난 해 여름에는 나의 그림 23점이 한 달간 전시되어 개인적으로도 영광이고 도서관 측에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 외에 크고 작은 행사들이 이 도서관에서 개최되고 있는데 특히 요즘 도서관 안내판에 보면 한인들의 무용과 태권도 시범 소식이 대형으로 전시되고 있는 것을 보면 러더포드, 이스트 러더포드에 사는 한국인이 이 지역에서 강하게 꿈틀거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스트 러더포드 지역의 특징이라면 유일하게 옛날 기차역을 들 수 있다. 더욱이 러더포드와 이스트 러더포드 사이를 두 갈래로 만들어놓은 듯한 러더포드 스테이션은 1892년에 4000명의 주민들에 의해 세워진 기차역으로 200여년이 됐는데도 그 모습 그대로 당당히 운영되고 있고,
앞으로는 기차역이 일반 서브웨이로 바뀌면서 맨하탄 펜스테이션이 직통으로 연결된다는 이야기는 아직도 미지수로 남기고 있지만 특급버스인 190번 노선의 버스가 15분 간격으로 24시간 운행되며 아침 출근 시각 맨하탄 42가까지 단 25분에 도착, 너무나 살기가 편리하다. 기사제보(201)438-6640
<뉴저지 러더포드-수잔 김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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