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하루는 여우가 내 집 풀장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소리치니 사라졌다. 며칠 후 정원을 정리하는 회사의 직원이 풀장 근처에 장미꽃을 정리하다 여우 굴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새끼 난 것 같다고 했다. 가끔 아침 일찍 산책 나가면 산을 타고 내려 오는 어미 여우를 본적이 있다. 아마도 어미 여우가 새끼 여우 3마리 먹이를 구하러 다니는 듯 싶다. 수컷 여우는 바람 났는지 암컷 여우와 3마리 새끼를 버려두고 어딘지 사라졌다. 참 무심한 아비 여우다. 추운 날씨 때문에 차마 숲속으로 쫓아 내치지 못하고 봄이 오면 숲속으로 내 보낼 계획으로 지내왔다. 요즈음은 날씨가 좋아 아침 일찍 어미는 새끼들을 데리고 풀장의 물을 먹이고 뛰어 놀곤 한다. 그리고 저녁때는 새끼들이 풀장에 올라가는 계단에서 어미를 기다리는 모습이 귀여움을 자아냈다. 어느덧 나와 아내는 여우들과 친구가 되어 여우들이 풀장에 놀 때는 숨도 안 쉬고 창문으로 새끼들의 재롱을 보면서 그냥 놀게 한다. 이제 천천히 어린 여우들의 재롱에 정이 드는 듯 하다.
생텍쥐페리가 1943년 발표한 어린 왕자(Le Petit Prince) 소설에서 어린 왕자가 여우를 만난 장면이 생각났다. 대학 1학년 때 불어 원어로 공부할 때 어린 왕자가 지구에 오기전 예쁜 장미 하나를 만난 얘기를 들려주었다. 허영심에 가득한 장미에 아직 순수한 어린 왕자는 후에 말하기를 “ 그때 난 꽃을 제대로 사랑하기에는 아직 어렸어.”
그리고는 어린 왕자는 한마리 여우를 만난다.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길들임”에 말한다. 어린 왕자가 여우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존재가 되는 거고 나도 너에게 세상에 하나 뿐인 유일한 존재가 되는 거야”
우리 집안에 풀장에 있는 거만한 장미꽃들과 여우들이 이 작품과 오버랩 된다. 그러나 그 장미 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내가 공을 들여 비료 주고 물 뿌려 준 정성이 들어 간 것이다. 이제 여우들도 친구가 되었다. 생각 같아서는 음식을 주고 싶지만 그들에게는 자연의 순리대로 살라고 그냥 놔 두는 게 좋다고 동물학자가 말한다. 오늘 아침은 비가 많이 내린다. 여우 새끼들은 비속에서 잘 있나 걱정이 된다. 천막을 쳐서 줄까? 혹 비속에서 어미가 먹이를 못 구하면 고기를 줄까? 생각도 하지만 아직 직접 마주친 적이 없어서 여우 가족들이 이 보금자리를 떠나면 걱정이 되어서 안타타운 마음만 있다.
어제 오후 퇴근 후 집에 와서 창문을 통해 풀장을 보니 이제 여우들도 조금 대담해져서 풀장 문까지 와서 뛰놀고 있고 어미가 먹이를 주니 새끼들이 먹이를 먹고 풀장의 물을 먹었다. 2년전 내가 키우던 허스키(이름하여 피닉스) 애견과 15년동안 매일 아침 집 근처로 산책 가고 퇴근 후 집에 오면 아내는 반겨주지 않지만 허스키는 꼬리치며 반갑다고 하는 모습에 정이 들었다. 그러나 16년 되자마자 강아지의 평균 수명이 다 한지 위에 바이러스가 침투하여 3번의 수술 후 그만 수명을 다했다. 마지막 동물병원에서 안락사시키라고 수의사가 조언 후 마지막 눈을 마주치는데 내 허스키도 눈물을 흘리는 게 너무 가슴 아팠다.
그리고 나와 아내는 헤어짐의 슬픔이 너무 커서 더 이상 강아지를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여우들은 6개월 되면 홀로 서기를 한다고 한다. 한달 후면 어쩌면 이 보금자리를 떠날 것 같다. 이제 서서히 마음 준비를 해서 너무 상심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싶다.
“Je serai pour toi unique au monde.”
나는 당신을 위해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
홍희경 극동방송 미주 운영위원장,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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