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Artificial Intelligence)의 시대가 왔다. 사람의 지능적인 행동을 기계가 모방한 기술이 점점 우리 삶에 가까이 온 것이다.
AI가 세상을 편리하게 만들수록 우리는 더욱 느림과 기다림을 그리워하고 점점 빠름이 현실화된 시대에서 느린 여백은 불편함으로 여겨지니 더 이상 느림은 미덕이 아니다.
우리는 알고리즘이 짜놓은 현실 속에서 길들여지듯 변화하는 흐름에 익숙하지만 때론 두려움으로 오기도 한다.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찌 세상이 돌아가는지 모르고 훌쩍 타임머신을 타고 지금 시대에 온 것 같으니 말이다.
단풍이 떨어져 점점 겨울을 향해 가는 요즘, 뉴욕주 북부 허드슨 밸리 지역, 캣츠킬 산맥(Catskill Mt.)을 가다 보면 워싱턴 어빙이 쓴 ’ 립 밴 윙클( Rip Van Winkle )‘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착한 농부, 립 밴 윙클은 마을 사람들에게 친절하지만 게으르고 일하기 싫어 아내의 잔소리를 피해 산에 올라갔다.
이상한 옛 네덜란드 복장의 사람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잠이 들어 깨어 보니 무려 20년이 지났다. 영국 식민지였던 마을은 완전히 변했고 이제 미국 독립국이 되어 있었으며 아내는 세상을 떠났고 자식들은 다 자랐다.
그제야 그는 세상이 변했지만 자신은 그대로 멈춰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시간의 흐름과 인간의 무기력함이 보이는 이 글은 개인의 삶과 사회 변화의 대비하는 미국 독립 이후 정체성의 혼란으로 과거와 현재의 단절을 상징한다.
AI 시대의 우리는 어쩌면 립 밴 윙클과 다르지 않다.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고 무능도원 같은 인간이 꿈꾸는 유토피아에 머물고 싶어 하는 안일한 삶은 더 이상 없다. 세상은 눈 깜짝할 사이에 바뀌고, 기술은 인간의 두뇌를 앞질러 달린다.
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책을 대신해 주고,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고 , 영어를 가르치고 많은 지식과 정보를 AI에서 얻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기술이 인간을 닮아갈수록 인간은 오히려 자신을 잃어가는 모순의 시대가 온 것이다. 인간의 마음과 손끝에서 전해지는 인간적인 진실은 어떤 기계로도 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계에만 의존하다가 생각을 하지 않게 되고 손을 쓰지 않고 안일한 하루하루를 보내면 치매에 빨리 노출되지 않을까 기우 같은 생각도 든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가을하늘에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잎도 계절의 흐름뒤에 얻어진 것처럼, 그후에 겨울이 가까이 오고 봄날을 기약하는 처럼.. 우리의 마음도 천천히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어쩌면 지금 우리는 디지털이 만들어낸 인공지능의 숲 속에서 잠든 립 밴 윙클일지 모른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우리가 깨어나지 않으면 그 변화는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갈 뿐이다. 깨어남이란 단순히 눈을 뜨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 속에서 ‘‘나’ 를 발견하는 일이다.
AI의 언어가 소통되는 세상에서도 여전히 사람의 이야기가 간절하고 절실하니 잃지 말아야 할 것은 결국 ‘사람’인 것이다.
휭휭 차가운 바람이 부는 립 밴 윙클이 깨어난 산자락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이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은 과연 깨어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긴 잠 속에 머물러 있는가?
젊은 사람만이 AI시대에 적응하며 사는게 아니라 세상은 너무 달라지고 바뀌어가니 기계에서도 지식을 얻고 정보를 얻어 소통하며 깨어있는 중년이면 좋겠다.
깊어가는 어느 겨울날,
허드슨 밸리의 차가운 바람이 점점 겨울을 향해 달려가고있다.
<
김미선/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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