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깔스런 재첩회. 재첩은 회무침으로 먹기도 하고 국으로 끓여 먹기도 한다.
재첩조개는 갱조개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원래 학명(學名)은 가막조개다.
그러나 부산 낙동강 하구언 주변 사람들은 재첩조개라 하고, 하동 섬진강 사람들은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갱조개라고 불렀다.
60~70년대 이전 낙동강하구언을 생활터전으로 살던 부산 사람들은 낙동강에서 잡은 가막조개로 밤새 재첩국을 끓여 양철통에 담아 볏짚 또아리를 해 머리에 이고 재첩국 사이소!를 외치며 구포시장을 지나 만덕터널을 넘어 구포장에 이르면 먼동이 튼다고 하였다. 여인숙 좁은 길을 다니며 외치던 새벽 선 잠을 깨우는 이 소리는 우리에게 친근했던 삶의 소리였다.
이때 하동에서는 섬진강에서 잡은 가막조개로 갱조갯국을 끓여 양철통에 담아 머리에 이고 하동 신방촌 나루에서 배로 건너 전남 광양 구르게 나루에 내려 인근 평마을, 오추골, 샛터등지와 경남 하동 고전면 소재지나 지수 등지를 다니며 갱 조갯국 사이소!를 외쳤다고 한다. 보릿고개가 있었던 그 시절 갱조갯국 행상을 하던 유동엽 할머니(72세 하동군 고전면)는 보릿고개시절 갱조개를 팔면서 산촌이나 농촌으로 다니다 보면 못 먹어 부황든 사람들처럼 얼굴이 누렇게 변 했으나 섬진강 하류 사람들은 갱조갯국이라도 마셔서 그런지 얼굴빛이 좋았다고 한다.
당시 갱 조갯국 한 그릇에 5원을 받았지만, 대부분 농촌에서는 갱 조갯국과 보리쌀이나 마늘, 고추 등으로 물물 교환을 하여 집에 돌아 올 때는 갱조갯국과 바꾼 농산물 보따리가 더 무거웠다고 한다. 갱조개(羹貝)는 이해를 할 수 있으나 재첩조개(在妾貝)는 무슨 뜻이 있을까? 심청전에 ‘곽씨 부인이 심청이를 낳을 때 심 봉사가 심청이의 살을 더듬어 보고 묵은 조개가 햇조개를 낳았다고 ‘ 한 대목이 나온다. 이렇듯 조개는 여자를 상징하지만, 조개(貝)류는 외쪽으로 되어 있는 전복 등 말고는 조가비가
닫힐 때 그 강력함과 두 쪽의 물림이 빈틈이 없어 잘 맞으며 서로 다른 같은 크기의 조가비를 맞추어도 물리지 않기 때문에 조개는 일부일처(一夫一妻)의 교훈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조개 중에도 가막조개만큼은 재첩조개라는 이름을 얻을 만큼 일부일처의 교훈과는 거리가 먼 안타까운 전설이 있다. ‘옛날 낙동강 하구언 부근에 두 아내를 거느리고 사는 어부가 있었다. 그런데, 조강지처와 첩
사이가 얼마나 정분이 좋았던지 둘 사이는 마치 친 자매 이상으로 잘 지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어부는 강에서 고기를 잡다가 갑자기 쏟아진 빗물에 강물이 불어나 배가 난파 되어 어부가 실종 되고 말았다. 졸지에 과부가 된 두 여인은 소복을 하고 서로를 의지한 채 3년여를 한 방에서 같이 살다가 3년 탈상(脫喪)을 한 후 어부가 실종 된 그 강가에 신발을 나란히 벗어 놓고 강물에 투신(投身)하였다.
동네 사람들은 두 여인의 시신(屍身)을 찾으려고 강바닥을 뒤졌으나 시신은 없고 재첩(在妾)조개만 잡혔는데, 어부는 죽어서도 자신의 뒤를 따라 온 두 여인을 거느리고 한 방에 사는 재첩조개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낙동강 하류지방 즉 사상과 동래지방에서는 이때부터 가막조개를 재첩조개라 하였으며 이 조개로 끓인 국을 재첩국이라 하였다고 한다.
재첩조개 살은 다른 조개와 달리 뫼산(山)자 모양으로 되어 있다. 같은 각질 즉 한 방에서 양편에 두 아내를 거느리고 산다하여 재첩조개라 이름 붙였다 한다. 사실 6,70년대 이전에는 낙동강 하류지방에서나 재첩국이라는 말이 있었지 섬진강, 영산강, 금강등지에서는 재첩국이라 하지 않고 갱 조갯국이라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하동 등 여타 지방에서도 갱 조개라는 이름보다 재첩이라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재첩을 해금시켜 끓여 조개껍데기를 버리고 조개살만 건져내어 재첩회무침을 하기도 하고, 그 국물에 부추를 넣고 재첩국을 끓이기도 한다. 그 외에도 재첩으로 전을 만들기도 하고 진국을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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